강만수 < 디지털경제硏 이사장 >

미국 ''연방준비제도위원회 위원장'' 앨런 그린스펀은 지난해 12월5일 금리인하를 시사해 미 나스닥주가를 사상 최고인 10%로 폭등시키더니,한달이 지난 올 1월3일에는 금리인하를 발표해 다시 나스닥주가를 사상최고인 14%나 폭등시켰다.

지난주 신문에는 그린스펀과 FRB 이야기로 가득했다.

그런데 모두들 미국의 중앙은행을 ''연방준비제도이사회''로 잘못 사용하고 있었다.

''연방준비제도(The Federal Reserve System)''라고 불리는 미국의 중앙은행제도는 크게는 수도 워싱턴에 있는 합의제행정관청인''연방준비제도위원회(The Board of Governors of the Federal Reserve System)''와 뉴욕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 전국 12개 도시에 있는 주식회사 형태의 ''연방준비은행(Federal Reserve Banks)''으로 구성돼 있다.

그리고 연방준비제도위원회와 연방준비은행의 대표로 구성하고 공개시장을 통한 통화공급정책을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The Federal Open Market Committee:FOMC)''가 있고, 연방준비은행에 행장(president)을 선임하고 업무를 감독하는 ''연방준비은행이사회(Board of Directors of Federal Reserve Bank)''가 있다.

미국에서는 이렇게 복잡하고 독특한 4개의 기구를 중심으로 중앙은행제도를 구성해 통화금융정책을 수행하고 있다.

연방준비제도위원회는 보통 ''연방준비위원회(The Federal Reserve Board)''로 부른다.약칭으로 ''연준'' 또는 ''연준위(FRB)''라고 불리며 기관장은 Chairman이기 때문에 ''위원장''이 적절하나 ''의장''으로 써도 무방하다 하겠다.

연방준비제도위원회는 워싱턴에 있다.

공무원으로 구성된 연방행정관청이며 7명의 위원장 및 위원은 상원의 인준을 받아 대통령이 임명한다.

하지만 행정부로부터 독립돼 있고 연방의회의 감독을 받고 있기 때문에 우리 나라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같은 성격으로 생각하면 이해가 빠르리라 생각한다.

영어사전에 ''governor''는 ''통치자,지사,장관,총재'',''director''는 ''중역,이사,감독'',''board''는 ''위원회,부,청''등으로 번역한다.

한글사전에 ''위원''은 ''행정관청이나 단체의 특정한 업무를 처리하거나 심의하기 위해 임명되거나 선출된 사람'',''이사''는 ''법인의 사무를 처리하며 이를 대표해 권리를 행사하는 사람''으로 정의한다.

''The Board of Governors''는 법인내부의 임원회의를 뜻하는''이사회''가 아니라,독립된 합의제행정관청을 뜻하는 ''위원회''가 맞다.

우리 나라의 합의제행정관청인 ''금융감독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를 ''금융감독이사회''나 ''공정거래이사회''로 부르는 것이 맞지 않는 것과 같다.

더구나 금융 산업 노동 소비자 등을 대표해 선임된 9명의 이사(director)로 구성하고 연방준비은행의 업무를 감독하는 ''연방준비은행이사회(Board of Directors of Federal Reserve Bank)''가 따로 있기 때문에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더욱 맞지 않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라는 용어를 볼 때마다 일본의 식민지 잔재인 ''선물(先物·さきもの·futures)''이나 ''선일자수표(先日字手票)''같은 말이 생각난다.

일본사람들이 과거를 뜻하는 ''먼저 先''을 미래를 뜻하는 ''장래''나 ''앞날''의 뜻으로도 쓰고 있는데 우리도 그대로 사용해 선후개념에 혼란을 일으킨다.

''선물''은 계약이 먼저 이루어지고 물건은 후에 인도되는 것이기 때문에 ''선약(先約)''또는''후물(後物)''로 하는 것이 맞다.

''선일자수표''는 기재된 발행일자보다 앞서 발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선발행수표(先發行手票)''나 ''후일자수표(後日字手票)''로 하는 것이 맞다.

내가 재무부 이재국장일 때는 ''연방준비제도위원회''로 썼고,기자실에 가서 바로 쓸 것을 정식으로 요청해 많은 신문이 그렇게 썼다.

지금은 모두가 ''연방준비제도이사회''와 ''연준리''로 되돌아갔으니 안타까울 뿐이다.

스승은 혀가 짧아 ''바담 풍(風)''하더라도 제자더러는 ''바람 風''하라고 한다는 데,통화당국은 해방된 지 반세기가 지난 아직도 ''바담 風''하면서 자기가 ''바담 風''하는 지도 모르고 있고,사람들은 틀린 줄도 모르고 따라하고 있으니 이 일을 어찌하랴?

mskang36@unite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