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배 < 한국표준협회 상근부회장 ksasbl@ksa.or.kr >

다가올 21세기는 국경없는 무한경쟁(Mega-Competition) 시대가 될 것이다.

WTO의 출범으로 각국의 무역장벽이 무너지면서 초래된 지구촌의 단일 시장화
현상은 경쟁력을 갖춘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지금 한국의 기업들은 변혁의 소용돌이를 맞고 있으며 기업을 둘러싼 모든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이런 세계적인 흐름속에서 신속히 대응하고 변신하지 않으면 아무리
1등기업이라도 후발업체로 전락하고 만다.

이제 새천년 무한경쟁의 시대에 국가와 기업의 경쟁력 없이는 우리 경제와
기업의 미래 또한 논할 수 없게 됐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우리 상품이 기술로는 미국 일본 등 선진국과의 경쟁에서 뒤지고 가격으로는
중국 동남아 등 후발 개도국에 밀리는 넛크래커(Nut-Cracker)의 상황에 처해
있다.

따라서 경쟁력을 키우려면 품질혁신이 절실한 과제가 되고 있다.

경쟁력을 높이려면 새 기술을 개발하면 된다.

그러나 신기술 개발에는 많은 투자와 시간이 든다.

그러므로 품질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현재의 어려움을 타파하고 경쟁력을
갖추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다.

그렇다면 품질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하는가.

한동안 일본에 세계 최고의 자리를 내주고 위기감을 느낀 미국이 품질혁신을
범정부적으로 도입하여 어려움을 극복한 예를 보자.

미국은 70년대 초까지만해도 자국 상품이 세계 최고라는 강한 자부심과
자만에 빠져 있었다.

그러나 미국 상품의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일본 상품이 70년대 후반 들어
미국 시장을 석권했다.

미국 MIT교수 16명이 정부와 기업의 경각심을 일깨우고 미국 상품의 품질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7년간 연구 끝에 "메이드 인 아메리카"라는 연구논문을
내놓았다.

이와 함께 81년에는 미국 NBC가 "일본이 할 수 있다면 우리는 왜 할 수
없는가(If Japan can, why can"t we)"라는 품질혁신 프로그램을 방영해
국민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이를 계기로 학계 언론계 정부와 기업이 합심하여 국가경쟁력 향상을 위한
노력을 대대적으로 전개했다.

87년에는 "국가품질향상법"과 "종합무역경쟁법"을 제정하는 등 일관성있는
산업경쟁력 확보정책을 추진했다.

또한 88년부터는 매년 품질이 우수한 기업을 선정해 대통령이 직접 말콤
볼드리지(MB) 국가품질상을 주고 있다.

이 상을 받은 기업은 주식값이 30%이상 상승할 정도로 국민들로부터 존경과
사랑을 받고 있다.

정부와 기업의 이러한 품질혁신 노력에 힘입어 잃었던 경쟁력을 회복한
미국은 92년초부터 지금까지 무려 8년째 장기호황을 누리고 있다.

지난 97년 우리 경제가 IMF 지원체제로 빠져든 근본 원인은 우리 상품의
경쟁력 저하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세계적 품질 석학인 주란이 20세기가 "생산성의 시대"였다면 다가올
21세기는 "품질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예견한 바 있다.

미국은 품질혁신으로 세계시장에서 "메이드 인 USA"의 명예를 회복했다.

우리도 범국민적으로 품질혁신운동을 본격적으로 벌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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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력 ]

<>서울대 섬유공학과
<>미 뉴욕대
<>국립기술품질원장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