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내 정보통신과 벤처기업 분야의 독자기술 및 인프라가 부족하다".

지난 79년부터 한국에서 경제분야를 중심으로 취재활동을 해온 락스미
나카르미 아시아위크 서울지국장이 최근 토론회에서 지적한 고언이다.

"코리아 벤처".

그들의 경쟁력은 어디쯤 와 있는 걸까.

일단 벤처기업 자신들의 얘기를 들어보자.

한결같이 자신에 찬 목소리들이다.

기협중앙회가 최근 6백31개 벤처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벤처기업들은 선진국 동종기업과 기술 품질 디자인 가격 등의 경쟁력이
비슷하거나 우위에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5개 경쟁력 부문중에서 유일하게 마케팅 및 AS에서만 선진국에 뒤진다는
응답(33.8%)이 많았다.

삼성경제연구소의 기술경쟁력 실태조사 결과도 유사하다.

선진국에 비해 경쟁력이 높다고 응답한 벤처기업이 38.6%로 비슷하다고 보는
기업도 37.1%에 달했다.

정말 한국 벤처의 경쟁력이 벤처의 고장 미국에 버금가는 수준일까.

전문가들은 통신단말기와 반도체장비 등 일부 업종에 한정된 얘기라고 잘라
말한다.

이들 업종이 한국 벤처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만큼 그런 조사결과가 나왔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의료 바이오 환경 분야의 벤처경쟁력은 크게 뒤져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한국 벤처의 경쟁력을 업종별로 선진국과 비교한 조사는 없었다.

다만 세계시장을 무대로 활약하는 벤처기업의 면면을 통해 경쟁력을 가늠해
볼 수 있을 뿐이다.

휴대폰 무선호출기 등의 통신단말기 분야에서는 세계적인 기술력을 갖춘
한국 벤처들이 적지 않다.

미국 모토로라에 매각된 어필텔레콤이나 팬택 텔슨전자 등이 대표적이다.

사오정전화기로 해외시장에서까지 빅히트를 기록한 YTC텔레콤도 비슷한
유형이다.

인터넷 벤처에서도 글로벌 기업을 찾기란 어렵지 않다.

아이네트는 작년 9월 미국의 인터넷업체인 PSI넷에 3천4백만달러에 팔려
인터넷서비스업체로서의 경쟁력을 입증받았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은 자사의 무료 E메일서버에 1백10만명의 스페인 사용자를
확보할 만큼 글로벌기업으로 도약중이다.

버추얼텍은 미국시장 진출 3개월만에 인트라웍스의 영어버전인 조이데스크를
인터넷서비스사업자(ISP)인 프리아이넷을 비롯 40여개 ISP와 공급계약을 맺는
기염을 토했다.

프리아이넷은 20여개 독립사이트를 운영하면서 1천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한
대형 ISP다.

한국이 반도체 강국인 이점을 활용, 심텍 미래산업 등 일부 반도체
장비업체들은 세계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반면 생명공학을 바탕으로 한 바이오 및 화학 업종에서는 특출난 벤처기업을
찾기가 어렵다.

항암제 개발에 도전하는 진켐과 무독성 플라스틱을 개발한 우리켐 등 손꼽을
정도다.

미국에서는 실리콘밸리가 바이오밸리로 변신한다고 할 만큼 바이오 벤처가
활약하는 것과는 대조된다.

이들은 세계적인 기술을 개발,대형제약사에 판매하는 식으로 사업을
꾸려간다.

그러나 한국은 제약회사의 자본력이 취약한데다 인식도 부족, 바이오 벤처가
자생할 토양을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환경 분야도 낙후되긴 마찬가지다.

아직까지 수요자의 인식이 부족해 내수시장이 활성화되지 못한 탓이 크다.

환경시장은 특히 정부규제와 관련이 깊다.

규제완화의 흐름에 역행한다는 점에서 정부가 선뜻 규제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신기술을 개발한 벤처기업에 독점특혜를 줄 수 있다는 소지 때문에
새로운 규제 만들기를 꺼리는 것도 환경시장 확대의 걸림돌이다.

"21세기 산업의 화두는 정보 바이오 환경"(삼성경제연구소)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한국 벤처의 경쟁력은 아직 정보산업,그것도 단말기와 인터넷 등 일부에서만
선진국 수준에 육박하고 있는 것이다.

< 오광진 기자 kjo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