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젊은 부부들은 서로 부를 기회가 많아지고 넉살도 늘어서인지 호칭도
가지가지다.

아내가 남편을 "오빠" "자기" "형"이라고 부르기 일쑤다.

남편도 아내의 이름을 부르거나 아이의 이름을 따다가 "~엄마"로 부르는
것은 보통이고 스스럼없이 마구 "야"라고 부르기도 한다.

심지어 아내를 "꼬마"라고 호칭하는 남편도 있다.

새삼스레 부부호칭에 격식을 턱없이 강조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허물없는 정이 지나쳐 상대방을 홀대하는 오만이 드러나 불화라도
생기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다.

"엄마"란 본래 서울서는 "서보"의 이칭이고 "꼬마"란 말도 "작은 마누라"의
애칭이었는데 지금은 전혀 다른 뜻으로 쓰이고 있다.

우리국어는 호칭에 따른 경어법이 발달된 언어다.

그래서 남과 말 한마디를 하더라도 말하는 이와 듣는 사람과의 친소관계
연령관계, 친척관계, 직장에서의 위 아래 관계, 사회적 지위 등을 따져
말씨를 달리하게 돼 있다.

이런 전통적 언어생활을 젊은 세대가 싹 바꾸어 놓았다는 국어학자들의
걱정이 실감되는 것이 요즘이다.

한때는 우리말처럼 유행했던 영어의 경어인 "미스터"(Mr.) "미스"(Miss)가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선 거의 쓰이지 않은지가 꽤 오랜것 같다.

같은 말에 해당하는 우리말 군이나 양도 결혼식때나 한 두번 쓰는 호칭
으로 전락해버렸다.

특히 직장여성들은 "미스 리"니 "미스 김"이니, "이 양"이니 "김 양"이니
하는 호칭을 가장 싫어한다는 통계도 나와 있다.

더군다나 "O양"처럼 활자화되면 선정적으로 느껴지기까지 한다는 반박도
있다.

그들은 대부분 남자직원처럼 이름에다 "씨"라는 호칭을 붙여 주기를 바란다.

그 속에는 성을 구분하려 들지말고 업무로 남녀를 평등하게 대접해 달라는
요구가 자리잡고 있다.

영어의 본고장인 영국의 신세대 여성들이 기혼녀 미혼녀를 구분하기 위해
만들었던 "미시즈"(Mrs)라는 호칭을 공격적 여권주의 냄새가 짙다고 거부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서울시가 남녀차별금지법이 시행되는 오는 7월1일을 앞두고 "미스"라는
호칭을 쓰지 않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남의집 어엿한 숙녀 이름을 마구불러 대는 것이 귀에 거슬렸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사회상을 반영하는 언어풍속의 변화가 놀랍기만 하다.

하기야 부모가 지어준 이름보다 더 좋은 호칭이 또 어디있겠는가.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