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공분자로 몰린 아버지 인생을 초상화 그리듯 소설로 담아"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조성기 장편 <아버지의 광시곡>
소설로 그린 아버지의 초상화
현대사의 아픔 형상화
소설로 그린 아버지의 초상화
현대사의 아픔 형상화
"'기억이 우리를 구원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아버지에 대한 기억과 추억이 내면에 어떤 힘을 불러일으켜서 이번 작품은 마치 신들린 것처럼 신나게 썼습니다."
30일 새 장편소설 <아버지의 광시곡> 출간을 기념한 간담회에서 조성기 소설가(73)는 이같이 말했다. 서울대 법대 재학 시절인 197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그는 1985년 <라하트 하헤렙>으로 오늘의 작가상을, 1991년 <우리 시대의 소설가>로 이상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번 소설은 조 작가 부친의 파란만장한 생애를 담은 작품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5.16 군사정변을 일으킨 1961년부터 암살당한 1979년까지가 배경이다. 당시 조 작가의 아버지는 부산지역 초등교원노조 위원장으로 활동하다가 용공분자로 몰려 실직했다. 뜻있는 사회운동가에서 술주정뱅이 실직자로 전락한 아버지의 모습을 통해 한국 현대사의 아픔을 형상화했다.
조 작가는 "소설의 형식을 빌린 아버지의 자서전에 가까운 작품"이라며 "마치 초상화를 그리는 것처럼 아버지의 인생을 사실 그대로 담아 작업했다"고 설명했다. 소설은 작가에게 애증의 대상이었던 아버지를 다시 만나는 과정을 그려냈다. 그는 나이에 따라 달라지는 아버지에 대한 감정을 담담하게 써내려갔다. 실직 후 자식의 교육에 집착한 모습부터 사법시험을 보지 않겠다고 말하는 아들 앞에서 입고 있던 러닝셔츠를 찢으며 집밖을 뛰쳐나간 모습, 그토록 거부했지만 종교밖에 기댈 곳이 없는 무력한 모습 등 아버지의 조각, 조각을 충실히 그렸다.
조 작가는 "노조 운동을 하다 실직한 아버지가 거의 매일 술에 취해 있던 중학생 시절엔 하루빨리 아버지에게서 벗어나고 싶단 생각 뿐이었다"며 "하지만 나이가 들고 자녀를 키워보니 아버지를 다른 눈으로 바라보게 된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은 조 작가가 페이스북에 연재한 엽편소설(짧은 단편소설)을 모아 하나의 장편으로 엮었다. 46일간 원고지 약 20매 분량의 소설을 거의 매일 연재했고, 실시간으로 달리는 독자의 댓글을 피드백 삼았다. 제목에 광시곡(자유로운 형식의 기악곡)이 들어가는 것도 이 같은 형식과 연관이 깊다. 아버지에 대한 회상을 시간 순이 아니라 자유로운 연상으로 풀어냈다. 조 작가는 "소설 각 장이 그 자체로 완결된 이야기기 때문에 독자는 어느 장부터 읽어도 괜찮다"고 말했다.
조 작가는 본인과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가 독자들에게 아버지란 존재를 다시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그는 "소설을 읽은 독자들이 각자 아버지가 살아 온 인생을 되새기고, 내가 아버지를 어떤 태도로 대해 왔는지를 되돌아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30일 새 장편소설 <아버지의 광시곡> 출간을 기념한 간담회에서 조성기 소설가(73)는 이같이 말했다. 서울대 법대 재학 시절인 197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그는 1985년 <라하트 하헤렙>으로 오늘의 작가상을, 1991년 <우리 시대의 소설가>로 이상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번 소설은 조 작가 부친의 파란만장한 생애를 담은 작품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5.16 군사정변을 일으킨 1961년부터 암살당한 1979년까지가 배경이다. 당시 조 작가의 아버지는 부산지역 초등교원노조 위원장으로 활동하다가 용공분자로 몰려 실직했다. 뜻있는 사회운동가에서 술주정뱅이 실직자로 전락한 아버지의 모습을 통해 한국 현대사의 아픔을 형상화했다.
조 작가는 "소설의 형식을 빌린 아버지의 자서전에 가까운 작품"이라며 "마치 초상화를 그리는 것처럼 아버지의 인생을 사실 그대로 담아 작업했다"고 설명했다. 소설은 작가에게 애증의 대상이었던 아버지를 다시 만나는 과정을 그려냈다. 그는 나이에 따라 달라지는 아버지에 대한 감정을 담담하게 써내려갔다. 실직 후 자식의 교육에 집착한 모습부터 사법시험을 보지 않겠다고 말하는 아들 앞에서 입고 있던 러닝셔츠를 찢으며 집밖을 뛰쳐나간 모습, 그토록 거부했지만 종교밖에 기댈 곳이 없는 무력한 모습 등 아버지의 조각, 조각을 충실히 그렸다.
조 작가는 "노조 운동을 하다 실직한 아버지가 거의 매일 술에 취해 있던 중학생 시절엔 하루빨리 아버지에게서 벗어나고 싶단 생각 뿐이었다"며 "하지만 나이가 들고 자녀를 키워보니 아버지를 다른 눈으로 바라보게 된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은 조 작가가 페이스북에 연재한 엽편소설(짧은 단편소설)을 모아 하나의 장편으로 엮었다. 46일간 원고지 약 20매 분량의 소설을 거의 매일 연재했고, 실시간으로 달리는 독자의 댓글을 피드백 삼았다. 제목에 광시곡(자유로운 형식의 기악곡)이 들어가는 것도 이 같은 형식과 연관이 깊다. 아버지에 대한 회상을 시간 순이 아니라 자유로운 연상으로 풀어냈다. 조 작가는 "소설 각 장이 그 자체로 완결된 이야기기 때문에 독자는 어느 장부터 읽어도 괜찮다"고 말했다.
조 작가는 본인과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가 독자들에게 아버지란 존재를 다시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그는 "소설을 읽은 독자들이 각자 아버지가 살아 온 인생을 되새기고, 내가 아버지를 어떤 태도로 대해 왔는지를 되돌아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