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대한 서방의 시각은 양분돼 있다.

미국의 보수세력들은 중국의 인권문제와 미국핵기술 반입, 대만문제 등을
거론하며 "중국 위협론"을 제기한다.

한편에서는 세계 주요시장으로 등장한 중국과 함께 성장해야 한다는 "중국
공존론"도 무성하다.

주룽지(주용기) 중국 총리는 지난달 미국을 방문했을때 이 두 부류의
인사들과 대면했다.

홍콩의 마지막 총독이었던 크리스 패튼은 일방적인 중국 공존론과 위협론을
모두 거부한다.

최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의 유고주재 중국대사관 오폭사건처럼 중국
문제는 사안에 따라 융통성있게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 정리= 박영태 기자 py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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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나토의 유고주재 중국대사관 폭격으로 미.중 관계가 삐끗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반미감정이, 미국에서도 반중감정이 일고 있다.

그러나 중국정부는 이번 사태로 미.중관계가 악화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관계가 악화되면 미국도 피해를 입지만 중국 자신도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앞서 지난달 주룽지 중국총리가 미국을 방문했을때 양국은 우호관계확대
만이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윈윈게임"을 확인했다.

따라서 오폭사건으로 지금 당장은 양국관계가 냉랭해졌지만 이는 일시적인
현상이다.

주 총리는 방미기간중 적잖은 성과를 거뒀다.

그는 중국의 이미지 개선을 위해 미국 정재계 지도자들을 상대로 세일즈
외교를 펼쳤다.

중국과의 관계악화를 원치않는 미국 정부도 그를 환대했다.

그동안 서방국가들의 대 중국 정책은 중국정부조차 혼란을 느낄 만큼
일관성이 없었다.

중국의 비도덕성을 힐난하다가도 금새 얼굴색을 바꿔 비위 맞추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제는 서방국가들이 실익도 없는 이같은 유화정책에 매달려서는 안된다.

중국의 눈치나 보면서 안달하고 꽁무니나 따라다녀서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중국을 있는 그대로의 상태에서 접근하지 않을 경우 시간만 헛되이 낭비
하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

중국이 서방국가들의 진정한 동반자가 될때까지는 서방의 일관된 시각에서
중국을 바라봐야 한다.

중국은 기회와 열망으로 가득찬 대국임에 틀림 없다.

그러나 이 것이 곧바로 서방에 위협요인이거나 막강한 경제력으로 귀결되는
것은 아니다.

중국이 "견고한 섬"(로버트 루빈 미국 재무장관)이라는 비유도 정확한
표현이라고 보기 어렵다.

중국 스스로도 자국이 불안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의 성장잠재력이 무한하다는 이유때문에 턱없이 호의를
베풀어서도 안되고 위압감을 느낄 필요도 없다.

서방국가들도 자신들이 그동안 얼마나 중국을 무기력하게 대해 왔는지를
깨달아야 한다.

서방국가들은 중국내 인권신장이나 시장개방, 국제문제에 대한 중국의
책임강화 등을 명분으로 중국에 무척이나 관대했다.

최근 중국은 반체제인사에게 강경조치를 취하고 대만에 대해 미사일 시위를
벌이고 있다.

그런가하면 유엔 평화유지군의 마케도니아 파병도 반대하는등 사사건건
서방국들과 마찰을 일으키고 있다.

이런 점들 때문에 미국이나 유럽기업에겐 중국에서의 사업전망이 그다지
밝지만은 않다.

서방국가들이 진정으로 중국과 가까워지기를 바란다면 중국이 더이상
서방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막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대 중국 외교정책이 서방국가의 기준에 따라 일관되게
이뤄져야 한다.

중국이 인권을 탄압할 경우 공식적으로 그것을 문제삼아야 한다.

중국이 인권관련의 국제규약을 준수하지 않을 경우 이를 유엔인권회의에
상정,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켜 중국을 압박할 필요가 있다.

서방국가들은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기를 바라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WTO가입을 경제적 시각이 아닌 정치적 시각으로 접근해서는
안된다.

예컨대 중국이 WTO가입을 원한다면 무역장벽 등 시장접근을 어렵게 하는
각종 규제들을 어떻게 제거해 갈 것인지 등에 대한 중국정부의 방침을 검토
하면 될 것이다.

WTO 가입을 정치문제와 연계시키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미국과 중국간 교역으로 볼때 더 아쉬운 측은 중국이다.

중국은 지난해 5백70억달러의 대미 무역흑자를 기록했다.

중국은 미국 시장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자국 시장을 개방할
수밖에 없다.

미국의 정치인이나 비즈니스맨들은 중국에 머리를 굽힐 이유가 없다.

중국과 대만의 관계에 대한 서방의 입장도 분명해야 한다.

그동안 서방은 대만의 독립을 지지하지 않고 중국은 무력으로 대만을 위협
하지 않는다는 묵시적인 합의가 있었다.

그러나 중국이 대만해협에 미사일을 배치한 행위는 기존의 묵계를 깬
것이다.

따라서 서방국가들이 무력에 의한 중국과 대만의 통일을 바라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중국은 서방의 적대국이 아닐 수도 있다.

그렇다고 우방국은 더더욱 아니다.

중국이 군사적 목적으로 핵기술을 빼가는 행위를 좌시해서는 안된다.

중국의 핵관련 비밀기술 도용혐의는 전략적 관계에서 이뤄진 것이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서방측은 또 중국정부가 티벳의 자치를 원하는 달라이 라마와 대화하도록
압력을 가할 필요가 있다.

클린턴 행정부는 중국에 대해 "제한적 개입정책"으로 위장된 포용정책을
구상하고 있다.

하지만 성과가 어떠했는지는 되짚어봐야 한다.

상당한 정치적 비용을 부담할 수밖에 없는 최고위급 방문외교는 가급적
자제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클린턴 대통령의 중국 방문기간은 9일이었지만 정작 정상회담은
고작 4시간에 그쳤고다.

큰 실익도 챙기지 못했다.

적절한 대 중국 포용정책은 교육이나 문화측면에서의 변화를 끊임없이
자극하는 것이다.

중국 대학생의 미국 유학을 적극 받아들이는 것은 그 한 수단이 될 수 있다.

중국이 언젠가는 서방의 참된 동반자가 될 것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중국의 정치지도자만을 위한 외교가 계속된다면 진정한
관계정립 시기는 점점 멀어질 것으로 보인다.

< LA타임스 신디케이트 독점전재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