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9년 한국그런포스 설립
<> 90년 외국인 투자인가(자본금 33억원)
<> 92년 충북 음성군 대소면 대풍리에 펌프조립공장 기공
<> 92년 증자
<> 93년 음성공장 준공
<> 서울 강남구 대치동 동신빌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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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2일 토요일 밤 11시30분.

한국그런포스의 이강호 사장 집에 요란하게 전화벨이 울렸다.

전화선을 타고 들려온 목소리는 서울시청 상수도본부 공무원의 다급한 부탁.

계속된 폭우로 지하철 7호선 태릉역 구간 11km가 완전히 잠겨버렸으니 즉시
그런포스의 배수펌프를 가져다 달라는 요청이었다.

다른 펌프제품을 써봤지만 배수속도가 느려 신속한 복구를 기대하기 어렵다
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 사장은 즉각 회사 직원들에게 연락했다.

그런포스 엔지니어들이 펌프를 갖고 현장에 도착한 것은 4시간만인 일요일
새벽 3시30분.

배수작업은 이틀밤을 새워 계속됐다.

3일만에 드디어 7호선은 재개통됐다.

"그런포스에 연락하지 않고 다른 펌프를 썼다면 1주일은 걸렸을 것"이란게
당시 시청 관계자의 말이었다.

시청은 지하철 복구에 공헌했다며 한국그런포스에 감사패까지 줬다.

제품을 팔면서 감사패까지 받은 것이다.

그런포스 코리아는 "우수한 품질"을 가장 큰 경쟁력으로 꼽는다.

덴마크에 본사를 둔 그런포스는 세계 3대 펌프제조회사.

한국에는 지난 89년 진출했다.

이 회사는 초기부터 철저히 현지화를 실천, 사장을 비롯 전직원이 모두
한국인으로 구성돼 있다.

충북 음성에 조립공장을 두고 있다.

특히 가스보일러용 소형 온수순환펌프는 국내시장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경쟁력이 있는 제품.

고층빌딩용 첨단펌프시장의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펌프는 물의 운송수단입니다. 사람이 사는 곳이면 어디라도 펌프는 필수
지요. 겉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모든 건물 구석구석에는 펌프가 들어가
있습니다"(이 사장)

국내 최대 워터파크인 에버랜드 캐리비안 베이, 경주 보문호에서 시원스런
물줄기를 뿜고 있는 분수, 기흥 삼성반도체 공장, 서울중앙병원, SK사옥,
대법원까지 모두가 그런포스의 펌프를 통해 물을 쓰고 있다.

탄탄한 인사관리도 이 회사의 장점.

설립초기부터 도입해 운용중인 "석세서 플랜(Succerssor Plan)"제도는 앞선
인사관리의 대표적인 예.

개개인의 잠재능력등을 파악, 현직외에 가장 적합한 자리가 어디인지까지
평가해 놓는다.

언제라도 수직.수평이동이 가능토록 준비해 두는 것.

갑자기 결원이 생겨도 대신할 후보자가 기다리고 있다.

물론 중간관리자감, 경영자감등도 미리미리 발굴해 놓는다.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즉각 교육과 연결된다.

직원들의 근무시간중 5%정도는 교육에 할당된다.

그러나 한국진출 이후 매년 20~30%의 성장을 지속해오던 이 회사도 최악의
건설경기 탓에 지난해 10년만에 첫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그런데도 이 회사는 직원들의 연봉을 올려줬다.

"절대액수는 줄었지만 어쨌든 흑자를 냈으니 직원들과 나누자"(이 사장)는
뜻에서다.

최악의 건설경기 속에서도 10년 연속 흑자를 기록한 기업.

우수한 품질과 직원에 대한 투자가 한국 그런포스의 이런 저력을 떠받치고
있는 셈이다.

< 노혜령 기자 hro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