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의 송찬규 전주 영업지점장(과장)은 올해 명함을 새로 찍었다.

직함이 "사장"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다른 39명의 영업지점장들도 마찬가지다.

대상이 전국 40개 영업지점을 지사개념으로 바꾸고 소사장제를 전면 도입
한데 따른 것.

말만 사장이 아니다.

이들의 권한을 보면 각 지사는 영락없는 하나의 기업체다.

우선 철저한 독립채산제로 운영된다.

직원은 몇명이나 채용할까, 담당지역내 대리점은 몇개 두는것이 가장 효율적
일까, 영업전략은 어떻게 구사할까 등 모든것을 알아서 결정한다.

제품가격도 맘대로 정할수 있다.

지역특성을 고려할때 최고의 매출과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가격이면 된다.

심지어 제품개발 기능도 주어진다.

"우리지역에서는 이런 상품이 팔리겠다" 싶은 생각이 들면 본사에 의뢰해
제품화할 수도 있다.

지역에 맞는 광고전략도 별도로 짠다.

이렇게 해서 낸 목표초과 이익분중 25%는 영업지사의 몫이다.

앞으로 "한두해 지나면 회장보다 연봉이 많은 직원도 생겨날 가능성도
있다"(김선학 대상 유통개발실 과장)

대상이 소사장제를 통해 노리는 것은 "기업가 마인드 정착".

모든 직원이 "사장"인듯 일에 매달린다면 효율성은 자연히 높아지게 된다.

한마디로 "남의 장사"란 마인드를 "내장사"로 바꾸자는 것이다.

지난 한해동안 소사장제를 시범운영했던 송 지사장은 "직원 스스로가 경영
의 주체, 손익센터의 중심에 서 있다는 의식을 갖게 된게 가장 큰 변화이자
성과"라고 말했다.

송 지사장이 올해 매출증가율 목표는 예년보다 3~4배나 높은 35%로 정한
것도 직원들의 마인드 변화에 따른 효율성 향상에 기초한 것이다.

실제로 대상이 소사장제 전면도입에 앞서 지난해 시범실시한 전주 청주 등
7개 지역의 경우 매출이 다른 지역보다 평균 5~10% 높았다.

A영업지역점의 경우 50명이던 판촉여사원을 40명으로 줄인뒤 여기서 절감된
인건비를 면대면 판매, 이벤트, 매장의 1급 매대 확보 등 효율적인 판촉
활동비로 돌려 매출을 올리는 등 각종 효율화 아이디어가 잇따랐다.

코오롱상사 김홍기 사장의 올해 경영방침 일성은 "기업가형 사원"이었다.

수동적인 "월급쟁이"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기업가"로
변신하자는 것.

이를 위해 코오롱상사는 사업부별로 이익의 일부를 직원들이 갖는 능력급제
를 도입키로 했다.

제도이름도 사장을 뜻하는 "BOSS"로 붙였다.

내주부터는 사내 방송을 통해 "우리는 기업가"란 특집프로그램을 내보내는
등 기업가 바람을 불어넣는다는 계획이다.

김 사장은 직접 사내방송에 출연, "기업가형 사원"의 모델도 제시할 예정.

비단 대상과 코오롱뿐 아니다.

요즘 대기업들은 앞다퉈 기업가 정신무장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를위한 시스템이 독립채산형 사업부제.

유니트(삼성물산), BG(두산), PG(효성), 소사장(대상), SBU(삼양사),
컴퍼니(새한), MU.BU(한화)제도 등 이름은 제각각이지만 본질은 같다.

대기업을 사업별 소기업으로 쪼개 경영에 대한 모든 책임과 권한을 이양
하는 대신 번만큼 돈을 가져가도록 하는 것이다.

이 제도의 최대장점은 책임경영.

각 사업의 실적에 대한 책임소재가 분명해지기 때문에 효율성이 높아진다.

사업별 손익이나 재무구조가 투명하게 드러나 부실사업은 퇴출되는 구조
조정의 효과도 볼수 있다.

한국식 경영의 대표적인 폐단으로 지적돼온 선단식 경영의 고리를 시스템
적으로 끊을 수 있다는 얘기다.

새한은 올해부터 사내뱅크제를 도입했다.

이 사내뱅크는 마치 금융기관처럼 사업부별로 신용을 평가한뒤 여기에
따라 돈을 지원해줄지 여부를 결정한다.

신용이 우수한 사업부는 싼 이자로 자금을 지원받지만 실적이 나쁜 사업부
는 비싼 이자를 물거나 아예 자금지원을 차단당한다.

수익성이 없는 사업부는 자연히 도산하는 것.

신용평가를 하자면 사업부별 손익이나 대차대조, 현금흐름 등을 봐야 하기
때문에 사업부별 경영상태가 투명해진다는 부수 효과도 있다.

직원들의 경영소질도 미리 체크해 CEO(최고경영자) 후계자를 체계적으로
발굴, 양성할수 있다는 점도 사업부제의 장점이다.

회사를 53개 사업유니트로 쪼개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삼성물산은
올초 한번에 2직급 승격할 수 있는 대발탁제를 도입했다.

물론 강력한 인센티브를 통해 효율성을 높이자는게 1차 목표.

그러나 경영능력이 탁월한 직원을 조기발굴하자는 뜻도 있다.

선진기업에 비해 취약한 점으로 꼽히는 "CEO의 체계적인 발탁과 육성"
코스를 마련한 셈.

생산자 중심의 시대는 이미 막을 내렸다.

글로벌 경제속에서 소비자가 선택할수 있는 폭은 무한대로 넓어지고 있다.

이제 소비자의 시대다.

그래서 하버드 경영대 교수이자 경영컨설턴트인 로자베스 모스 캔터는
저서 "월드클래스(World Class)"에서 "고객처럼 생각하는 것"을 글로벌
경제시대의 성공포인트로 봤다.

그러자면 끊임없는 혁신은 필수요소다.

캔터 교수가 "기업가적인 조직체"를 강조한 것도 기업가정신 만큼 강력한
혁신의 원동력이 없기 때문이다.

< 노혜령 기자 hroh@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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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요기업의 사업부제 특징 ]

<> 삼성물산

-독립 사업조직 단위 : 유니트
-특징 : .53개 사업유니트로 구성
.두개 직급 한번에 승격할 수 있는 대발탁제 도입
.사내 도산제 실시

<> 삼성SDS

-독립 사업조직 단위 : 사업부
-특징 : .13개 사업부
.현장중심 조직

<> 한화

-독립 사업조직 단위 : BU-MU
-특징 : .30개 BU, 67개 MU로 구성
.사업단위별 손익계산서, 대차대조표 캐시플로, EVA, ROIC 작성

<> 두산

-독립 사업조직 단위 : BG-BU
-특징 : .9개 BG, 15개 BU로 구성
.BG장이 독자경영권 행사

<> 효성

-독립 사업조직 단위 : PG-PU
-특징 : .5개 PG 33개 PU로 구성
PU장은 직급에 관계없이 "사장"으로 통하며 독자 경영권 행사

<> 대상

-독립 사업조직 단위 : 영업지사
-특징 : .팀운영 지역별로 40개 영업조직을 별도 기업처럼 운영
.지역영업책임자들에게 "소시장제" 도입
.목표이익 초과분중 25%는 해당 직원에게 분배

<> 새한

-독립 사업조직 단위 : 컴퍼니
-특징 : .18개 컴퍼니로 구성
.사내뱅크제로 컴퍼니 실적에 따라 자금지원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