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기업들의 수출전선에 먹구름이 가득하다.

동남아 국가들의 환율이 큰폭으로 떨어지면서 중저가 소비재쪽은 가격경쟁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런 난관을 극복하고 있는 기업들도 적지 않다.

중국에서 화장품을 팔고 있는 이재일씨와 일본에서 왕성한 활동력을 보이고
있는 (주)진로가 대표적인 경우다.

이재일씨는 현지인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발로 뛰는 영업으로 성공한
케이스.

진로도 뚫고 들어가기 힘든 것으로 정평이 난 일본에서 우뚝 선 성공케이스.

고가전략과 밀착 마케팅이 먹혀들어갔다.

이들외에도 어려운 상황을 헤치며 해외에서 성공을 거둔 예는 많다.

그들의 성공전략을 현지에서 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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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 판매상인 이재일(41)씨는 중국 장쑤성 양저우시에선 "유명인사"다.

현지 화장품 업계뿐만 아니라 관청에서도 모르는 사람이 없다.

이씨는 세계각국의 유명화장품 회사들이 대도시 백화점을 중심으로 판매망을
구축하고 있을 때인 지난 92년 지방도시인 양저우를 파고 들었다.

당시 그럴듯한 화장품이 없던 양저우에서 한국산은 "세계 최고"라는 평가를
받았다.

현지 여성들 사이에 한국산 화장품이 프랑스나 영국 미국산 화장품보다
더 좋다는 인식이 퍼질 정도였다.

외제 화장품으로선 한국산이 유일했기 때문이다.

이씨는 "한때 국내 유명회사 뿐 아니라 도산한 회사의 화장품도 없어서
못팔 정도로 호황을 누렸다"고 말한다.

중국시장을 파고드는 시점과 노력 여하에 따라선 이런 인기품목이 수두룩
하다는 게 중국에 진출한 기업인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바로 "틈새시장"을 잘 파고들면 불황 속에서도 "큰 시장"이 있다는 얘기다.

주로 일본이나 미국 영국 대만 홍콩 등의 기업들이 손길을 뻗치지 않는
곳이나 중국의 정책변화로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품목들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중국본부는 <>주방설비 <>비디오폰 <>종이제품
제조설비 <>농기계(수확기, 탈곡기) <>메리야스 <>절연전선 <>폴리카보네이트
<>축전기(콘덴서) <>인쇄용지 <>인쇄회로 <>염료 <>계면활성제 <>페인트
<>절단기 <>유리섬유 <>접착테이프 <>벽지 <>화장품 <>여성의류 <>PVC건자재
등 20여개를 틈새시장 품목으로 분석했다.

이중 주방설비는 중국 수입시장을 석권할 가능성이 엿보이는 품목이다.

중국이 올상반기에 수입한 8백90만달러어치의 주방설비중 21.3%(1백90만
달러)가 한국산이었다.

이런 추세로 가면 연말쯤에는 중국 주방설비 수입시장의 30% 이상을
한국산이 차지할 가능성도 있다.

농기계는 앞으로 수요가 엄청나게 늘어날 품목이다.

중국당국은 지난 14일 끝난 전국인민대표대회 제3차회의(약칭 3중전회)에서
농업생산력 증진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을 확정했다.

농기계 보급을 대폭 늘려 생산효율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이에 필요한 것이 탈곡기 이앙기 경운기 등 농기계.

중국당국은 외환유출을 엄격하게 통제하면서도 이례적으로 농기계의
수입관세율을 낮춰 외국산 제품 도입을 촉진한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종이제품 제조설비의 수출전망도 밝다.

중국은 올상반기중에 종이제품 제조설비를 작년 상반기보다 1백20% 늘어난
1억6천9백만달러어치를 수입했다.

국내 기업들의 노력 여하에 따라선 현재 1.5% 수준인 중국 종이제품
제조설비시장 점유율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건자재도 중국시장에서 효자노릇을 할 수 있는 품목이다.

페인트와 벽지 PVC건자재 등은 중국당국이 지난 7월1일부터 주택공급제도를
무상공급에서 개인구입제로 바꾸면서 수요가 폭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창민 베이징 한화유공경무유한공사 총경리는 "일시에 많은 물량을 갖고
중국시장에 달려들면 중국당국이 곧바로 견제에 나선다"면서 "중국
유통업체와 손잡고 표시나지 않게 틈새시장을 파고들면 의외의 수확을 올릴
수 있다"고 말한다.

허베이성 랑팡에서 아크릴방적사 생산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권혁일
랑방한일방직유한공사 총경리는 "중국정부의 정책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를
파악하면 큰 시장이 있다"고 조언한다.

KOTRA는 올해 틈새시장 품목만으로 지난해(12억달러)보다 60% 이상 늘어난
20억달러어치를 수출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베이징=김영근 특파원 ked@mx.cei.gov.c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