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기업들의 기술이전 형태를 보면 그 기술이 자신들에게 더 이상
유용하지 않을 경우, 그 기술이 비록 유용성이 있다 할지라도 기술이전을
하지 않으면 상대방이 그 기술을 조만간 개발해 낼 능력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등이다. (중략)

경영능력이란 외국에서 그대로 배워올수 없는 것이다.

우리 고유의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 고심하며 만들어 내야
한다"

이상은 고려대 김인수 교수의 논문에서 발췌한 것이다.

최근 많은 금융기관들이 외국의 이름있는 컨설팅업체들에 거래나
관리시스템에서 조직전반의 재구축에 이르기까지 용역을 의뢰하고 있다.

바야흐로 국내금융기관들이 이들 컨설팅업체의 물좋은 시장이 되고 있다.

그리고 그 대가도 수백만달러를 상회하는 것이 보통이다.

국내의 인적자원이나 기술로는 개발할 수 없고 또 그것이 꼭 필요하다면
그 이상의 대가를 지급하더라도 어쩔 수 없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경우도 적지않다는 생각이다.

경영컨설팅은 컨설턴트들의 자질과 능력도 중요하지만 컨설턴트들이
피컨설팅업체의 실태와 경영환경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피컨설팅업체의
직원들이 컨설팅 결과를 자기의 것으로 만들때만 가치가 있다.

분야에 따라서는 국내에도 외국 컨설팅사에 못지않은 인적자원이 많다.

수년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마코위치 교수가 서울과 도쿄를 방문하고서
한국에 미국에서 교육받은 재무학 박사가 그렇게 많은줄은 몰랐다고
말한적이 있다.

꼭 숫자만 많다고 해서 하는 말은 아니다.

이들의 자질 또한 외국 컨설턴트보다 결코 낮지 않다.

특히 누가 한국의 실상을 더 잘 알고 있느냐로 들어가면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국컨설팅만을 고집하는 것은 막연히 외국 것이 좋을
것이라는 최고경영자들의 무지에 큰 책임이 있다.

컨설팅의 결과를 수용할 수 있는 자세,특히 컨설팅을 왜 받는가에 대한
목적의식이 제대로 정립되지 못한 것도 문제다.

반드시 개혁하겠다는 의지와 수용태세가 갖추어지지 않았다면 컨설팅을
받을 필요가 없다.

최근 금융과 기업개혁의 순서로 부질없는 논쟁이 벌어졌었다.

금융개혁과 기업개혁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기업에 대한 선별기능과 자금의 중개기능이 마비된 금융기관의 개혁없이
기업개혁은 불가능하고 마찬가지로 부실채권을 양산하는 기업에 대한
개혁없이 금융개혁 또한 불가능하다.

지금까지 수차에 걸친 금융개혁 시도가 실패로 끝난 것은 금융개혁을
금융제도나 금융산업의 문제로만 한정하여 접근했기 때문이다.

우리 금융기관들의 폐쇄적인 인사관리도 책임이 크다.

시스템개발담당자의 경우 그들의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외부전문가의
접근을 철저하게 막고 있다.

우리 사회전반에 만연되어 있는 학문적 사대주의도 책임이 크다.

최근 부즈 알렌 보고서 작성의 한 참여자가 이렇게 실토했다 한다.

"한국의 문제에 대해 이미 국내에 그렇게 많은 연구가 있었다는데 대해
놀랐고 더 놀란 것은 이중에서 한가지도 실천된 것이 없다는 사실이다"

물론 외환위기 이후 금융기관들이 외국업체에 용역을 의뢰하는 것은
대외적인 신뢰를 위해 마지못해 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필요하지도 않은 부문에 그것도 과다한 대가를
지불해서는 안된다.

돈은 돈대로 주고 봉노릇을 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외국회사에 용역을 줄때는 먼저 꼭 필요한 것인가, 국내에서는 용역의
수행이 불가능한가, 용역비는 적절한가 등을 꼼꼼히 따져보아야 할 것이다.

특히 용역을 의뢰할 경우 포괄적으로 할 것이 아니라 가능한한 이미
개발된 소프트웨어를 구입하거나 불가피한 경우 세부부문별로 의뢰하여
외화의 낭비를 막아야 한다.

앞으로 금융산업의 경쟁력은 정보기술력에 달려있다.

우리 스스로 기술을 개발하여 차근차근 쌓아가지 않고 외국의 기술에만
의존한다면 산업의 발전은 커녕 영원히 외국의 기술속국에서 벗어날 수 없다.

특히 컨설팅이라는 이름하에 외국컨설팅사에 넘겨주는 우리 금융산업의
정보도 생각해보아야 한다.

어려울 때 일수록 우리가 가지고 있는 고급인적자원을 최대한 활용하고
교육훈련에 드는 돈은 비용이 아니라 투자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세계적인
두뇌경쟁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