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19일 기아그룹및 그 협력업체에 대한 몇가지 지원대책을 발표했다.

우선 <>인도네시아 국민차사업을 위한 기아출자금 2천2백50만달러
<>기아특수강발행 CB(전환사채)원리금 3천3백70만달러를 산은등을 통해
지원토록하고, 협력업체보유 진성어음할인이 원활히 이루어지도록 금융기관을
독려하겠다는 것등이 주요골자다.

강만수 재경원차관 주재로 열린 "기아관련 관계기관 대책회의"가 내놓은
이같은 대책을 하나하나 뜯어보면서 우리는 그 내용이 너무 미온적이고
소극적인 듯한 느낌을 떨쳐버리기 어렵다.

이미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 매우 절박하기 때문에 특히 그런 생각이 든다.

포항제철이 각서를 받고 철강재를 정상적으로 공급키로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효성등 일부업체가 핵심적인 부품공급을 중단할
움직임을 보이는등 기아자동차의 생산중단은 초읽기에 들어간 상태다.

기아특수강은 오늘부터 전면적인 조업중단에 들어갔다.

협력업체의 연쇄부도도 하나둘 현실로 나타나기 시작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대우자동차등 자동차메이커들이 기아에도 함께 납품해온
5백82개 협력업체에 대해 자금을 지원하는등 업계차원의 대책을 세우면서
정부에 대해 크라이슬러가 경영난에 빠졌을 때 미국정부가 취한 지원방식을
검토해달라고 촉구하고 나선 것도 상황이 상황이기 때문이다.

만약 기아협력업체들의 연쇄부도가 확산된다면 다른 자동차업체들도
생산차질이 빚어지는 것은 불가피할 것이다.

미국정부가 크라이슬러에 대해 15억달러에 달하는 채무보증등 금융지원
조치를 취했던 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이 회사의 도산이나 생산중단이
몰고올 경제.사회적 충격을 감안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같은 이유로 기아자동차가 생산을 중단하는 사태가 없도록 정부가
좀더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지원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인도네시아 국민차사업지원등 정부에서 대주기로한 자금도 5천억원을
넘어서는 만큼 결코 적은 금액이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생산차질이 빚어지는
상황이 없도록 하려면 국내에서의 운영자금도 추가적인 지원이 있어야할
것이다.

"기아협력업체에 대한 신용보증기관의 상업어음할인 특례보증"은
협력업체의 연쇄부도를 막기위한 것이겠지만 금융관행에 비추어 실효성이
매우 의심스럽다.

글자그대로 특례적인 지원을 할 필요성이 있는 상황임을 감안할때
기아진성어음에 대해서는 창구지도등을 통해 자동적인 할인이 이루어지도록
해야할 것이다.

비슷한 사건이 있을 때마다 진성어음할인을 보장하겠다는 발표가 있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못했던 점을 되새겨볼 때 그럴 필요가 있다.

관련은행들을 지원하기 위한 한은특융등도 필요하다면 서두를 필요가
있다는게 우리 생각이다.

관념적인 특혜시비가 두려워 멈칫거리고만 있을 때가 아니다.

이같은 지원조치를 앞당기기 위해 회사측이 가시적인 자구조치를 취해야할
것은 물론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