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를 넘기고서도 전혀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노동계의 파업사태가
마침내 현대자동차의 무기한 전면휴업이라는 불행한 사태를 불러오고 말았다.

"휴업"이란,직장폐쇄와는 성격이 다르지만 생산라인은 물론 회사의 모든
업무가 중지된다는 점에서 그 충격은 직장폐쇄에 버금간다고도 할 수 있다.

우리는 현대자동차가 휴업이라는 초강수를 택하지 않을수 없었던 배경을
십분 이해한다.

지난 보름동안 현대는 노조측의 교묘한 부분파업전술로 4만3천여대의
생산차질과 4천여억원의 매출손실을 입었다고 한다.

정부와 국민의 무관심속에 이렇게 속으로 골병이 드느니 차라리 스스로
전면휴업을 택함으로써 정부 노동계 국민 모두에게 사태의 심각성을
일깨움과 동시에 조기해결을 촉구하려는 고육지책으로 여겨진다.

현대의 이같은 대응은 지금까지 관행처럼돼온 "조업방해"나 "파행조업"
등을 더이상 방치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경영계
전체에 적잖은 파장을 가져올 것이 확실하다.

우리는 정부.여당의 노동법 기습처리에 따른 노-정갈등이 애꿎게도
노-사갈등으로 비화되고 있음을 심히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파업-휴업의
확산 및 장기화는 무슨 일이 있어도 막아야 함을 강조하고자 한다.

휴업이나 직장폐쇄는 회사측이 취할수 있는 마지막 수단이다.

최후의 순간까지도 피할수만 있다면 피해야할 조치인 것이다.

자해와도 같은 이러한 극한처방을 내리지 않을수 없도록 회사를 궁지에
몰아넣는다는 것은 노조의 입장에서도 현명한 처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회사의 문이 열려 있을때 투쟁이고 뭐고 가능한 것이다.

파업-휴업사태의 확산은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나라경제를 돌이킬수 없는
수렁으로 빠뜨림은 물론 근로자 개개인의 삶까지 파괴해 버린다는 점을
노사 모두가 진지하게 생각해주기 바란다.

이번 사태를 지켜보면서 우리는 무엇보다도 정부.여당의 사태수습능력에
대해 실망을 감출수 없다.

노동법 기습처리 이후 닥칠 노동계의 반발은 충분히 예견됐던 일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확고하고 치밀한 사후대책이 마련되어 있어야 했다.

그런데도 안이한 상황판단과 미온적 태도로 노-정갈등을 방치해
기업의 곤욕과 국민불안을 증폭시키고 있음은 실로 유감이다.

지금의 사태는 정부.여당의 힘만으로는 해결되기 어렵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정부와 여당은 즉각 대화와 타협에 나서야 한다.

불법파업을 주동하는 노동계 지휘부에 대해서는 엄정하고 단호하게
대처해 나가야 하지만 사태해결을 위한 야당및 노동계와의 대화를
주저해선 안된다.

그런 의미에서 엊그제 여당이 노동계와의 TV토론을 제의하고 정부관계자가
노동관계법의 3월시행후 재개정 용의를 비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진정으로 나라경제를 걱정한다면 모든 경제 주체들이 서로 한발씩
양보하면서 파업-휴업사태 종식에 함께 발벗고 나서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