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통령후보 지명을 위한 전당대회가 본격 개막됨에 따라 미국 기업들의
정치헌금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기업별로 수십만~수백만달러에 이르는 뭉칫돈이 민주.공화 양당에게 기부
되는가 하면 자동차나 전화, 항공권 제공 등 전당대회 개최를 지원하기 위한
현물제공도 줄을 잇고 있다.

차기 미행정부를 이끌어나가게 될 대통령후보들이 "섭섭하게 느끼지 않도록"
정치헌금을 내놓아 미리 보험을 들어두겠다는 심산이다.

민주.공화 양당에게 각각 10만달러씩을 제공한 테네코사의 마이크 배지넷
대변인은 노골적으로 "우리 회사의 이름이 양당의 지도부에 친근하게 기억
되기를 원한다"고 말할 정도다.

이같은 재계의 지원에 힘입어 공화당은 이번 샌디에이고 전당대회를 계기로
1천2백만달러 이상의 자금을 만들었다.

민주당도 벌써 시카고 전당대회 준비를 위해 비슷한 금액의 돈을 모았다.

최대 헌금자는 담배회사인 필립 모리스.

클린턴 행정부의 흡연규제 정책에 불만을 품고 있는 이 회사는 마치
공화당 후보가 꼭 당선돼야 한다는 듯 지난 18개월간 무려 1백63만달러에
달하는 거금을 쾌척했다.

그 다음은 <>RJR 나비스코(97만달러) <>아메리칸 파이낸셜 그룹(79만
4천달러) <>애틀랜틱 리치필드(61만5천달러) <>US 토바코(44만8천달러)
등이 뒤를 이었다.

또 미국 최대의 통신회사인 AT&T가 41만달러를 내놓은 것을 비롯,
뉴스코퍼레이션(35만달러), 코카콜라(29만달러), 앤호이저부시(28만달러),
MCI텔레콤(27만달러), 아메리카은행(23만달러), 보잉(21만7천달러),
월트디즈니(17만5천달러) 등 이름난 대기업들이 공화당 헌금대열에 동참했다.

현금 대신 현물을 지원해 정치권의 환심을 사두려는 기업들도 많다.

미연방선거위원회에 따르면 AT&T는 이번 전당대회용으로만 양당에게
똑같이 10만달러씩 기부한데 이어 샌디에이고와 시카고의 전당대회장
주변에 1백40만달러 이상의 전화서비스를 무상으로 제공키로 했다.

또 미국 최대의 자동차메이커인 GM은 공화당에게 60대, 민주당에게 52대의
자동차를 제공했다.

이같은 기업들의 정치현금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치자금의 수요가 있는 한
공급이 뒤따르기 마련"이라며 "기업들은 헌금을 통해 영향력을 사고 싶어
한다"고 지적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