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 경제현실로 보아 자본재의 국산화 사업만큼 업계와 정부
공동노력이 절실히 필요한 분야도 달리 없을 것이다.

우리 경제의 최대 취약부문인 자본재 산업에 획기적 돌파구를 마련해
보자는 논의가 요즘 업계와 정부내에서 활발히 일고 있는 것은 그런
의미에서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전경련은 9일 회장단 회의에서 자본재 국산화를 위한 재계차원의
사업계획을 내놓았다.

30대 그룹별로 특성에 맞는 자본재를 선정해 집중 육성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협력해 부품-소재 공동개발에 적극 나선다는 것이 핵심내용
이다.

특히 자본재 독자기술을 갖고 있는 중소기업에 대기업이 적극적으로
자본참여해 관련 기술을 사업화하고 협력업체의 기술개발을 모기업이 적극
지원키로 한 것은 오늘날 우리 경제의 골칫거리중 하나인 중소기업 문제를
해결하는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올바른 방향설정이라고 할수
있다.

우리의 고질적인 대일무역적자를 해소하려면 국산화를 통해 자본재의
일본 의존도를 줄여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이같은 공감대를 바탕으로 정부는 지난해 5월 우리 자본재 산업을 국산화
차원을 넘어 수출전략산업으로 키우기 위한 종합대책을 내놓았고, 그동안
부분적으로 정부의 개선 의지를 확인할수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구체적 시행이 미뤄져온 국산기계 구입을 위한 외화대출을 올 하반기부터
허용키로 한 것도 그같은 노력의 하나로 평가된다.

그러나 자본재 국산화사업은 정부나 재계의 어느 일방적 노력에 의해
달성될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아마도 자본재산업 육성은 정부의 역할이 갈수록 줄어드는 자유경제체제
아래서 정부가 할수 있는 마지막 큰 역할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정부가 국내산업 보호를 위해 실시해온 수입선다변화 제도도 미국 일본등
선진국 정부와 업계의 맹공을 받아 대폭 완화하지 않으면 안될 처지에
놓여 있다.

현재 다변화 품목은 162개로 줄어들었고 그나마 올 7월에 다시 추가
해제될 예정이며 늦어도 2000년까지는 제도자체를 폐지해야 할 입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취할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자본재산업의 경쟁력을
키워 외국산에 뒤지지 않는 값싸고 질좋은 자본재를 생산해내는 길밖에
달리 없다.

물론 하루아침에 될 일이 아니겠지만 그렇다고 차일피일 미루기엔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

우리 자본재기술이 일본에 최소한 6년이상 뒤져 있으며 품질면에서는
일본의 75% 수준에 불과하다는 한국경제연구원 조사결과는 앞으로 자본재
국산화사업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준다.

꾸준한 연구개발노력과 기술인력 양성에 모든 대책의 초점이 모아져야
한다.

아울러 국산 자본재에 대한 국내 업체들의 뿌리깊은 불신을 걷어내지
않고서는 정책의 실효를 거둘수 없다.

우리경제의 앞날은 자본재산업에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며 자본재산업의
경쟁력확보를 세계화의 당면과제로 인식하는 것이 마땅하다.

자본재 국산화를 위해 보다 과감하고 집중적인 민-관차원의 공동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