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뉴델리 주재 어느 일본 외교관이 인도와 중국의 경제현실을 다음과
같이 비교했다고 한다.

"중국은 겉으론 안정돼 보이지만 속은 그렇지 못한데 반해 인도는 겉으론
혼란스럽지만 속은 안정돼 있다"

한편 지난해 인도를 돌아본 어느 미국 언론인은 "비록 경제자유화 4년째
이지만 이보다 중요한 것은 50년 가까이 진정한 민주정치를 실천해왔고
무려 3세기째 영국식 법치를 지켜온 점"을 중국에 빗대어 설명했다.

우리는 솔직히 말해 인도를 인도를 잘 모르고 있으며 알려는 노력도 별로
하지 않았다.

물론 그것은 우리만의 책임은 아니다.

인도 쪽에도 있다.

인도는 정치적으로는 의회 민주주의를 충실히 실천해왔지만 경제적으로는
사회주의계획경제를 고수해 왔다.

일찍이 대규모 철강공장과 수입대체산업에 주력했고 구소련과의 경제협력에
보다 적극적인 경향이었다.

그러나 91년 라오 총리의 집권과 더불어 이른바 "신경제정책"을 추진하면서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바뀌었다.

아직도 미진한 구석이 많고 갈길이 멀지만 개방과 자유화가 착실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따라서 미국 일본 유럽 국가들은 진작부터 인도진출에
열을 올리고 있다.

김영삼 대통령은 어제 4일간의 인도 국빈 방문을 끝내고 지금은 싱가포르를
방문중이다.

김대통령의 이번 인도 방문성과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뭐니뭐니 해도
통상-경제 협력증진의 기초를 확실하게 다진 사실이라고 해야 한다.

지난 93년9월 라오 총리의 한국 방문에 이은 김대통령의 이번 인도 답방을
계기로 이제 두 나라 관계는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먼것 같던 인도가 우리곁에, 우리와 멀지 않은 이웃으로 성큼 다가섰다.

태평양과 동아시아에 머물렀던 우리의 지평이 인도양과 서아시아까지
확대되기에 이르렀다.

더디지만 개방의지의 확고함이 확인되었고 늦었지만 한-인 양국간의
통상-경제협력이 장차 크게 확대될 기틀이 마련되었다.

남은 일은 쌍방 정부와 기업인들이 그것을 계속 발전시키고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양국은 이번에 투자보장협정을 체결했고 외무 장관을 수석으로 하는 정부간
공동위원회를 설치하여 연1회 정례적으로 회의를 갖기로 했다.

또한 지난해에 19억달러에 불과했던 교역량을 5년안에 50억달러까지
늘리고 2억5,000만달러에 불과한 대인도 투자규모를 30억달러수준까지 끌어
올리기로 했다.

대단히 야심적인 목표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 이상이 될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번 방문에 앞서 현대와 삼성이 이미 도합 20억달러에 가까운 투자사업
승인을 인도 정부로부터 받은 것만 봐도 알수 있다.

중요한 것은 실행이다.

방문을 전후해서 고조됐던 관심과 열기를 식지 않게 이어가고 결실을 맺게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양국 정부와 기업인의 꾸준한 노력과 빈번한 교류가
있어야 한다.

무역규모의 확대 못지 않게 균형에도 관심을 쏟아야 한다.

인도 경제의 엄청난 잠재력에 관해서는 긴 말이 필요없다.

문제는 발굴이고 활용이다.

이번에 그 가닥이 잡혔다고 하겠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