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남구 도화동 기계공단내에 위치한 미주제강.

자재를 실은 트럭들은 활짝 열린 공장문을 분주하게 나서고 지게차들이
쉴새없이 철강제품들을 쌓아 올린다.

마당에 쌓인 제품과 생산설비, 운반용 크레인등 모든 것이 철강일색이다.

심지어 사무실 복도와 계단도 철판으로 짜맞췄다.

공장 여기저기에 플래카드들이 많이 부착돼 있다.

"원가로 기술로 이기자" "꿈이 있는 미주가족" "발전하는 미주, 꿈과
희망이 있는 미주".

플래카드의 구호처럼 이회사의 노사관계는 원칙과 합리성에 기초하고 있다.

장영일노조위원장은 지난 87년 노조설립후 3대째 직선 노조위원장을 연임
하고 있다.

격동의 시대를 거쳐온 산업현장에서 그리 흔치않은 사례이다.

근로자들의 신임도 한몸에 받고 있다.

장위원장은 "경영자에게 큰소리 치면 근로자들에게 선명성은 내보일수
있을지 몰라도 실익은 없다. 임금을 포함한 복리제도확충과 산재율감소등
실질적인 내용들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런 생각의 연장선상에서 이뤄낸게 올해 단체협상에서 도입한 직장인
보장보험이다.

노사는 근로자와 가족들이 재해를 당했을때 보험혜택을 받을수 있도록
회사와 근로자가 보험료를 절반씩내 보장보험을 들기로 합의했다.

당장 수당을 인상하는 것보다 장기적으로 유리하다는 노조측의 판단에
회사측도 동의한 것이다.

미주제강 노사의 임금협상은 보통 10차례를 넘지 않는다.

실리추구를 지향하는 노조의 노선과 높은 생산성유지를 우선시하는
회사측의 합리적인 태도가 어우러져 원만한 타결을 이뤄낸다.

노사간의 이같은 조화로운 모습으로 지난 91년 산업평화대상을 받기도
했다.

그렇다고해서 노조가 항상 회사측에 끌려간다고 보면 오산이다.

미주제강의 노조는 일은 열심히 하되 받을 것은 철저하게 받아내겠다는
자세를 갖고있다.

권도중대표는 "평시의 미주가족 만족도는 80%인데 노사협상때는 45%로
떨어진다"고 조크할 정도이다.

미주제강 노사는 산재예방활동을 통해 결속을 다져나가고 있다.

제2공장 한켠에 생산설비중의 하나인 브레커가 작동을 멈춘채 서있다.

브레커작동과 함께 주변 철강부스러기가 근로자에게 상처를 입힐 우려가
있다는 진단에 따라 대책마련을 위해 작동을 중단한 것이다.

산재예방 사례발표회와 교육은 수시로 열린다.

노사공동으로 2명이 하루 2번씩 공장을 순찰, 위험요인은 즉시 제거하고
필요할 경우 작업금지도 서슴치 않는다.

2년전 4%대에 달했던 산재사고율이 지금은 0,9%대로 떨어졌다.

노사가 잘되기 위해서는 노조결속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미주제강에서
발견할수 있다.

지난 93년 이강권 수석부위원장의 부인이 직장을 다니다 중병을 얻자
노조는 인천노동청등에 탄원을 제기 산재해택을 받을수 있도록 했다.

근로자들도 모금운동을 펼쳐 6백만원을 치료비에 보탰다.

박상희회장은 근로자들의 복리후생을 시중은행 수준으로 끌어 올리겠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

지난 92년 동방제강을 인수해 미주제강을 설립할때도 단체협약안을 승계
하면서까지 근로자 권익보호에 힘쓴 결과 흔들림없이 성장을 계속할수
있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권대표도 노조와 호흡을 척척 맞춰가며 경영일선을 지휘하고 있다.

권대표는 회사간부 중심으로 매달 한번씩 열리는 경영실적및 평가계획회의
에 노조위원장이 꼭 참석하도록 제도화 했다.

회사의 속사정을 훤히 알게된 위원장은 근로자들에게 알려야 할 부분을
자료로 만들어 노조 대의원회의에 전달한다.

근로자들에게도 자연스럽게 회사의 실적과 운영방향이 전해져 투명한
경영이 실천되는 것이다.

권대표는 " 숨기고 싶은 내용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노조위원장의 격을
인정해 주는 것이 전체 근로자를 설득하는 것이라는 생각으로 이제도를
시행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한다.

미주제강의 복리후생은 웬만한 기업에 떨어지지 않는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복리후생 제도개선을 끝까지 확인해야 직성이 풀리는
경영진의 집요함이다.

권대표는 구호에 그치는 복리후생확충 산재예방등은 전혀 소용이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근로자들이 손에 묻은 기름때를 씻고 상추쌈을 먹을수 있도록 급수시설을
확충했다.

사소한데서부터 실질적인 복리후생이 출발한다는 생각으로 개선사항을
일일이 확인 한다.

미주제강은 이같은 노사간 화합과 내실을 바탕으로 매년 25-37%의
고속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MIJU상표를 등록할 정도로 엘리베이터 가이드레일은 고품질의 제품을
생산, 동남아시장에서 일본업체들을 앞서고 있다.

권대표는 "아산 부곡공단에 10만평규모의 신공장이 완공되면 세계적인
마케팅능력과 함께 유수의 공장으로 성장할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보인다.

장위원장은 "해외에 나가보니 자국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서는 노사정이
따로 없더라"는 경험을 설명하면서 "우리 노조도 투쟁은 최후의 선택으로
유보해 놓고 대화등 여러 방법을 동원해 요구를 관철하는 노하우를 쌓아
나가야 할것"이라고 지적한다.

(인천=김희영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