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유보안(안녕하십니까)" "이수뜨디(감사합니다)" 한국 단독투자기업인
엘피스랑카의 아침은 활기찬 인사로 시작된다.

이 회사의 사장과 간부들은 직원보다 30분 먼저 출근,코코넛과 바나나나무
아래 줄지어서서 직원들에게 90도각도로 정중하게 인사를 건넨다.

종업원들의 노고에 대한 감사의 표시라고 한다.

엘피스랑카는 이랜드가 자본금 1백54만달러를 단독 출자해 만든
의류업체. 콜롬보북쪽 28km 떨어진 자일라에 위치해 있다.

지난해 매출은 1천3백20만달러로 93년의 9백만달러보다 47% 증가했다.

이창덕사장은 "스리랑카에서의 성공은 종업원과의 원만한 관계유지에
달렸다"고 말한다.

인도양의 보석으로 불리는 스리랑카는 중소기업의 천국이다.

이곳에 진출한 한국기업은 모두 1백44개사.이중 1백17개사는 수출지향형
기업이며 나머지는 음식점등 내수기업이다.

진웅 갑을방적 KB랑카 씨앤에이취 이화산업 요업개발등이 대표적인
업체이다.

섬유 잡화 보석가공 완구 텐트등 경공업제품이 주종을 이루며 이중
90%이상이 성공적인 경영을 하고 있다.

세계 어느지역보다도 해외진출기업의 성공확률이 높다.

그만큼 기업들은 자신감에 넘쳐 있다.

지난 78년 덕성무역의 의류공장으로부터 시작된 한국의 스리랑카투자는
80년대후반 본격화돼 진출기업 숫자로는 최대 진출국가로 자리잡았다.

콜롬보나 네곰보,카투나야케공단,캔디등 스리랑카 전역 어디에서나
쉽게 한국인을 만날수 있다.

2위투자국인 일본의 97개,3위인 홍콩의 83개에 비교해 훨씬 많아 이
지역에서 터줏대감으로 자리잡았다.

"스리랑카는 국민들이 영어를 할줄 알고 온순합니다. 또 선진국으로
수출땐 쿼터적용을 안받는 품목이 많고 일반특혜관세 혜택을 받는등
여러가지 이점이 있지요"

외국인투자를 총괄하는 바스 구나와르데나 스리랑카투자청(BOI)총재는
외국인투자의 장점을 이같이 설명한다.

게다가 외환거래가 자유화돼 있어 과실송금에 아무런 제한이 없다.

평균인건비는 월 60~80달러수준이고 인력은 풍부하다.

스리랑카는 전역이 수출가공지대(EPZ)이다.

스리랑카 정부는 카투나야케 비야가마등 3개지역에 불과한 수출가공지대를
92년 전국으로 확대,수출기업의 입주를 활성화시켰다.

"스리랑카의 내수시장은 작습니다. 그러나 해상교통의 요충이고
인도라는 커다란 배후시장을 갖고 있습니다. 중소기업은 위험부담이
큰 인도시장에 직접 뛰어드는 것보다는 스리랑카에서 경험을 쌓은뒤
진출하는게 좋습니다"

섬유부자재업체인 구룡랑카의 이윤 사장은 스리랑카가 남한의 3분의2에
불과한 작은 나라이지만 무한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고 말한다.

특히 한국기업들은 떠오르는 인도등 서남아시장은 물론 중동 동남아와
미국 유럽시장을 겨냥할수 있는 지역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최근 2년동안 한국기업을 비롯한 외국기업의 스리랑카진출은
주춤해졌다.

내전과 노사분규 투자유인책축소로 진출을 점차 꺼리고 있는 것이다.

투자승인을 기준으로 매년 10건이 넘던 한국기업진출이 93년 6건 94년
4건 올해 3건으로 줄고 있다.

"타밀반군에 의해 내전상태로 치닫고 있는 북부사태는 앞으로 외국기업
진출의 향방을 좌우하는 알파와 오메가가 될 것입니다"

홍정표 주스리랑카 한국대사는 북부사태가 해결되면 투자진출이 제2의
전성기를 맞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스리랑카내 소수민족인 타밀족의 급진파는 독립을 외치며 동북부지역을
장악, 무력투쟁에 나서고 있다.

이지역에선 정부군과의 교전이 수시로 일어나고 있다.

뿐만아니라 테러에 의해 공항과 일급호텔에서 폭발사고도 종종 발생한다.

또 하나의 걸림돌은 노사분규이다.

개발독재형 정치가 막을 내리고 작년 하반기에 총선과 대선이 실시되면서
노동자의 욕구가 분출, 노사분규가 폭발적으로 일어났다.

이들은 임금 50%인상 불법파업주동자 복직등을 내세우며 대규모
사업장에선 거의 빼놓지 않고 분규를 일으켰다.

스리랑카 진출기업중 일본의 도자기업체인 노리다케사와 호주의 수술용
고무장갑업체인 얀셀사의 분규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들 양사는 작년 11월 발생한 분규로 경영자가 감금당하고 신변위협을
받는 사태까지 발생,직장폐쇄와 함께 철수를 추진하기도 했다.

한국기업에선 다행히 이런 심각한 일이 벌어지진 않았지만 각사가 크고
작은 분규를 경험했다.

스리랑카정부는 외국인투자기업에 대한 5~15년동안의 법인세면제조치
(tax holiday) 를 지난 93년 12월부터 없애고 15%의 세금을 부과하기
시작했다.

내전등으로 재정수요가 급증해서였다.

이로인해 투자여건은 인도등 타지역보다 불리해졌다.

투자기업들은 여러경로로 스리랑카정부에 대해 면세조치부활을 강력히
건의하고 있어 조만간 면세조치는 다시 살아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이곳 기업들은 전망하고 있다.

스리랑카에 진출했다가 도산위기에 직면하는등 어려움에 봉착한
한국기업은 5개사정도이다.

라벨업체인 D사,스웨터업체인 G사,테니스라켓업체인 T사등이 예이다.

하지만 이들기업은 투자여건이 안맞았다기보다는 한국에서 거의
도산지경에 이른 상태에서 투자해 모기업의 부실이 투자기업으로
연결된 사례가 대부분이다.

도의관콜롬보무역관장은 이러한 몇몇 기업들이 그동안 쌓아온 한국기업의
좋은 이미지에 흠집을 내고 있다고 걱정했다.

여건이 악화되고 있어도 아직까지 스리랑카는 타지역보다는 한국기업들이
사업하기는 괜찮은 곳이라고 업계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스리랑카내 한국기업에서 생산되는 의류를 연간 1천만달러어치 수출하는
바잉오피스 퍼시픽트레일사의 방수만사장은 "인건비도 오르고 있으나
아직은 상당기간 스리랑카에서의 사업은 경쟁력이 있다"고 말한다.

스리랑카에 진출한 한국기업가운데 절반가량인 약 60개사의 투자진출을
자문해온 간라스법률사무소의 간라스 변호사는 "여러가지 투자환경을
고려해 볼때 아직도 한국기업이 1백개사 정도는 더 진출할 여지가 있다"고
말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