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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관계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인 미국 코넬대 해리 카츠교수가 본사가
벌이고 있는 노사협력캠페인의 성공을 기원하면서 특별기고문을 보내왔다.

미국 노사관계의 전반적인 실태와 한국에의 시사점을 지적한 기고문에서
카츠교수는 "기업이 노조를 협력의 동반자로 삼아야만 무한경쟁시대를 이겨
나갈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의 기고문 내용을 소개한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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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노조조직률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지난 53년 33%수준에 달했던 조직률이 올해에는 11%선까지 내려왔다.

공기업보다 민간기업의 조직률이 급격하게 떨어지고있다.

이는 새로 들어서는 산업시설과 공장에서 노조설립이 쉽지 않은데다 지난
80년이후 많은 공장들이 비용절감을 위해 해외로 옮겨갔기 때문이다.

특히 반도체산업처럼 젊은 근로자들이 많은 사업장의 경우 노조결성이
상당히 어려운 실정이다.

뿐만 아니라 90년대들어 경영혁신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는 다운사이징과
조기퇴직제등 리엔지니어링바람도 노조의 입지를 약화시키고 있다.

리엔지니어링은 근로자와 중간관리층을 괴롭게 한다.

이들에게는 충격이나 다름없는 감원이나 전보조치가 서슴없이 취해진다.

제록스나 코닝사등 협력적 노사관계로 잘 알려진 기업들도 이런 문제로
새로운 갈등이 야기되고 있다.

최근 IBM과 AT&T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근로자와 중간
관리층들은 경영진에 대해 상당히 분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손에 "리엔지니어링"과 "해고"라는 두개의 칼자루를 쥐고 "전횡"을
일삼는다는 비판이다.

더욱이 90년대들어 이윤을 많이 내는 회사일수록 다운사이징을 선호하고
있어 근로자들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그러나 무작정 다운사이징을 주요수단으로 하는 기업의 경영전략은 단기적
으로 효과가 있을지 모르나 장기적으로는 실패할수밖에 없다.

미국기업은 전통적으로 인적자원보다 기술.자본투자를 중시하는 태도를
지녀왔다.

이것은 좋지 않다.

과연 인적자원에 대한 투자를 하지 않고 미국기업이 국제경쟁에서 살아
남을수 있겠는가.

80년대들어 미국의 대외경쟁력 약화가 가장 우려되는 업종은 자동차와
철강 기계업종이었다.

그러나 이들 업종은 근로자에 대한 교육훈련, 팀제도입, 유연한 임금체계등
사업장내의 혁신을 통해 이같은 우려를 씻어내는데 성공했다.

엔진부품 컴퓨터소프트웨어전문업체인 TRW사와 통신회사인 벨사우스사를
비롯 주방용가구생산업체인 프락터&갬블, 코게&팔마등 미국의 초우량기업들
은 인적자원을 중시하는 경영전략으로 90년대의 험난한 경쟁파고를 넘고
있다.

이들업체가 도입하고있는 팀제는 개인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최대한 발휘할
수있는 동기와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있다.

제록스 코닝 새턴사처럼 80년대이후 제2의 도약을 이룬 업체들을 살펴보면
회사측과 노조측이 잘 정비된 팀제와 성과배분제를 통해 협력적 노사관계를
구축하고 있다는 것을 금방 알수있다.

이 기업들의 노조는 상당한 역량을 갖고 있다.

회사측과 갈등이 있어도 문제해결능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 공장이전 재정 기술분야등 전략적경영에도 폭넓게 참여한다.

각종 의사결정과정에 노사가 같이 참여함으로써 회사의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한 공감이 쉽게 이뤄진다.

경영자들은 더이상 외롭지 않다.

노조는 훌륭한 동업자인 동시에 충실한 조언자이다.

따라서 단순히 노조조직률이 낮아진다고하여 현장에서 노조의 비중이나
역할이 경시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질적인 측면에서 강화되고 있다.

협력적 관계속에서 노조는 경영전략에 근로자들을 동원하고 참여시키는데
효율적인 구심체가 될수있다.

설령 협력적 마인드를 갖춘 최고경영자나 공장장이 권위주의적인 인물로
교체되더라도 노조는 견제역할을 할수있다.

이런 노조가 없는 회사는 근로자를 관리하고 기존의 지휘 감독위주의
"도제적"인 작업스타일을 유지하기 위해 무거운 부담을 안아야 한다.

단순히 생산성만을 강화하려는 회사측의 의지는 근로자들의 비협조와 반발
에 봉착하기 십상이다.

따라서 무한경쟁시대의 경영전략을 수립하는 회사는 협력파트너로서 노조를
인정하고 동참을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국은 미국만큼 고용불안이 심각하지 않다.

각종 법적 규제가 있을 뿐만 아니라 근로자들의 힘도 비교적 강해 사업
정리차원의 해고도 쉽지 않다.

현재 한국이 안고있는 당면과제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중 하나는 대립적
노사관계의 해소이다.

이를 위해서는 노사쌍방의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노조를 경원시하거나 두려워하는 사용자들은 미국의 캐터필러사처럼 앞으로
값비싼 대가를 치르게될 것이다.

중소기업들은 어려운 가운데서도 꾸준한 인적 투자와 작업장개선노력을
통해 바람직한 노조의 기능을 살려나가야 한다.

노조도 협력파트너로 대우받을수 있는 의지와 능력을 갖춰야 한다.

대내외의 역동적 변화에 대응할만한 합리적인 의사결정체계와 혁신적인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

단기적인 임금인상에 매달리기보다 사용자에게 교육과 복지부문에 대한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새로운 노조전략수립이 필요한 시점이다.

< 정리=조일훈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