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뤼셀=김영규특파원 ]유럽연합(EU)이 "국경없는 유럽건설"을 향한 거보를
독일 프랑스 벨기에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스페인 포르투갈등 EU 7개 회원국
은 26일부터 공항에서 셍겐출국장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 출국장을 이용,역내를 오가는 여행객은 이전과는 달리 비자는 물론
여권검사까지 면제받게 된다.

셍겐회원국내 여행은 이제 국내여행처럼 완전히 자유러워진 것이다.

"셍겐"협정 가입국들은 국경검문폐지에 대비, 공항단장에 한창이다.

브뤼셀은 금년초 신공항을 준공했으며 프랑크푸르트는 5천만달러를 투자,
셍겐여행객을 위한 3개의 휴게실을 만들었다.

암스테르담은 금년내 공항내부의 구조변경을 완료할 계획이다.

육로및 해상이동도 마찬가지다.

자동차여행의 경우 지금도 대부분의 국경에서 여권검사제도를 폐지, 국경을
지나는 사실을 인지하기 힘들 정도였으나 이제는 형식적으로 설치된 검문소
마저 사라지게 됐다.

난민급증및 범죄자의 도피,그리고 마약등 불법상품의 거래를 방지하기 위해
이날부터 셍겐정보시스템(SIS)이 본격 가동됐다.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 본부를 둔 SIS는 60여명의 전문인력이 현상범
망명자 범법자 실종자등의 신상을 수록한 초대형컴퓨터를 활용, 범죄예방에
대비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또 7개국간 정보교환을 확대, 한나라에서 입국을 회피하는 인물은 다른
나라에서도 입국을 금지하는 동조체제도 구축했다.

셍겐협정에 참여하지 않은 나머지 8개 EU회원국중 오스트리아가 4월,
이탈리아는 내년부터 여기에 동참할 예정이며 조만간 영국 아일랜드등 일부
를 제외한 대부분 유럽국가들이 가담할 전망이다.

지난 84년 독일 프랑스 룩셈부르크등 3개국에 접해 있는 셍겐에서 EU
회원국간 "국경없는 유럽건설"을 약속한지 10년여.

이제 셍겐조약의 발효로 제한점이나마 사람 상품 자본 서비스등 4대분야의
역내이동 자유화를 실현, 유럽통합을 가속화할수 있는 발판을 다진 셈이다.

그러나 이같은 거보의 뒷면에는 상당한 문제점도 드러나고 있다.

SIS를 가동하고 회원국간 정보교환을 강화해도 국경폐쇄에 따른 범죄자
국외도피와 불법이민증가를 효율적으로 막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는 시각이
강하다.

실례로 프랑스와 무비자협정을 맺고있는 크로아티아의 경우 프랑스에
들어오면 나머지 6개국 어느곳에서나 불법거주가 가능해진다.

가뜩이나 실업문제에 시달려온 유럽인들은 국경개방을 상당히 불안한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

독일 바이에른주는 주민들의 이런 불안을 의식, 체코와 오스트리아 국경내
30km 이내에서는 경찰이 불심검문을 할수 있도록 관련법규를 개정했으며
프랑스도 국경인근의 교통통제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영국이 셍겐협정 비준을 끝내 거부한 것도 이런 우려가 크게 반영된 결과
였다.

역내국간 이동자유화에 대한 대가로 역외권 국민들의 역내진입이 그만큼
어려워진다는 사실도 짚어볼 문제다.

독일이 3천여명의 인력을 폴란드국경에 배치하는등 동구권 스위스등
역외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국가들은 오히려 관련지역의 경비를 보다
강화하고 나섰다.

한국이나 미국처럼 무비자 입국대상 국민들도 이들 7개국을 들어설때는
이전보다 엄격한 입국조사를 받게 된다.

국경검문폐지와 이로인한 사람의 자유이동.

분명 유럽통합을 위한 중요한 일보임에는 틀림없다.

유럽 관광업계는 벌써부터 "여권없는 유럽여행"이란 구호를 내걸고 여름
바캉스 여행패키지를 내거는 상승을 발휘하고 나섰다.

그러나 역외국 입장에서보면 셍겐조약은 EU접근을 어렵게 만드는 또다른
장벽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안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