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록 <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

[[[ 기업의 세계화 (상) ]]]

과거 우리나라에서 기업하면 "성장의 주역"이라기 보다는 "탐욕의 화신"
이었다.

기업가가 듣기에 무척 억울하고 섭섭하였다.

"배불려 놓으니 딴소리라고"

일반국민과 기업가의 이런 푸념은 갑작스런 경제성장의 부산물이다.

성장의 결과에 대해 각각 보상이 미흡하다고 생각한 탓이다.

함께 고생하고 어려울때 우리는 갈등없는 "동무 동무 어깨동무"었다.

과거 2~30년간 "하면된다"는 정신하에 열심히 일해왔던 대다수 근로자,
애국하는 심정으로 국산품을 사용했던 일반국민은 1980년대 중반이후
흑자국에의 기쁨도 잠깐, 천정부지로 뛰는 집값과 부동산 가격에 아연했다.

평생모아야 내집마련이 불가능하다는 절망감에 사로잡힌 것이다.

이때 유독 집없는 설움에 자살하는 사람이 많았다.

배곱은 설움도 슬펐지만 이제는 빈부의 차이가 국민의 아픔으로 작용하게
된 것이다.

민주화과정의 급격한 임금인상요구도 어쩌면 함께 고생산 기업에 대한
박탈감과 탐욕에 대한 배신감의 표현인지도 모른다.

기업과 일반 근로자 국민간의 앙금이 아물기 전에 우리 경제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였다.

세계경제환경의 변화로 개방이란 피할수 없는 복병을 만난 것이다.

싫든 좋든 근로자 국민은 한번더 노력해야 겠다는 기업은 부정적 이미지
탈피를 통해 국민의 기업으로 거듭날 필요성이 제기된 것이다.

이제 기업의 할일이란 무한경쟁이란 개방경제하에서 세계를 상대로 열심히
싸워 우리나라를 20C 세계의 중심국가로 만드는 것이다.

최근 대다수 국민이 국가경쟁력강화, 세계화추진과 관련한 기업의 변신
노력에 찬사를 보내고 격려하는 것은 다시한번 기업의 역할에 기대를 걸고
있는 때문이다.

다시한번 노력해 보자는 무언의 협조의사이다.

다행히 우리기업은 정부나 국민보다 세계화에 앞서 있다.

그동안 종합상사를 중심으로 열심히 수출하면서 많은 인력이 보다 넓은
세계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피와 땀과 눈물로서 얻은 값진 것이다.

손짓 발짓 눈치로서 얻게 된 귀중한 우리의 자산인 것이다.

하지만 세계인류기업과 비교할때 우리기업의 세계화 수준은 아직 요원하다.

정부의 국내시장보호조치로 앞선 선진기법을 배울 필요가 없었다.

배워와도 못된 것만 배워왔다.

국내기업끼리 아전투구하느라 생산성 증대보다 불필요한 자존심 싸움에
귀중한 노력과 국가자산을 낭비한 면이 있다.

질보다 양만 중시하다 보니 상품의 부가가치제고에는 역부족이 되었다.

자본설비나 부품은 수입하고 실요한 관련기술은 선진국을 보방하고 베끼기
는데 만족했다.

1980년 중반 흑자경제란 천재일우의 기회를 기회를 땅투기등 재테크에
탕진하느라 기술개발과 상품개발에 소홀히 했다.

오늘날 경쟁력약화의 일요인이 급등한 땅값과 부족한 기술에 있음을 생각
하면 통곡할 일이다.

그만큼 우리기업에 있어서 세계화로의 길을 멀고도 먼 것이다.

세계화된 표현으로 이것을 "롱 롱웨이 투 고우"라고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