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차 ‘한·중·일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가 지난 5일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렸다. 올해 의장국인 한국의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재한 이번 회의에서는 의미 있는 공동 관심사들이 테이블에 올랐다. 3국의 공동선언문에 반영된 “모든 형태의 보호무역주의를 배격할 것”이라는 합의가 대표적이다. 트럼프식 미국우선주의를 다분히 의식한 것이겠지만, 개방과 교역 확대가 더 평평한 세상을 구현한다는 측면에서 이 시기에 꼭 필요한 국제적 가치 연대다. 공동선언문은 “무역이 생산성을 향상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경제성장의 가장 중요한 엔진이라는 점에 동의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이 또한 재론의 여지가 없는 정언(正言)의 명제다.

한·중·일이 공동의 지향점을 확인하면서 함께 번영의 길로 가는 것은 미래발전 차원에서 고무적인 일이다. 가뜩이나 한·중 간에는 사드 문제로, 한·일 간에는 소녀상 등 과거사로, 중·일 간에도 영토분쟁 등으로 굵은 매듭이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럴수록 상호 무역 및 투자 확대, 경제협력의 유용성은 커진다. 개방확대를 위한 국제공조 필요성도 계속 커질 것이다. 굳이 우호통상과 교역 확대가 항구적 국제 평화에 절대적이라는 칸트의 ‘영구평화론’까지 끌어들일 것도 없다.

유감인 것은 이번 회담에 중국만 재무장관 대신 차관이 참석했다는 점이다. 중앙은행 쪽에서도 총재 대신 인민은행의 국제국 부국장이 참석했다. 재무장관이나 인민은행 총재에게 정말로 피치 못 할 사정이 생겼다면 차관이든 국장 대참이든 형식이 문제될 수는 없다. 하지만 중국 측이 회의 바로 전날에 참석자 변경을 알려왔다고 하니 의구심이 가는 것이다. 치졸하고 유치한 대국주의나 속 보이는 봉건적 중화사상의 어두운 그림자가 느껴진다. 더구나 이번 회의에서 성명으로 채택된 ‘보호무역주의 배격’은 중국도 절실하게 매달려온 국가적 아젠다였다.

‘G2’로까지 대우받는 중국이 국제적 리더 국가가 되려면 갖춰야 할 게 적지 않다. 무엇보다도 보편적, 이성적 국가가 되면서 인류 공통의 가치부터 공유해야 한다. 국제사회에서 ‘덩치만 커졌다’거나 심지어 ‘21세기형 중화 패권’이라는 비판도 공공연하다는 사실에 중국은 진지하게 주목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