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인재 엑소더스] "혁신의 시간 얼마 안 남아…4차 산업혁명 구경꾼 될 판"
“앞으로 2~3년이면 4차 산업혁명의 승패가 갈립니다. 1분1초가 중요한 때입니다.”

서울대 교정에서 16일 만난 차상균 서울대 빅데이터 연구원장(전기정보공학부 교수·사진)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말을 거듭했다. 자칫하다간 “4차 산업혁명은 남의 나라 얘기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 선전 국책연구원의 영입 제안에 대해선 “(한국에서) 후진을 양성하는 게 나의 책무”라고 선을 그었다.

차 교수는 국내 빅데이터 분야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세계적 빅데이터 처리 기술인 ‘SAP 하나(HANA)’가 그의 ‘작품’이다. 2000년 제자들과 함께 벤처기업 TIM을 창업해 기술을 개발한 뒤 독일의 기업용 소프트웨어 업체인 SAP에 회사와 기술을 팔았다. 이 기술은 SAP가 빅데이터 플랫폼을 내놓는 데 원천으로 활용됐다.

차 교수는 “빅데이터는 4차 산업혁명의 엔진”이라고 강조했다. “정보기술(IT)뿐만 아니라 제조·금융·의료 등 모든 산업의 ‘비기(秘記)’가 한군데 모이는 게 빅데이터”라며 “빅데이터를 장악해야 미래 산업을 지배할 수 있다”고 했다.

세계는 앞다퉈 ‘빅데이터 전쟁’에 들어간 상태다. 구글, 애플 등 IT기업은 물론 제너럴 일렉트릭(GE)과 지멘스 등 제조업체까지 빅데이터를 활용한 ‘스마트공장’에 매년 조단위 자본을 투자하고 있다. 대학도 마찬가지다. 미국 제조업의 산실인 러스트벨트(Rust belt: 미 북동부와 중서부 일부지역)의 대표 대학인 미시간주립대는 빅데이터 인재 양성에 1억달러(약 1100억원)를 투입했다.

차 교수는 “한국만 이런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가 몸담고 있는 서울대만 해도 그렇다. 서울대가 내년 3월 개원을 목표로 했던 데이터사이언스 혁신대학원(가칭)은 사실상 표류 상태다. 차 교수는 “대통령 탄핵 사태로 국정 공백이 생기면서 정부와의 대화 채널이 끊겼다”고 설명했다.

당초 300명을 목표로 잡았던 정원도 50명으로 잠정 축소됐다. 대학원을 신설하려면 교육부 인가를 받은 뒤 기획재정부로부터 예산을 배정받아야 한다. 대학원 정원이 묶여 있는 한국에선 대학원 신설이 다른 학과 정원의 감소를 의미하기 때문에 만만치 않다. 차 교수는 “미국 실리콘밸리는 분기마다 수천명의 빅데이터 전문가를 흡수하고 있다”며 “우리도 빨리 인재를 키워야 한다”고 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