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ESG] ESG Now
AI 돌봄 서비스를 체험하고 있는 모습. 사진 : SK텔레콤
AI 돌봄 서비스를 체험하고 있는 모습. 사진 : SK텔레콤
국내 통신사들이 사회의 관심이 필요한 곳에 인공지능(AI) 기술로 따뜻한 손길을 건네고 있다. 고립 생활을 하는 고령자에게 AI 스피커로 안부를 묻는 돌봄 서비스를 지원하거나 TV 시청 패턴을 분석해 고령자 안전을 관리하는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AI 관제 기술을 적용해 안전 취약 지역의 위험성을 낮추는 기업도 나왔다.

지난 9월 12일 경남 양산시에 살고 있는 우 모 씨는 아침부터 갑작스러운 복통에 시달렸다. 몸을 가누기 어려울 정도로 고통이 심해지자 그는 SK텔레콤의 AI 스피커에 도움을 청했다. 이 스피커를 통해 우 씨의 다급한 목소리를 확인한 관제센터는 119에 구조를 요청했다. 양산 베데스다병원 응급실로 이송된 우 씨는 1차 진료 후 방광 결석 진단을 받고 울산대병원으로 이송됐다. SK텔레콤의 AI 스피커가 우 씨의 구조 요청을 확인한 덕분에 의료진의 발빠른 대처가 가능했다.

SK텔레콤의 AI 돌봄 서비스가 이처럼 접수한 구조 요청 건수는 지난 1~9월에만 2289건. 이 중 9분의 1에 해당하는 249건이 실제 119의 출동으로 이어졌다. SK텔레콤이 2019년 4월부터 AI 기술을 활용한 돌봄 서비스를 전개하며서 이룬 성과다. 이 서비스가 119 구조에 성공한 사례는 2019년 15건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210건에 달했다.
통신 3사, AI 기술로 사회 공헌 ‘드라이브’
SKT, AI 돌봄 이용자 2만 명 ‘눈앞’

최근 SK텔레콤은 지난 8월에 실시한 고독사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대구 지역 내 고독사 위험이 높은 중장년층 1000여 명에게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이 통신사의 돌봄 서비스를 이용하는 지자체는 전국 105곳, 적용 대상인 고령자 수는 1만9000여 명에 이른다. 사회적 관심이 필요한 60대 이상 1인 가구가 이 서비스의 주 이용자다.

이 돌봄 서비스의 핵심은 음성인식이 가능한 AI 스피커 ‘누구(NUGU)’다. 이 스피커는 평상시 어르신의 삶에 즐거움을 더하는 친구 역할을 한다. 이용자와 대화하는 방식으로 음악·기상예보·뉴스 등 콘텐츠를 제공한다. 감성이 섞인 일상 이야기를 나누며 오늘의 운세를 알려주기도 한다. 건강관리 기능은 덤이다. 심리상담 프로그램이나 이준영 서울대 의대 교수와 SK텔레콤이 함께 개발한 치매 예방용 인지 강화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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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스피커의 진가가 드러나는 건 비상 상황이다. 이용자가 “아리아 살려줘” 하고 외치면 AI 스피커가 이 내용을 관제센터에 전달한다. SK텔레콤은 행복커넥트와 함께 24시간 휴일 없이 운영되는 통합관제시스템을 운용하고 있다. 스피커 사용 패턴이 갑자기 바뀌거나 이용자의 말투가 어눌해지는 경우에도 이 시스템이 안부를 확인한다. 비상 상황인 경우 이 관제시스템이 즉각 119에 구조를 요청한다. SK텔레콤은 신속한 구조를 위해 소방청뿐 아니라 SK쉴더스와도 협업 체계를 구축했다.

SK텔레콤은 사람처럼 말하는 AI 스피커가 고독사 예방뿐 아니라 어르신의 심리 안정에도 기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통신사는 AI 돌봄 서비스로 2021년부터 지난 상반기까지 약 800건의 심리상담을 지원했다. 어르신들의 사전 동의를 받은 뒤 “죽고 싶어”, “우울해” 같은 부정적 표현을 일주일에 3회 이상 말한 경우를 상담 대상자로 추렸다. 이렇게 실시된 심리상담의 유형은 정서 문제(38%), 신체 기능 문제(27%), 대인관계(18%) 순으로 많았다.

SK텔레콤은 AI를 활용한 안부 확인 전화 서비스도 공급하고 있다. 성남시와 협업해 올해 말까지 이 지역 내 65세 이상 고독사 위험 가구 100곳을 대상으로 이 서비스를 시범 운영하기로 했다. 통화 수·발신량, 모바일 데이터 사용 여부, 휴대폰 사용 이력 등을 분석한 뒤 이상이 있는 경우 AI가 전화로 안부를 묻는다. SK텔레콤은 한국전력공사와 협업해 이상 여부를 확인하는 지표로 전기 사용량 및 사용 패턴도 확보했다. 성남시는 이 AI 안부 전화 서비스를 내년 정식 시행할 계획이다.


TV 시청 패턴 파악해 이상 여부 파악

KT도 AI 돌봄 서비스로 전국 각지에 온기를 전파하고 있다. 지난 9월 전남 강진군에 AI 스피커와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한 AI 돌봄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지역에서 돌봄이 필요한 20가구가 우선 대상이다. 이들은 평소엔 AI 스피커를 말벗이나 음악 듣기 용도로 쓰다가 위급 시 도움을 청할 수 있다. IoT와 연계된 덕분에 스피커를 통해 음성 명령으로 전등 스위치를 제어하는 것도 가능하다. 어르신이 미동도 없거나 현관문이 열려 있는 경우엔 이를 지자체 담당자가 파악할 수 있다.

KT는 TV 시청 패턴을 파악하는 기술도 돌봄 서비스에 적용했다. 이 통신사는 지난 8월 전남 진도군 70가구를 대상으로 AI 스피커를 활용한 ‘지니TV 케어’ 서비스를 시작했다. 기존 AI 스피커 서비스에 AI가 인터넷TV(IPTV) 시청 정보를 분석하는 기능이 추가됐다. TV가 장시간 꺼져 있거나 같은 채널만 시청하는 상태가 계속되는 경우 AI가 이를 감지해 보건소 담당자와 보호자에게 상황을 알려준다. KT는 사회 안전망 확충에 지니 TV 케어를 적용한 뒤 개인 고객용 상품으로도 사업 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다.

LG유플러스는 안전 사각지대에서 AI를 활용한 사회 공헌 기회를 찾았다. 지난 9월 금천구, 금천경찰서 등과 협업해 서울 금천구 내 공중화장실에 ‘유플러스 스마트레이더’를 구축하기로 했다. 이 스마트레이더는 손바닥만 한 장비로 사람의 실내 움직임을 감지할 수 있는 AI 모니터링 플랫폼이다. 이 플랫폼을 이용하면 화장실 이용자의 쓰러짐 사고, 장기 재실 여부 등을 원격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응급 상황이 발생하면 스마트레이더가 경찰서에 통보한다.

이 플랫폼은 영상 장비가 아닌 레이더 주파수를 활용하기 때문에 폐쇄회로 TV(CCTV)와 달리 사각지대나 어두운 공간에서도 운용이 가능하다. 동작을 픽토그램(그림문자)으로 간략하게 표현하는 만큼 영상 촬영으로 인한 사생활 침해 우려도 없다. LG유플러스는 지난 8월 서울 동대문구 내 공중화장실에도 이 장비를 설치했다. 공공기관 위주로 스마트레이더를 보급한 뒤 병원, 요양 시설, 민간 산업 시설 등으로 공급 영역을 넓힐 예정이다.

이주현 한국경제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