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받게 되면, 일정한 프리미엄을 더해서 바로 전매해주겠다’는 취지로 분양회사나 분양대행사의 직원들로부터 약속받고서 취득한 분양권이 장기간 전매되지 않아 고민하는 상담을 많이 받게 된다. 프리미엄은 고사하고 손해를 감수하고서 무작정 처분하려고 해도 전매자를 구하기가 쉽지가 않은 경우가 많다. 더구나, 최근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투기대책으로 부동산시장이 경색될 조짐이 장기화되고, 다주택을 보유한다는 자체가 큰 짐이 되는 상황에서 분양권거래는 더욱 어려워지고 있어, 실수요가 아니라 투자차원에서 분양권을 취득하게 된 이들의 고민은 더욱 크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분양권을 취득한 사람들의 한결같은 의문은, 분양회사나 대행사 직원으로부터 ‘틀림없이 전매해 주겠다’는 약속하에 분양권을 취득하였기 때문에 분양회사측이 이를 다시 사주거나 아니면 원래 약속대로 전매해 주어야 하는 것이 법적으로 당연하지 않느냐라는 것이다.
그러나, 재판실무적으로 접근한다면 이렇게 간단하게 생각할 수 없다.
먼저, 분양회사나 대행사가 분양권을 전매해 주기로 약속했다는 사실을 입증하기가 곤란하다.
이러한 약속이 이행되지 않았음을 이유로 소송(계약해제에 기한 분양대금반환 내지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하게 될 경우, 민사소송법상으로 주장사실에 대한 입증은 당연히 주장하는 원고에게 있기 때문에 분양계약 당시에 분양권을 전매해 주기로 약속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분양을 받은 측에서 재판부에 납득할만한 입증을 해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약속의 대부분은 서면이 아닌 말로 이루어지는 것이 보통이어서 그 입증이 용이하지 않다. 더구나, 다시 찾아가서 그런 약속이 있었다는 사실을 녹음하려고 해도, 녹음을 의식해서 대화를 극도로 조심하는 경향이 있어 녹음이 여의치가 않을 때가 많다. 또한, 이러한 약속은 대부분 분양회사가 아니라 분양대행사의 직원들에 이루어지는 것이 일반적인데, 법적으로 문제가 발생해서 담당자를 물색해보면 이미 분양대행업무가 종료되어 행방이 묘연한 경우가 태반이다. 결국, 전매약속사실을 입증하는 자체부터가 난관에 부딪히는 것이다.
그리고, 전매약속사실이 어렵게 입증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약속의 의미에 대해서 법적으로 논란이 될 수 있다. 즉, ‘전매해 주겠다’는 의미를 “법적”으로 전매하기로 약속했다는 의미로 해석해서 전매가 이루어지지 않을 때는 그에 대한 “법적” 책임을 부담하는 의미로 해석해야하는지, 아니면 단순히 “도의”적인 차원에서 ‘전매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해 보겠다’는 정도로 해석해서, 실제 전매해주지 못하더라도 법적으로는 아무런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 것인지 해석상 곤란할 수 있다. 더구나, 만약 도의적인 노력차원이 아니라 법적인 책임이라면 계약상 중요한 약속으로서 문서화되어야 마땅할 것인데 단순히 구두상으로 약속된 것에 불과하다면 단순히 도의적인 노력의 의미로 해석될 가능성도 크다고 할 것이다.
도의적인 약속에 불과하다면 약속불이행에 대해 법적인 책임을 기대하기 곤란한 것은 당연할 것이다.
더구나, 분양계약을 해제하기가 법적으로 곤란할 수도 있다.
분양권을 전매해 주기로 한 약속이 법적인 책임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분양계약해제가 법적으로 곤란할 여지가 있다. 약속한 분양권전매가 불가능하게 되었을 때 분양권을 취득한 입장에서 법적으로 가장 최선의 해결은 분양계약자체를 해제하는 것이다. 그런데 해제제도의 취지에 비추어서 분양계약의 해제가 법적으로 곤란할 수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 모든 계약체결에는 일정한 목적이 있기 마련인데, 계약을 이행하지 못해 계약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게 된 경우, 해제를 통해 계약이 체결되지 아니한 것으로 하여 계약자를 보호하려고 하는 것이 해제제도의 본래 취지인 것이다. 따라서, 계약의 주된 목적달성에 필수적이 아닌 단순한 부수적 채무가 이행되지 않는 것에 불과하다면 계약목적 달성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보아 해제는 허용되지 않는다고 해석하는 것이 법조계의 일반적인 견해이다.
이런 차원에서 볼 때, 분양계약의 주된 목적은 일정한 대금을 납부하고서 부동산을 취득하는데 있는 것이고, 분양계약을 체결한 이후 분양권을 전매하는 것은 분양계약의 주된 목적이 아닐 수 있어, 전매약속이 이행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분양계약의 해제가 어려워 질 수 있는 것이다. 분양권전매약속이 지켜지지 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분양계약의 주된 목적인 향후 부동산을 취득할 수 있는 권리인 분양권을 받게 되는 분양계약 본래의 취지를 달성함에는 지장이 없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분양계약의 주된 취지가 “전매”에 있는 것이라면 결국 ‘투자’ 내지 ‘투기’를 목적으로 분양권을 취득한 셈이 되는데, 이런 주장을 하게 되면 재판부로부터 좋지 않은 이미지를 받게 되어 결국 재판결과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게 된다.
만약 전매를 기대하고 분양을 받는 것이라면, 분양회사로부터 ‘일정기간 내 전매를 약속하고, 만약 약속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에는 분양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취지의 약속을 서면으로 분명히 받을 필요가 있다. 이 때 주의할 점은, 분양대행사가 아니라 분양회사로부터 직접 이러한 약속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분양계약의 당사자는 분양대행사가 아니라 분양회사이고, 분양대행사는 분양업무에 관해 분양회사를 대행하는 지위 즉 일종의 대리인에 불과하여, 분양대행사가 한 약속에 대해 분양회사측이 ‘대행계약(대리권)의 범위를 넘어선 것이어서 분양회사에 대해서는 무효이다’라는 취지로 전매약정을 부인하는 경우가 많아 분쟁소지가 많기 때문이다.
이상에서 본 것처럼, 분양권을 전매해 주겠다는 약속을 그대로 믿고 부동산을 분양받는 것은, 그 약속이 이행되지 않았을 때 법적으로 구제받기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분양을 결정함에 있어 더욱 신중할 필요가 있다.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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