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공사가 재개된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공사현장에서 관계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사진=뉴스1
재건축 공사가 재개된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공사현장에서 관계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사진=뉴스1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공사가 6개월 만에 재개됐다. 둔촌주공 조합은 내년 1월에 일반분양에 돌입할 예정이다. 사상 최대 재건축 사업장으로 꼽히는 데다 서울에서 모처럼 대규모 물량이 쏟아지다보니 수요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다만 최근 부동산 시장이 가라앉으면서 입주권 가격이 하락한데다 일반 분양가가 종전보다 상승할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은 변수로 꼽힌다.

18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은 내달 중으로 일반 분양가를 확정하고 이르면 오는 12월, 늦어도 내년 1월 중으로 둔촌주공은 4786가구 규모 일반분양에 나설 예정이다. 조합은 올해 초 3.3㎡당 3220만원을 산정한 바 있지만, 최근에는 3700만원 이상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기본형 건축비가 올랐고 주변 시세보다도 저렴하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지난 17일 박승환 조합장은 "(일반 분양가가) 종전보다는 올라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다른 조합 관계자도 "일반분양에 정부의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지만, (규제에서 허용하는) 상한선에 준하는 액수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조합은 오는 19일 강동구청에 일반분양가 심의를 신청할 예정이다. 이후 내달 일반분양 승인을 신청할 계획이다. 12월 관리처분계획 수립을 위한 총회 개최해 내년 초 일반분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일반분양가 상승하는 이유는 공사중단으로 인해 조합원들의 분담금 부담이 늘어나서다. 조합은 지난 15일 총회에서 시공사업단(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이 요구한 변경 공사 도급금액 4조3677억원을 승인했다. 2020년 한 차례 증액한 공사비 3조2294억원보다 1조1383억원 늘어난 액수다. 이에 따라 조합원 1인당 분담금도 약 1억8000만원 늘어나게 됐다. 최종 공사비는 한국부동산원의 검증을 거치게 되는데, 이르면 12월 초 확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7일 재착공식에서 박승환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장이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지난 17일 재착공식에서 박승환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장이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입주권 외면 이어지는데…둔촌주공, 분양가 상승 예고

시공사업단 관계자는 "일반 분양가가 3.3㎡당 4000만원 이상 책정되면 조합원의 추가 분담금이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박 조합장도 "조합원 분담금은 공사비와 일반 분양가를 통해 확정된다. 1억8000만원보다는 줄어들 것"이라며 분양가 인상 의지를 밝혔다.

일반적으로 분양가가 높아지면 흥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평균 분양가가 3700만원 이상으로 책정되면 일반분양 물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전용 59㎡(2725가구)의 분양가가 9억원을 넘게 된다. 분양가가 9억원을 넘으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중도금대출 보증을 받지 못한다. 중도금 대출이 나오지 않으면 통상 분양가의 70%를 차지하는 계약금·중도금을 스스로 부담해야 한다. 청약 대기자들 입장에서는 금리 인상과 같은 금융환경 속에서 자금 마련 부담이 커지는 셈이다.

기존 둔촌주공 조합원 입주권이 시장에서 외면받았다는 점도 분양가 상승에 의문을 갖게 만드는 부분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둔촌주공 전용 84㎡ 입주권은 지난해 10월 23억7000만원에 팔렸지만, 지난 8월에는 17억3900만원으로 내려왔다. 현재 시장 호가는 15억원까지 하락했다. 1년 사이 8억7000만원 떨어진 셈이다.

시장이 침체 분위기도 변수가 될 전망이다. 최근 거래 절벽 속에서 하락거래가 속속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새 아파트가 집중공급된 강동구 일대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기수요가 둔촌주공 청약 보다는 기존의 신축 아파트를 매입할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전월세 등 임대차 물량도 풍부한 편이어서 대기수요가 청약수요가 될지도 의문이다.
둔촌주공 아파트 입구에서 한 관계자가 청소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둔촌주공 아파트 입구에서 한 관계자가 청소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분양가 올라도 전용 84㎡ 12억원대 관측…"그래도 경쟁력 있다"

다만 정비업계에서는 분양가가 조합이 희망하는 3.3㎡당 3700만원까지 오르더라도 둔촌주공 일반분양은 조합원 입주권과 달리 시장의 큰 관심을 끌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분양가가 다소 상승하더라도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다는 이유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강동구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는 3.3㎡당 4657만4200원이었다. 전용 84㎡라면 15억원대 가격이 형성됐다는 의미다.

실제 강동구 대장 아파트인 고덕 그라시움 전용 84㎡의 최근 매매가는 지난 8월 16억3000만원(5층)이었고, 현재 호가는 15억원부터 형성되어 있다. 둔촌주공은 분양가가 3.3㎡당 3700만원으로 책정되더라도 전용 59㎡는 9억원대, 전용 84㎡는 12억원대에 분양될 전망이다.

임병철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서울 평균 아파트 매매가격도 12억원 정도이고 전용 84㎡라면 둔촌주공보다 외곽 지역도 15억원 정도다"라며 "주변 입지 여건이 준수한 둔촌주공 전용 84㎡가 12억원대에 나온다면 청약통장이 몰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물량이 4800가구에 육박하는 만큼 선호도가 높은 동과 층 물량도 일반분양에 다수 포함될 전망"이라고 강조했다.

조합원 입주권 매매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관측도 뒤따른다. 둔촌동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추가 분담금을 감안하면 사실상 조합원 분양가와 일반 분양가 차이가 의미 없어진 상황"이라며 "가뜩이나 (조합원 입주권은) 거래가 없는 상황인데 가격이 더 하락하게 생겼다"고 말했다.

다른 중개업소 관계자도 "조합원 입주권은 선호 동과 층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매수심리가 얼어붙은 상황이라 지금과 같은 가격에서는 매매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0월 둘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76.9로 지난주(77.7)보다 0.8포인트(p) 하락했다. 매매수급지수가 기준선인 100보다 낮으면 시장에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다. 매수심리가 장기간 얼어붙으며 지난달 전국 집값도 전월 대비 0.49% 하락해 2009년 1월 0.55% 이후 13년 8개월 만에 최대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