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기업인 해외출장 길 열어라"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한국 기업인들이 각국의 입국 제한 조치를 받지 않도록 외교채널을 통해 협의하라고 지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정상적인 기업활동이 어렵다는 경제계의 요청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참모들에게 “건강상태확인서를 소지한 기업인은 예외적으로 입국이 허용되도록 협의해보라”며 이같이 지시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밝혔다. 확인서는 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받았다는 문서라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외교부는 이에 따라 중국 베트남 터키 등 우리 기업이 많이 진출한 국가를 중심으로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세계 109개국이 한국인에 대해 입국 제한 및 금지 조치를 내리고 있다.

청와대는 “협의 대상 국가에 일본도 포함되느냐”는 질문에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렵다”면서도 “긴급 출장 등 불가피한 상황의 기업인은 입국을 예외적으로 허용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담고 있다”고 했다.
靑 "확진자 감소 등 적극 설명…기업 애로 큰 국가부터 협상"
中·베트남·터키·쿠웨이트 등과 '상호 피해' 강조하며 교섭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기업들이 어려움을 많이 토로하고 있는 국가부터 우선 협상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기업으로부터 ‘14일 격리 지침’으로 인한 어려움이 크다는 의견이 들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터키와 중국, 베트남, 인도, 쿠웨이트, 카타르 등 한국 기업이 많이 진출한 국가의 입국제한 조치를 우선적으로 해결해 달라는 요청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는 이들 국가를 대상으로 “현지 공장이 안 돌아가면 상호 피해가 크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상대국도 댐 건설, 공장 가동 문제 등과 직결되는 만큼 일부러 우리 기업인의 입국을 막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기업 활동에 지장이 없도록 해 달라고 교섭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청와대는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감소 추세라는 점을 들어 협의 대상 국가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한국의 방역 역량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외신 보도가 많고, 신규 확진자도 8일 248명, 9일 131명으로 감소세에 들어왔다는 점 등을 설명하면 긴급출장이 불가피한 기업인에겐 예외적으로 입국을 허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있다”고 말했다.

또 상황에 따라 기업인에서 협의 대상을 넓혀가겠다고도 했다. 이 관계자는 “예단은 금물이지만 신규 확진자 수가 131명으로 줄어든 상황이기 때문에 범위를 확대하는 것도 서서히 협의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문 대통령은 지난 6일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에게 직접 입국제한 조치를 완화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당시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양국 간 긴밀한 경제협력 관계를 감안해 기업인 간 필수 교류에 지장을 초래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소개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이날 국무회의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게 “우리나라의 방역 상황을 해외에 적극적으로 알려 입국중단 해제 또는 완화조치를 끌어내라”고 직접 지시했다. 이날 오후 2시 기준 한국인의 입국을 금지하거나 제한한 국가는 총 109곳이다.

문 대통령은 오는 18일께 코로나19가 경제계에 미치는 파장을 점검하기 위해 경제계 간담회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단체를 비롯해 금융, 노동계 인사들을 초청해 라운드테이블 형태로 격의없이 소통 기회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시간, 장소, 참석자 등 구체적 내용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면서도 “관련 행사를 검토 중”이라고 했다.

박재원/이미아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