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 부활의 원동력은 '조직 문화' 혁신
기업 경쟁력 위해선 民官 똘똘 뭉쳐야

좌동욱 실리콘밸리 특파원
[특파원 칼럼] AI 경쟁력도 기업 문화에서 나온다

요즘 미국 경제의 ‘핫이슈’는 연일 가파르게 오르는 테크 기업들의 주가다. 사티아 나델라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마이크로소프트(MS)는 그중에서도 단연 ‘발군’이다. 나델라가 CEO로 취임한 2014년 무렵 MS는 PC 운영체제(OS) 윈도의 성공에 안주하다가 변방으로 밀려나고 있었다. 새로운 블루오션이었던 모바일 OS는 애플과 구글에 ‘통째’로 내줬다. 노키아 인수로 합류한 하드웨어 시장 성적표도 변변찮았다. 그런 MS가 불과 6년 만에 애플과 함께 전 세계 시가총액 1, 2위를 다투는 초우량 기업으로 부활한 것이다. 주력 사업은 클라우드, 소셜미디어(링크트인), 메신저 플랫폼(팀즈)과 같은 B2B(기업 간 거래) 사업으로 완전히 뜯어고쳤다.

실리콘밸리 현지 기업인들은 MS의 성공 요인이 ‘조직 문화 쇄신’이라고 입을 모은다. 과거 혁신을 가로막는 관료주의와 사내 정치가 말끔히 사라졌다는 것이다. 나델라 CEO는 실적으로 직원들을 줄 세우는 내부 경쟁 대신 고객과 공감, 동료와 협력의 가치를 우선했다. 저성과자를 해고하는 상대 평가 중심의 인사 평가 시스템도 대대적으로 수술했다. 윈도처럼 시장을 독점하는 폐쇄주의 대신 경쟁사와 협업하는 ‘오픈 생태계’를 뚝심 있게 밀어붙였다. 삼성전자 모바일 사업을 총괄하는 고동진 사장이 “나델라 이전과 이후의 MS는 딴 회사 같다”고 혀를 내두를 정도다.

실리콘밸리의 다른 기업들도 저마다 고유한 기업 문화를 갖고 있다. 대체로 매출, 이익처럼 눈에 보이는 숫자보다 직원들의 창의성, 도전 정신과 같은 무형 자산에 초점을 맞춘다. 구글엔 ‘사악해지지 말자(Don’t be evil)’는 창업자들의 모토가 조직 곳곳에 살아 있다. 자율주행차, 생명 연장 등 당장 돈이 되지 않는 미래 기술에 수십 년씩 장기 투자할 수 있는 ‘자양분’이다. 애플 제품엔 ‘세상에서 가장 좋은 제품을 만든다’는 스티브 잡스 창업자의 ‘완벽주의’가 여전히 남아 있다. 이런 조직문화를 모르면 애플의 광팬을 이해할 수 없다.

이런 테크 기업들의 조직 문화는 실리콘밸리로 상징되는 미국 서부의 집단 문화, 집단 지성에 기반한다. 조직원들이 상하 위계 구분 없이 자유롭게 토론을 즐기는 분위기다. 아이디어 하나만으로 손쉽게 창업할 수 있는 환경이 잘 조성돼 있다. 기업 구성원들의 전직과 이직은 물 흐르듯 자연스럽다. 쟁쟁한 기업을 그만두고 나와 성공한 혁신가들이 또 다른 대기업에 들어가 협업한다. 국내에선 좀체 보기 힘든 문화다.

이런 기업 문화가 민간에서 자생하기란 쉽지 않다. 미국에서도 정부의 보이지 않는 손이 곳곳에서 작동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대학에 지원하는 천문학적인 연구개발(R&D) 자금이 대표적이다. 마치 ‘낙수 효과’처럼 개별 기업에 흘러들어간다. 가장 뛰어난 젊은이들이 의대, 법대가 아니라 공대에 진학하는 교육 시스템도 부러운 대목이다.

미국 서부의 테크 기업들이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시대에 전 세계 플랫폼을 지배하고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눈에 보이는 기술과 숫자 이면에 잘 드러나지 않는 경쟁력을 파고들고 벤치마킹해야 한다. 개별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다. 기업인, 기업, 국가가 한몸처럼 똘똘 뭉쳐야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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