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필요할 때만 '고객' 찾는 보험사
“매달 적립하는 저축성보험의 비과세 혜택을 줄이면 생활비를 아껴 노후 준비를 하는 국민들이 피해를 봅니다.”

생명보험사 관계자는 이달 초 국회가 소득세법을 개정해 저축성보험의 비과세 한도를 대폭 축소하도록 한 데 이어 정부가 시행령 마련에 나선 것을 두고 이같이 하소연했다. 정부는 일시납 저축성보험의 비과세 한도는 2억원에서 1억원으로 줄이고, 월적립식 저축성보험은 1억원의 비과세 한도를 신설할 계획이다.

보험업계는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보험대리점협회는 지난 13일 전국적으로 궐기대회를 열었다. 보험사들도 국회와 기획재정부를 찾아 적극적으로 반대 의견을 밝히고 있다. 보험업계는 소비자가 노후자금을 준비하도록 유인 정책을 내놔도 모자랄 판에 비과세 혜택을 철회하면 국민만 피해를 본다고 지적하고 있다.

1억원 이상 저축성보험 가입자를 무조건 고소득층이라고 생각하는 정치권과 정부의 시각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저축성보험으로 1억원을 모으려면 20년 동안 매달 40만원가량을 납입하면 되는 만큼 가입자 모두를 부유층으로 볼 수 없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보험사 반발을 바라보는 시선이 반드시 곱지만은 않아 보인다. 월적립식 저축성보험 가입자 중 90%가량은 계약금 1억원 이하에 해당한다. 정부가 제시한 월적립식 보험의 비과세 한도 1억원에 신규 계약자 대부분이 혜택을 볼 것이라는 얘기다.

보험사가 소비자를 앞세워 저축성보험 비과세 한도 축소 움직임을 반대하는 데 대한 비판도 나온다. 보험금 지급엔 까다로우면서 자신의 이익과 관련됐을 때만 고객을 외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얼마 전 만난 금융회사 직원은 부인이 위암 선고를 받은 뒤 가입 보험상품의 수술비 특약에 부인의 경우가 해당되는지를 두고 보험사와 힘겨운 다툼을 벌였다고 했다. 실제 10~11월 몇몇 보험사가 보험금 과소지급으로 감독당국으로부터 과징금을 부과받기도 했다.

보험업계 반대가 설계사 수수료 감소나 영업 타격 때문이라는 의심도 있다. 이런 의심을 받지 않으려면 필요할 때만 ‘고객’을 외치는 것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박신영 금융부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