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태까지 해왔던 대로 하면, 대한민국 괜찮은 겁니까?”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연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정치권을 향해 돌직구 질문을 던졌다. 지난 총선 결과로 경영 환경이 더 나빠진 것 아니냐는 질문에 “원래도 여소야대였으니, 달라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국회·정부·경제계·시민사회가 함께 새로운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며 한 말이다.

최 회장은 22대 국회의 가장 시급한 현안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하나로 꼽을 수는 없지만, 좀 더 포용적이고 합리적인 법과 규제를 만들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 그는 “무엇을 선택하면 무엇을 잃게 되는 건지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하는데, 뭔가 하겠다는 의지가 너무 강한 사람들을 보면 경제적으로 어떤 비용과 영향이 나타날지에 대해 생각 안 할 때가 너무 많다. 이 부분이 개선돼야 한다”고도 말했다.

최 회장의 말에 먼저 연상되는 것은 한국을 ‘규제 공화국’으로 만든 주범인 과잉 입법과 입법 폭주의 폐해다. 무역협회·한국규제학회 공동 분석에 따르면 21대 국회의 법안 발의·제출 건수는 2만5608건이며 이 중 97%(2만4685건)가 의원 발의 법안이다. 정부안은 823건에 불과하다. 영국·일본에 비하면 무려 100배 이상 많다. 법안 발의 과정이 까다로운 정부안과 달리 ‘10명 이상’ 의원 동의만 얻으면 되는 턱없이 간편한 절차 탓에 최 회장의 표현대로 ‘비용과 효과에 대한 고려 없는’ 졸속·날림 법안이 양산된다.

그렇게 나온 법안들에 직원 5명에 불과한 영세 중소기업 대표조차 교도소 담장 위를 걷게 하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파업조장법(노란봉투법)은 차기 국회 재추진 1호 법안으로 지목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신산업 성장과 혁신을 가로막는 ‘타다 금지법’ 역시 국회에서 뚝딱 찍어낸 대표적 악법 중 하나다.

기업의 정치 리스크는 22대 국회에서 더 커질 전망이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을 개원 즉시 재추진하겠다고 했다. 제2당 몫인 법제사법위원장과 운영위원장도 가져오겠다면서 입법 독주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최 회장의 희망과 달리 한국 정치는 개선은커녕 기업 발목만 더 잡을 듯해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