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가 따뜻해지고 있다. 이산화탄소(CO₂)가 늘어나 온실효과 때문이다. 남극과 북극의 얼음이 녹아 바닷물이 높아지고 홍수,가뭄,폭풍 등 기상이변이 속출하고 있다. 대기 개선과 CO₂ 감축은 이제 인류생존의 과제가 됐다. 결국 주요 선진국들은 2007년 CO₂ 감축 계획을 전 세계로 확대한다는'발리선언'을 발표했다. 그리고 CO₂ 배출량에 탄소세를 매기는 운동이 시작됐다.

최근 정부가 녹색기술과 청정에너지를 바탕으로 하는'저탄소녹색성장'을 새로운 60년의 비전으로 제시한 것도 이러한 세계 추세에 발맞춘 행보이다.

2007년 우리나라 총 CO₂ 배출량의 25%가 자동차에서 발생했다. 서울,부산 등 대도시의 경우 대기오염 물질 배출량의 75% 이상이 자동차 배출가스에서 비롯되고 이는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그러므로'저탄소녹색성장'의 핵심은'녹색교통'에 있으며,이를 위한 전국교통체계의 혁신적 전환이 필요하다. 자동차중심에서 철도중심 교통으로의 전환이 그것이다.

최근 개통 5주년을 맞이한 KTX가 5년간 1억㎞(지구둘레 2500바퀴)를 달렸으며 큰 사고 없이 1억7000만명의 승객을 수송했다. 철도의 우수성을 보여주는 성공적인 운행이다.

철도는 자동차에 비해 CO₂배출량이 15분의 1이고 수송비용 역시 14분의 1에 불과하다. 또한 동일수송량을 기준으로,철도의 시설면적은 도로시설 면적의 8분의 1에 불과해 건설비와 운영비가 싸다. 프랑스,독일,일본처럼 저탄소 녹색성장에 철도가 제대로 한몫 하기 위해선 몇가지 조건이 선행돼야 할 것으로 본다.

첫째,지역간 철도의 획기적인 확충과 고속화이다. 경부와 호남고속철도 건설 기간을 2013년 이내로 단축하고 기존 철도의 운행속도를 영국과 같이 시속 200㎞ 이상으로 향상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철도예산을 연간 5조원에서 10조원으로 2배 늘려야 한다.

둘째,대도시교통에서도 승용차를 덜 타고,불필요한 이동을 줄이는 과감한 교통수요 관리와 대중교통의 적극 육성이 필요하다. 즉,경전철을 포함한 광역도시 철도망의 확충과 간선급행버스(BRT) 시설을 공급해 대도시 내부와 외부를 통합적으로 연결하는 대용량 대중교통망의 형성이 필요하다.

셋째,여객뿐만 아니라 화물에서도 새로운 철도의 역할을 찾아야 한다. 독일의 경우 도로의 화물수송 분담률이 70%,철도와 운하가 각 15% 정도이다. 미국의 경우도 도로가 67%,철도 16%,운하가 6%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도로 90%,철도 7%로서 도로편중현상이 매우 심하다. 이러한 수송구조 하에서는 연간 24조원에 달하는 교통혼잡비용은 물론이고,전국 곳곳의 자동차 배출가스 홍수를 막는다는 것은 기대할 수 없다. 경부고속철도가 완공되면 기존의 경부철도는 화물수송 중심 철도로 육성해야 한다.

넷째,항만과 내륙 컨테이너기지(ICD)를 연결하는 컨테이너 화물수송 전용 철도의 건설이 시급하다. 부산진에 설치된 철도 진입선의 활용은 거의 형식적이다. 심지어 설치된 철도 진입선을 뜯어낸 항만도 있다. 이래서야 철도중심의 녹색물류수송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선적으로 인천항과 의왕ICD 간 컨테이너전용 철도셔틀의 건설은 시급하다.

끝으로,교통 · 물류체계를 철도 중심으로 개편하기 위한 전담 행정부서의 지정과 구체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말잔치로 끝나서는 결국 국가경쟁력의 추락과 적색교통의 유산만 남기 때문이다.

CO₂를 줄이는 에너지 절감형 녹색 교통정책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자동차에서 벗어나 철도 및 해운(수운)이 균형을 이루는 신 교통체계가 21세기형 녹색교통체계이다.

/대중교통포럼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