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UNESCO)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걷고 싶은 10대 거리'의 하나인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안드라시 거리.다뉴브강을 배경으로 1800년대말 지어진 석조 건물들이 줄지어 서있는 이 거리 12번지에 헝가리 투자청(ITD)이 있다. 헝가리 수출의 70% 이상을 외국기업이 차지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ITD는 헝가리 경제를 가장 잘 상징하고 있는 정부 기관이다. 이곳에서 만난 올해 32세의 '부다페스트 청년' 팔로시 레벤테씨.그의 직책은 ITD 해외 사업부 자문역이다. 부다페스트 무역대학에서 한국어를 배웠고 국내 기업의 후원으로 한국에서 1년간 어학연수까지 마친 한국통이다. 그는 기자를 만나자마자 헝가리 자랑부터 늘어 놓았다. "올해 부다페스트 최고의 크리스마스 선물은 DVD 플레이어입니다." 동유럽 국가 중 가장 먼저 대외 개방에 나서 적극적으로 외국 자본을 유치한 덕분에 소득 수준이 크게 향상됐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그의 자랑은 이내 한국에 대한 부러움으로 바뀌었다. "외국 기업 유치를 통해 헝가리 고유 기업을 키워야 하는데 아직은 그렇지 못합니다. 삼성 LG 현대자동차와 같은 세계적인 대기업을 지닌 한국이 정말 부럽습니다." 레벤테 자문역의 말대로 이곳에서 한국 기업들의 파워는 엄청나다. 헝가리 소비자 10명 중 6명은 전자제품 하면 가장 먼저 '삼성'브랜드를 떠올린다.야스페니사루는 인구 6천명의 농촌이지만 삼성전자 공장을 유치한 덕분에 파격적으로 시로 승격됐다. LG전자는 부다페스트에서 가장 목이 좋다는 MI 고속도로 진입로에 폭스바겐과 나란히 광고판을 걸어 놓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동유럽 진출은 이 지역 산업계의 최대 이슈다. 기자는 그러나 레벤테 자문역의 부러움에 기분좋게 맞장구를 칠 수 없었다. 그가 그토록 부러워하는 한국기업이 정작 한국에서는 어떤 대접을 받는지 잘 알고 있어서다. 현지 한국인들은 한결같이 삼성 LG 현대 덕에 어깨 힘주고 다닌다고 말한다. 그러나 왜 국내에서는 늘 정치에 억눌려 범죄자 취급을 받고 있는 것일까. '선지자는 고향에서 배척받는다'는 성경 구절이 이 경우에도 통하는 걸까. 부다페스트=윤성민 생활경제팀 기자 sm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