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산업스파이에 대한 처벌을 미국의 경제스파이법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대폭 강화하는 내용의 '부정경쟁 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첨단기술의 해외유출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고 이로 인해 기업들의 피해가 급증하고 있는 현실에서 시의적절하다고 본다. 특히 최근에 발생한 산업스파이 사건들을 보면 대단히 우려할 만하다. 반도체 휴대폰 등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핵심기술들이 주종을 이루고 있는 데다 유출되는 지역이 중국 대만 등 직접적인 경쟁국들이란 점에 그 심각성이 있는 것이다. 핵심기술은 일단 유출되면 한 기업만이 아니라 국가경제 전체적으로도 돌이킬 수 없는 손실로 이어진다. 미국이 경제스파이법을 제정해 처벌수위를 높이고 특히 해외 기술유출은 영업비밀절도죄가 아닌 경제간첩죄로 훨씬 무겁게 다루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 전반적으로 처벌이 약하다는 지적이 그동안 많았다. 1억원이 상한선인 벌금형만 해도 그렇다. 핵심기술의 가치를 감안할 때 1백억원의 부당이득을 얻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한 현실에서 산업스파이의 경제적 유인을 제거하기에는 턱없이 낮은 수준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처벌수위를 높인 것은 옳은 방향이다. 영업비밀 보호대상을 확대하고 전·현직 임직원만이 아니라 누구든지 처벌대상이 되도록 한 것이라든지,개인뿐 아니라 조직도 처벌할 수 있고 미수ㆍ예비ㆍ음모 처벌규정까지 둔 것은 앞으로 산업스파이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영업비밀은 국가의 중요 자산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고소ㆍ고발이 없더라도 처벌이 가능하도록 친고죄를 폐지한 것도 이번 개정안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앞으로 좀더 의견을 수렴해야 하겠지만 갈수록 지능화되고 조직적인 산업스파이 양상을 감안할 때 처벌대상의 확대는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법만으로는 부족하다. 최근 KOTRA가 우리나라 연구개발 환경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어느 외국인투자기업 CTO(최고 기술경영자)는 귀담아들을 만한 지적을 했다. 중국으로의 기술유출사건이 자주 발생하는 것은 우리나라 연구원들이 비전 부재,낮은 보수,짧은 정년으로 조기에 경제적인 이익을 최대한 확보하려는 욕구가 작용한 탓도 있다는 것이다. 법도 필요하지만 기술인력에 대한 기업내부의 보상체계와 인력관리도 선진화돼야 한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