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을 목전에 둔 시점에서 치명적인 가축질병인 진성 구제역이 발생했다는 정부당국의 발표는 국민 모두의 가슴을 졸이게 한다. 지난달 강원도 철원에서 돼지 콜레라가 발생,비상이 걸려 있는 판에 이번에는 경기도 안성과 충북 진천에서 돼지 구제역이 발생했다니 엎친데 덮친 격이 아닐 수 없다. 정부가 구제역 발생사실을 즉각 국제수역사무국(OIE)에 통보하고 방역 비상체제에 돌입하는 등 신속한 조치를 취하고 있긴 하지만 워낙 세계인들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질병이라서 월드컵 관광객 유치에 지장을 초래하고 음식점과 육가공업체 등에 큰 피해를 주지 않을까 걱정이다. 이미 강원도 돼지 콜레라 발생으로 돼지고기의 대일 수출이 6개월가량 연기된 터인데 이번 구제역 발생으로 수출재개 시기는 더욱 불투명해진 셈이다. 국내에서는 지난 2000년 3월,66년만에 구제역이 발생한 이후 이 질병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고 특히 월드컵을 앞두고 지난 2월부터 4월까지는 '구제역 방역 특별대책기간'으로 정해 국가적으로 방역대책을 추진해온 터여서 이번 구제역 발생으로 우리의 방역체계에 구멍이 뚫렸다고 봐야 할 것이다. 늦긴 했지만 지금이라도 방역시스템이 형식에 치우쳐 있지 않나 철저히 재점검해 볼 일이다. 구제역은 전염성이 강해 초동진압이 관건이다. 2년전 소 구제역 파동 때는 OIE가 칭찬했을 정도로 신속하게 대처했는데도 수습에 3개월이 걸렸고 1조원의 피해를 냈다.97년 대만에선 구제역으로 40조원 이상의 피해를 입었다고 하니,얼마간의 희생을 감수하고서라도 최단시일안에 구제역을 잡아야 하는 이유를 알 만하다. 우선 의사구제역이 나타난 농가에 대한 소독과 차단방역시설 등 철저한 관리는 물론이고 감염이 의심되는 가축은 신속하게 도살처리해야 하며 감염지역 인근 가축시장의 잠정폐쇄 등 유통경로를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방접종을 하면 일정기간 수출을 못하게 돼 접종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지만 더 큰 피해를 막으려면 불안한 지역의 가축에 대해서는 즉시 예방접종을 해야 한다. 방역작업으로 일손이 달리고 있는 지역에 필요인력과 장비를 신속하게 지원하는 것도 소홀히 해선 안될 일이다. 또 이번 바이러스는 소에도 전염될 우려가 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고 보면 각별한 주의가 요청된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지만 월드컵 손님들이 대거 입국할 이달말 전에 구제역의 확산을 진정시켜야 그나마 대회에 미치는 영향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