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어드밴스트 셀 테크놀로지(ACT)가 인간배아 복제에 성공했다고 발표하자 윤리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과연 이것이 줄기세포만 뽑아 연구나 질병치료 목적으로만 활용하려는 것인지,아니면 복제인간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인지,도대체 어느정도 선에서 인간배아 복제연구의 기준을 마련해야 하는 것인지 논쟁거리가 한두가지가 아니다. 이런 논쟁은 결코 미국에서만의 문제로 그치지 않는다.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도 마찬가지다. 국내에서도 생명윤리기본법을 두고 유사한 논쟁이 벌어졌고 아직도 그 여진이 가시지 않고 있다. 세계적 기술예측기관인 미국 RAND 연구소가 사회적ㆍ윤리적ㆍ문화적 장벽이 생명기술 혁신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이미 전망한 바도 있지만,이번 논쟁이 어떤 형태로든 생명기술의 미래를 좌우할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그런데 한가지 주목할 것이 있다.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기술평가(technology evaluation)'란 어디까지나 기술적ㆍ경제적 측면에 국한된 것이다. 여기에 사회적ㆍ문화적ㆍ윤리적 측면이 추가되면 그것은 곧 '기술영향평가(technology assessment)'라는 개념으로 확장된다. 과거 핵개발이 그랬고 환경문제 또한 그랬지만 지금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에서의 배아복제 논쟁은 따지고 보면 바로 '기술영향평가'의 연장선상에 있다. 행정부의 독단적 과학기술 정책에 대한 의회의 견제(미국),과학기술 전문가에 대응한 시민참여(유럽)라는 전통은 이 과정에서 자리잡은 것이다. 국내에서의 논쟁과 큰 차이점이기도 한 선진국의 이런 제도적 '견제와 시민의 참여'가 기술발전의 발목을 잡는다고만 볼 수 있을까. 어쩌면 보다 객관적인 논쟁을 통한 합의과정이 사회적 수용성이 높은 신기술의 발전을 촉진하는 측면은 없을까. 어쨌든 인간배아 복제만이 아니라 앞으로 유사한 논쟁이 빈발할 게 분명하다면 단순히 과학계와 종교계 간의 소모적 논쟁단계 수준만은 벗어나야 한다. 이제는 '시민이 참여하는 신기술정책'을 준비할 때가 온 것이 아닐까. 안현실 전문위원ㆍ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