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타계는 그가 생전에 남긴 발자취가 워낙 뚜렷하고 생생하다는 점에서 더욱 안타깝고 숙연해진다.

경제가 어려운 때라서 그런 느낌은 더하기만 한다.

현대그룹을 창업한 기업인으로서 개발연대의 성장신화를 일궈내는데 선봉장 역할을 해왔음은 아무리 높이 평가하더라도 지나침이 없다.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 스포츠 남북관계 등 다방면에 걸쳐 헌신해 온 그의 생애는 한마디로 ''하면 된다''는 도전정신으로 일관하고 있다.

88서울올림픽 유치를 성공시켰고, 소떼 방북을 통해 남북교류협력의 큰 물꼬를 터놓은 것 등은 국가발전의 대역사였다.

정 명예회장은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한 한국경제의 거목''으로 평가받아 왔다.

''성장신화의 주역'' ''재계의 지주'' 등 그를 평가하는 수사들도 여러가지다.

그만큼 그가 남긴 생애는 파란만장하면서도 한 시대를 풍미한 성공신화로 점철돼 있다.

구체적 사례들을 일일이 거론하지 않더라도 그같은 저력은 철저한 기업가 정신 때문이었다고 우리는 생각한다.

조선소 부지만 선정해 놓고 선박건조를 수주한 현대중공업의 창업역사는 이미 널리 알려진 그 대표적인 사례다.

서산간척지 개발을 하면서 물막이 방조제 공사에 전례도 없고 아무도 생각지 못했던 유조선 투입을 통해 성공리에 마무리한 것은 창조정신의 극치가 아닐수 없다.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는 자서전 제목처럼 그는 항상 현재보다 미래를 계획하는 진취적인 의지와 창조적인 사고, 그리고 절대 물러설 줄 모르는 불굴의 개척정신으로 한평생을 살아왔다고 평가해도 결코 지나치지 않다고 본다.

재계의 큰별 정 명예회장의 타계를 애석해 하면서 우리가 그의 수많은 업적 가운데 유독 철저한 기업가 정신을 강조하는 것은 지금 우리가 처한 경제난을 극복하는데 그러한 기업가 정신의 부활이 절실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물론 기업의 의지만으로 기업가 정신이 충분히 발현될 수는 없다.

정부의 경제정책이 기업의욕을 북돋우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하고,국민들의 기업에 대한 이해와 평가가 올바로 이뤄져야만 한다.

그럼에도 우리의 현실은 반기업적 정서가 강하다.

규제위주의 정부 정책은 기업의욕을 오히려 억누르고 있다.

이대로는 경제활력을 찾기란 요원하다.

정주영 회장은 유명을 달리 했지만 그가 생전에 보여준 기업사랑, 나라사랑의 진취적 의지와 창조적 기업가정신은 영원한 교훈으로 살아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