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어느 결혼정보회사가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신혼여행지를 조사했더니
약 60%의 신혼부부가 해외를 다녀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여행경비로 평균 3백여만원을 썼다.

해외로 신혼여행을 가는 사람들이 늘었다는 말은 들었지만 이렇게 많은
수의 신혼부부가 해외로 신혼여행을 다녀 왔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선 국내에서 신혼여행지로 각광받던 제주도가 물가가 비싸 차라리 해외로
가는 것이 경비면에서 비슷하거나 더 싸다고 한다.

서비스면에서도 제주도는 그동안 밀려드는 관광객에 대해 자만하다보니
여러 가지로 지적을 받아 왔다.

제주도가 더 이상 신혼여행지로서 경쟁력이 없다면 앞으로도 막대한 관광
수입을 놓치게 되는 것이다.

마침 우리나라 여행수지가 27개월만에 적자로 돌아섰다는 뉴스가, 역시 같은
기간 무역수지 흑자가 적자로 바뀌었다는 뉴스와 함께 발표돼 우리를 우울
하게 만들었다.

또 신혼부부들의 평균 여행경비 3백만원은 외국인 관광객 1명이 국내에서
쓰고 가는 평균 경비 1천3백달러의 두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서울이 세계에서 호텔 음식비가 세계1위 호텔비가 세계 4위라는 것을 감안
하면 막대한 외화를 쓰고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국내관광이 제대로 경쟁력을 갖춘다면 안 나가도 되는 금액이 해외로 뿌려
지고 있는 것이다.

해외라는 호기심이 어느 정도의 해외여행 수요를 일으키기는 하지만 우리말
우리 음식이 있는 우리 땅이 우리 신혼부부들에게는 더 선호되는 신혼여행지
가 돼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는 우리 관광산업은 크게 각성하고
새로운 체제로 바뀌어야 할 것이다.

강신영 < 서울 서초구 서초동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