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불법적인 기업활동으로 인한 일반 소비자 또는 투자자의 피해를
예방하는 차원에서 피해보상을 광범위하게 허용해주는 사법제도의 도입이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재정경제원이 지난 9일 발표한 2차 금융개혁 추진방안에 포함된
집단소송제도도 이같은 방안의 하나로서 만일 도입되면 소비 또는 투자와
같은 일상생활에는 물론 기업활동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칠수 있기 때문에
주목되고 있다.

예를 들어 올해초 일산 신도시에서 교통체증을 유발하는 유통업체를
상대로 주민들이 집단소송을 추진한 적이 있다.

한편 미국에서는 최근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수백만 흡연자들을 대표해
집단소송이 제기된 것이 널리 알려졌다.

우리는 선진경제를 지향하는 차원에서 제도도입의 당위성은 인정하지만
도입 여건이 성숙되지 않은채 무리하게 도입을 서두르다 자칫 기업활동이
위축시키지 않도록 신중히 추진해주기를 바란다.

집단소송이란 다수의 소비자나 투자자들이 원인이나 쟁점이 같은 공통의
사안에 대해 각각 소액의 배상청구권을 갖는 경우 피해자집단의 대표가
구성원 전체의 권리구제를 실현시키는 소송형태로서 미국에서 시행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89년 소비자보호를 위해 입법이 건의됐으나
계약당사자가 직접 소송을 제기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현재의
민사소송법체계와 맞지 않아 지난 90년이후 소관부처인 법무부에서
"민사특별법 제정위원회"를 두고 연구하고 있다.

비슷한 소송으로 독일에서 시행되는 단체소송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시행되고 있는 공동소송및 대표소송 등이 있다.

미국의 집단소송은 소송당사자가 피해자집단의 대표인 개인이고
소송내용이 손해배상인데 비해 독일의 단체소송은 소송당사자가 단체이며
소송내용이 제조 또는 판매와 같은 행위의 정지요구라는 점에서 다르다.

또한 집단소송은 어느 한 피해자가 대표로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법원에
신청해서 받아들여지면 소송에 불참하겠다는 적극적인 의사표시를 하지 않는
한 모두 소송당사자에 포함되지만 공동소송의 경우에는 관련당사자들이
대표에게 권한을 위임해야 소송이 제기되므로 포괄범위가 크게 차이가 난다.

한편 집단소송은 손해배상으로 인한 이익이 소송당사자에게 귀속되는데
비해 상법에 규정된 대표소송은 이익이 회사에 귀속된다는 것이 결정적인
차이점이다.

집단소송은 불특정 다수의 이해관계자를 대표하기 때문에 손해배상금액도
엄청나게 크며 때로는 기업의 사활을 좌우할 정도다.

따라서 미국에서는 집단소송의 남용을 막기 위해 지난 95년말 사적소송
개혁법을 제정해 소송구성요건,대표성립요건 및 1년안에 제기할 수 있는
소송회수 등을 제한하고 기업의 면책조항을 확대했다.

또한 미국의 경우 사외이사들을 중심으로 보험에 가입하는 일이 많다.

최근 우리도 대표소송의 제기요건을 종래의 5% 지분에서 1%로 낮춘뒤
대표소송의 남용을 막기 위해 대표소송 적부심제도의 도입을 검토했으며
일본에서는 집단소송제도의 도입을 검토했으나 포기한바 있다.

정책취지는 살리되 도입에 따른 부작용에는 철저히 대비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본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