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로 증가하는 육상교통 수요를 도로의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다 보니
여러가지 교통난 완화책이 교육지책으로 시행되고 있다.

자가용 승용차보다는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해야 한다는 생각이 많은 사람
들의 호응을 얻으면서 등장한 버스전용차로제도 그 가운데 하나다.

특히 버스전용차로제는 버스가 "서민의 발"이라는 "성서적"인 이유와
맞물려 한때 상당한 인기를 모았다.

그러나 실제로 버스전용차로제가 교통난 완화에 큰 기여를 하고 있는가에
대한 답은 긍정적이지 않다.

그것은 버스전용차로제가 원론에 충실한 방법이 아니기 때문이다.

소득이 증가하면 자가용 승용차에 대한 수요는 당연히 증가한다.

부지런히 일해서 얻은 소득으로 종전보다 더 윤택한 생활을 하고 싶어하는
것은 당연한 욕구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도로의 공급이 수요 증가를 충족해주지 못하는 데 있다.

도로가 교통체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는 것은 도로에 대한 수요가 공급
보다 많아서 초과수요가 존재하는 현상이다.

원론적인 경제학에 의하면 초과수요가 있을 때는 가격을 올리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해결책이다.

시장가격을 지불할 용의가 있는 사람, 즉, 그 가격을 지불하고 도심이나
고속도로에 진입함으로써 얻는 이득이 더 크다고 판단하는 사람만 진입
하도록 하면, 도로는 최적 체중상태를 유지하고 차량소통은 원활하게 될
것이다.

여러 가지 문제를 한꺼번에 고려하면 해결책은 잘 나오지 않는다.

교통관련 요금 인상이 물가상승을 주도하게 된다든지, 서민가계를 압박하게
된다든지 하는 등의 문제를 모두 고려한다면 교통문제에 접근하기는 더욱
어려워진다.

버스전용차로제가 버스의 소통을 원활하게 할 것은 당연하다.

실제로 버스전용차로제 실시 후인 1993년 2월 28일 기준으로 서울시에서
출퇴근시 버스의 주행속도가 12.5%증가했고 승용차의 주행속도는 5.6%감소
했다는 통계가 발표된 바 있다.

그러나 버스전용차로제가 합리적인 교통란 해소책인가?

그렇지 않다.

첫째 버스전용차로제는 버스가 사용할 수 있는 차선을 배타적으로 할당
하고, 나머지 차선들은 승용차가 사용하기 때문에 승용차 입장에서 보면
사용할 수 있는 도로의 양이 제한된다.

그러나 도로 사용에 대한 가격(고속도로의 경우에는 현재의 통행료보다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해야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승용차의 도로진입 유인을
줄이지는 못한다.

즉 양의 제한이 수요곡선상의 가격으로 연결되지 않기 때문에 양을 제한
하는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체증을 낳도록 하는 가격을 책정하는 경우에는 사회적 순손실이
없는 반면에, 양을 제한하는 경우에는 모든 승용차가 도로에 진입함으로써
얻는 이득보다 체증으로 인한 비용이 더 크므로 사회적 순손실이 발생하게
된다.

다만 승용차 운전자로 하여금 체증을 체감케하여 버스를 이용하도록 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실제로 승용차 승객이 버스 승객으로 얼마나 이동
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버스전용차로제가 실시되고 난 이후에도 버스회사의 수익성이 호전되지
않고 있는 것을 보면 그 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판단된다.

둘째, 승용차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보다 사회적
생산성이 더 높다면, 버스전용차로제는 시간이라는 희소한 자원을 생산성이
높은 사람으로부터 낮은 사람에게 이전하게 되므로 사회적 총생산은 감소
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특히 고속도로에 적용되는 사항이지만 고속버스전용차로는
자원을 낭비하고 있다.

몇미터 간격으로 버스가 달리고 있어야 최적 이용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고속버스전용차로가 텅텅 비어있는 경우를 자주 목격할 수 있다.

고속도로라는 희소한 자원이 최적수준보다 덜 이용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자는 사회적 합의를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전제하에서도, 현재 시행되고 있는 전용차로제보다는 승용차에 대한
진입세를 부과하는 방법이 더 효율적이다.

기술적으로 어려운 점이 있겠지만 월간 또는 연간 진입권을 발매하는 방법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돈있는 사람에게만 도로사용을 허용한다는 불만이 있을 수 있으나 장기적
으로는 모두가 이득을 볼 수 있다.

가격을 지불하는 사람들이 경제적으로 더 부유하고, 이들이 지불하는 돈이
도로나 다른 교통수단의 건설자원으로 사용된다면 장차 원활한 교통소통을
기대할 수도 있을 뿐만 아니라, 부의 이전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노여워할 일만은 아니다.

매년 여름만 되면 문제가 되고 있는 전력부족이나 가뭄으로 인한 물 부족
문제를 효과적으로 극복해가는 방법 역시 전기나 물의 가격을 올리는 것이다.

적절한 표현은 아니지만 전기나 물같이 이른바 필수품이라고 불리우는
상품에 대한 수요는 가격변화에 민감하지 않기 때문에 가격인상이 소비
감소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반론이 있을 수 있으나, 그나마
소비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은 가격을 올리는 것이다.

가격이 오르면 쓸데없이 켜져있는 전기불을 끄게 되고, 한번 쓰고 버리던
물도 여러가지 용도에 사용하게 되고, 누수관을 고치는 등 전기나 물의
소비를 줄이려는 노력을 하게 된다.

희소한 자원을 최적으로 배분하는 방법은 가격기구를 이용하는 것이다.

< 전남대 경제학부교수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2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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