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은행(Fed)의 연이은 기준금리 인상에도 과열 양상을 나타내던 미국 노동시장이 점차 둔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기간 고용이 급감했던 서비스 부문이 노동시장을 견조하게 이끌었지만 소비 둔화로 이마저 부진해진 영향이다. 경기 침체가 현실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美 고용지표 '침체 신호'…신규 실업수당 청구 20만건 넘었다
6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는 지난주(3월 26일~4월 1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22만8000건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블룸버그가 추산한 시장 전망치 20만 건을 훨씬 웃도는 수치다. 최소 2주 이상 실업수당을 신청하는 ‘계속 실업수당’ 청구 건수도 180만여 건으로 집계돼 2021년 12월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을 기록했다.

최근 부진한 고용지표가 연이어 발표되면서 미국 경기 침체가 본격화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지난 5일 미국 고용 분석업체 ADP는 3월 비농업 부문 신규 취업자가 14만5000명 증가했다고 밝혔다. 전문가 추정치인 21만 명은 물론 전월의 26만1000명을 크게 밑돈다. 2월 구인 건수도 급감했다. 미국 노동부는 구인·이직 보고서(JOLTs)를 통해 2월 구인 건수가 993만 건으로 전월(1056만 건) 대비 63만 건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3월 비농업 고용지표에 따라 경기 침체 여부가 판가름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 추정치에 따르면 3월 비농업 고용은 23만8000명 증가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2월 증가 폭(31만1000명)보다 줄어든 수준이다.

미국을 포함한 세계 경기 전망에 대해 비관적인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이날 워싱턴DC에서 한 연설에서 세계 경제가 5년 동안 연평균 약 3% 성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 20년 동안의 예측치인 평균 3.8%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Fed 내에선 잇따르는 경기 침체 신호에도 긴축 기조를 이어간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WSJ는 이날 Fed가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이 미국 전체 금융시스템에 미치는 충격은 제한적이라고 보고 다음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Fed의 대표적 매파인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연방은행 총재는 “SVB발 위기로 미국 경제가 탈선할 가능성은 20%에 불과하다”며 “Fed가 추가로 몇 번 더 금리를 인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