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국제공항에서 19일(현지시간) 국외로 탈출하려는 아프간 주민이 공항 담 위에서 경비를 서는 미군에게 아기를 건네고 있다.(사진=로이터=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국제공항에서 19일(현지시간) 국외로 탈출하려는 아프간 주민이 공항 담 위에서 경비를 서는 미군에게 아기를 건네고 있다.(사진=로이터=연합뉴스)
탈레반이 점령한 아프가니스탄에서 탈출이 어려워지자 일부 엄마들이 아기라도 살리기 위해 철조망 너머로 아기를 던지고 모습이 포착됐다.

19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인티펜던트 등에 따르면 이날 아프가니스탄의 한 호텔에서 3m 이상 돼 보이는 철조망에 막혀 진입이 어려워지자 일부 아기 엄마들이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철조망 너머에서 경비를 서는 군인들에게 아기를 던졌다.

이 호텔은 영국이 자국민과 관계자들을 탈출시키기 위해 공수부대원들이 지키도록 한 곳이었던데 탈레반의 압제를 우려한 아프간 사람들이 몰려들며 구조를 요청했다.

소셜미디어(SNS)에 공개된 영상을 보면 "아기라도 살려달라"는 외침 속에 던져진 아기들은 운 좋게 영국 군인이 손으로 받아내기도 했다. 그러나 일부는 날카로운 칼날이 달린 철조망 위에 걸리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도 카불 공항에서는 아프간 시민들이 자신의 아이라도 먼저 대피시키려는 절박감에 공항 벽 너머에 있는 미군에게 아이를 보내는 상황도 발생했다.

공항에서 아프간을 탈주하려는 수천 명의 인파가 몰리면서 군중을 해산시키려는 총성이 난무했고 현장에서 부상자가 속출하고 사망자도 나오는 등 대혼란이 빚어졌다.

한편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탈레반은 20년간 전쟁을 치른 미국을 비롯한 세계 모든 국가와 우호적인 관계를 원한다고 밝혔다.

19일(현지시간) 아프간 뉴스 통신 아리아나에 따르면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102주년 독립기념일 기념식에서 "탈레반은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모든 국가와 우호적 관계를 원한다. 우리는 어떤 나라에도 적대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탈레반 측은 아프간에서 탈출하려는 외국인들과 아프간인의 안전한 출국을 보장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레반 관리는 로이터 통신에 "우리는 외국인뿐 아니라 아프간인들의 안전한 출국을 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방 언론들에 따르면 탈레반은 한때 카불 공항으로 가는 길목에서 자국민의 공항행을 제지했다. 다만, 외국 여권 소지자는 공항 출입을 허용했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