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민들이 작년 말 뉴욕 맨해튼의 월스트리트 인근 거리를 걷고 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미국 시민들이 작년 말 뉴욕 맨해튼의 월스트리트 인근 거리를 걷고 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미국 국무부 산하 뉴욕 외신기자센터(FPC)는 최근 월스트리트의 투자 전문가들과 연속 간담회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월가의 진짜 전문가들이 분석하는 미국 및 세계 경제 전망, 투자 전략 등을 시리즈로 소개합니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인플레이션이 정책 목표치인 2.0%를 훨씬 초과하더라도 행동에 나서지 않을 겁니다. 오히려 목표치를 다시 조정하게 될 겁니다.”

뉴욕 월스트리트의 대형 투자은행인 KBW(키프,브루옛&우드)의 프레드릭 캐넌 수석 주식 전략가 겸 부사장은 최근 외신기자센터 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Fed가 1980년 이후 물가 상승률을 과대 평가해 왔다고 강조하면서다.

캐넌 전략가는 “인플레이션은 지속적으로 낮아져 왔는데, Fed가 자체 목표치를 달성하는 걸 본 적이 거의 없다”며 “일각에서 Fed의 적자 확대가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것으로 보고 있으나 중앙은행 적자와 물가 상승률 사이에 상관 관계가 없다는 게 일본이 보여준 역사”라고 했다.

금융업종 분석에 전문성을 갖고 있는 캐빈 전략가는 “미국에선 1952년 이후 민주당 정부가 들어섰을 때마다 주가가 대체로 더 상승했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규제에 민감한 금융서비스 업종의 경우 민주당 정부 때마다 약세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정부에서 금융 규제를 강화하더라도 점진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봤다. 그는 “새 규정을 공포하는 데에도 시간이 많이 걸릴 수밖에 없다”며 “금융 관련 규제는 수 년에 걸쳐 더디게 강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근의 시장금리 상승세는 은행 등 금융회사엔 긍정적인 소식이라고 했다.
미국의 대형 은행들 순위. 2018년 기준
미국의 대형 은행들 순위. 2018년 기준
캐빈 전략가는 “미국 경제가 살아날 조짐이 확연해지면서 인플레이션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며 “물가 상승은 금융 업종엔 작지 않은 호재”라고 말했다. 그는 “올 들어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급등했으나 여전히 역사적으로는 낮은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Fed가 대형 은행들에 자사주를 다시 매입할 수 있도록 허용한 점은 금융업 주가엔 긍정적인 신호를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캐빈 전략가는 “Fed가 은행주에 아주 건설적인 신호를 보낸 것”이라며 “수익성이 좋은 대형 은행이 더욱 유리해졌다”고 설명했다.

앞서 Fed는 작년 코로나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발발 후 금지했던 은행권의 배당 지급 및 자사주 매입 조치를 올 하반기부터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한 뒤 적절한 자본 수준을 유지했다고 평가된 은행들에 한해서다.

캐빈 전략가는 향후 에너지 부문에 더 관심을 기울이라고 조언했다. 세계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면 에너지 가격을 더욱 끌어올릴 수 있어서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 부문에선 여전히 엄청난 기회가 생길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뉴욕 월스트리트의 투자 전문가인 프레드릭 캐넌 KBW 수석주식전략가 겸 부사장은 최근 뉴욕 외신기자들과 화상 간담회를 가졌다. 줌 캡처
미국 뉴욕 월스트리트의 투자 전문가인 프레드릭 캐넌 KBW 수석주식전략가 겸 부사장은 최근 뉴욕 외신기자들과 화상 간담회를 가졌다. 줌 캡처
캐빈 전략가는 “점점 더 많은 글로벌 투자 자금이 각 회사의 ESG 점수를 따져보고 있다”며 “2019년만 해도 ESG의 중요성을 간과했는데 지금은 엄청난 속도로 바뀌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럽에 이어 올해 미국에서도 ESG 투자가 더 많은 관심을 모으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시장과 관련, 캐빈 전략가는 “중국 경제가 개방되고 있지만 가까운 시일 내 미국 등의 금융회사에 많은 수익을 안겨줄 것으로 믿지 않는다”며 “중국이 세계 경제에 통합되기까지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