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ESG] 환경경영 ABC⑤
인도네시아의 석탄 발전소 굴뚝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인도네시아의 석탄 발전소 굴뚝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지난 호에서 환경경영은 경제성과 환경성의 조화를 추구하며 이를 위해 사회적책임 차원의 환경적 포지션을 바탕으로 경쟁우위 또는 신규 사업 기회라는 전략적 방향 설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한 바 있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의 입장을 고려할 때 환경문제에 접근하는 기업경영자는 다음 몇 가지 개념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이해관계자, 오염자 부담 원칙(polluter pays principle), 전 과정 책임, 시장경제적 접근, 환경·경제 효율성(eco-efficiency) 등이 그것이다. 지금부터 이 5가지 개념을 두 차례에 걸쳐 나누어 소개하고자 한다.

환경경영의 이해관계자

우선 ‘이해관계자’에 대해 살펴보자. 기존 기업경영에서 이해관계자는 기업활동과 직접 관련이 있는 주주·종업원·고객·거래업체・금융기관 등에 초점을 두었으나, 환경경영에서 고려해야 할 이해관계자는 보다 확대된 개념으로 봐야 한다.

요컨대 전통적 이해관계자는 주로 기업활동에서 얻는 경제적 수익에 관심을 갖는 재무적 이해관계자(financial stakeholder) 중심이었으나 환경경영에서는 일반 대중, 지역사회, 환경단체, 언론, 학계 등 자연환경의 지속 가능성에 관심을 갖는 환경적 이해관계자(environmental stakeholder)도 폭넓게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기업활동으로 인한 환경파괴 부담을 감내해야 하는 ‘자연생태계’와 ‘미래세대’도 이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경제적 성과에 주로 관심을 갖는 재무적 이해관계자와 달리 지역사회, 정부당국, 환경단체, 언론기관, 학계 등은 기업의 환경 성과에도 많은 관심을 보인다. 이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 경우 기업의 이익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가지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 특히 이러한 이해관계자들은 법규 준수는 물론 기업의 사회적 공헌이나 윤리적 책임을 기대하기도 한다. 따라서 기업은 이해관계자의 다양한 요구를 반영한 환경경영을 통해 사회적 신뢰성을 제고하고, 주요 이해관계자와 상호 협력하는 관계를 만들어가야 한다.

환경비용은 누가 부담하나

‘오염자 부담 원칙’은 제품이나 서비스에서 야기되는 모든 환경비용을 오염자(공급자)가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제품이나 서비스 공급자가 환경비용을 가격에 포함시킴으로써 그 의미가 다소 변질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시장경제 체제하에서 구매에 대한 최종 의사결정은 소비자의 몫이기에 기업이 환경비용을 가격에 포함시키는 행위를 크게 문제 삼을 수 없다는 것이 일반적 견해다. 따라서 이 원칙에 대한 논의의 초점은 누가 환경비용을 지불할 것인가가 아니라 오히려 비용과 수익의 대응 원칙에 입각한 환경비용의 ‘내부화’를 적절히 실현하는 방법에 되어야 할 것이다.

1970년대 초 OECD 회원국의 합의를 거쳐 처음 공표된 이 원칙의 첫 번째 항을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일반적으로 환경자원은 유한하며, 생산 및 소비 활동에 사용됨으로써 파괴될 수 있다. 이러한 파괴 비용이 가격에 적절히 포함되지 않는다면 그 시장은 사용 자원의 국가적·국제적 희소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게 된다. 따라서 환경자원의 양이나 질에 따라 그 자원의 희소성을 보다 엄밀히 가격에 반영해 관련 경제 주체가 이를 수용토록 함으로써 오염의 감축과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유도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이 필요하다.”

이 원칙이 발표된 이래 오염자 부담 원칙에 입각한 환경비용의 내부화는 각국의 환경법규에 폭넓게 반영되었으나, 그 과정에서 일관성이나 정확성과 관련해 많은 문제점이 노출되었다. 특히 환경비용의 정확한 규명이나 환경영향에 대한 가치평가 문제는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으며, 책임 범위에 대해서도 명확한 기준이 없는 실정이다. 하지만 기업이 환경비용을 원가의 일부로 인식하고 이를 가격에 포함시킴으로써 최종적으로 소비자가 부담케 하는 데는 큰 이견이 없다. 그 결과 환경적으로 문제가 많은 제품의 가격이 높아질 경우 소비자는 보다 친환경적이고 저렴한 제품을 구매할 것이며, 생산자도 이러한 소비자의 욕구에 맞추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순환구조의 복원

다음으로는 기업활동과 연계된 모든 과정의 환경 측면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개선해야 한다는 ‘전과정책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단계별로 차이는 있지만, 기업의 생산 활동은 근본적으로 천연자원을 사용해 제품을 만드는 과정이며, 생산한 제품은 소비자가 사용한 뒤 폐기물 형태로 자연에 되돌려진다.

물론 이 과정에서 창출되는 부가가치나 효용가치는 우리 생활에 필수 요소임이 분명하지만, 환경적 관점에서 이를 단순화하면 생산 및 소비활동은 결국 천연자원을 폐기물로 변환시키는 과정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그러나 최근 인류의 영속적 삶을 보장하는 전제조건으로 거론되는 지속 가능 발전은 이러한 환경파괴적 자원의 흐름을 지양하고 자원의 순환구조(closed-loop)를 복원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이에 따라 생산 활동을 통해 자원의 변환을 주도하는 기업의 책임 범위도 단순히 생산현장에 국한되지 않고 제품의 전 과정으로 확대되어야 마땅하다.

기존 경영 패러다임하에서는 기업의 책임이 생산 및 판매 단계에 초점이 맞춰져왔으나, 환경경영에서는 소위 ‘요람에서 무덤까지’로 일컫는 원료 조달부터 생산·판매·사용·폐기에 이르는 전 과정을 대상으로 환경적 부작용을 최소화해나가야 한다. 즉 기업활동의 전·후 공급망 전반을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기업·소비자·정부 등 경제 주체의 상호 관계와 전반적 경제질서의 재정립을 필요로 하며, 환경경영의 이행 수단 역시 기업활동 전 과정에 대한 책임을 전제로 모색되어야 한다.

기업이 제공하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전 과정에 걸친 환경문제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모든 기업활동의 단계별 의미와 내용을 환경적 관점에서 구체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한 방법론으로 활용되는 분석 기법이 바로 ‘전과정평가(Life Cycle Assessment, LCA)’다. LCA는 1960년대 말부터 적용되기 시작했는데, 초기에는 주로 서로 다른 포장재의 에너지 소비량을 비교하는 데 활용되었다.

이후 그 범위가 점차 확대되어 기업활동에 소요되는 자원이나 환경영향을 종합적으로 평가함으로써 환경적으로 건전한 의사결정을 유도하는 분석 기법으로 발전했다. LCA를 통해 경영활동의 전 과정에 걸친 기업의 책임을 구체적으로 평가한 결과는 기업경영자의 친환경 의사결정을 지원할 뿐 아니라 정부와 소비자, 환경단체가 특정 기업의 제품이나 활동에 대한 환경성을 판단하는 근거로도 널리 활용되고 있다.

이병욱 전 환경부 차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