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헤지펀드들이 지난해 10월 이후 석유주를 집중 공매도하고 태양광·풍력주는 순매수로 전환하는 등 에너지 투자전략을 뒤집고 있다. 공급 증가와 경기둔화로 석유 전망은 악화되는 데 반해 AI 수요 확대와 정책 변화가 맞물리며 재생에너지와 전기차는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한경ESG] 글로벌
태양광 상장지수펀드인 Invesco Solar ETF는 지난 4월 2일 이후 18% 이상 상승세를 기록했다. /블룸버그
글로벌 헤지펀드들이 석유주에 대한 공매도를 강화하고, 태양광주에 대한 숏포지션을 축소하는 등 지난 4년간 이어온 에너지 투자전략을 뒤집고 있어 이목이 쏠린다.
블룸버그 그린이 대체투자 데이터업체 헤이즐트리에 제출된 약 700개 헤지펀드(총운용자산 7000억 달러 규모)의 공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10월 초 이후부터 올해 2분기까지 주식형 헤지펀드들은 평균적으로 석유주에 순매도 포지션을 취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태양광주는 숏포지션을 청산하는 흐름이 뚜렷했으며, 풍력주는 여전히 순 매수세가 유지됐다. 이는 글로벌 지수에 포함된 석유·풍력·태양광·전기차 관련 기업에 대한 포지션을 종합 분석한 결과다.
트라이베카 인베스트먼트 파트너스의 토드 워런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일부 청정에너지 종목에서 바닥 다지기 움직임이 있었다”며 “동시에 석유 시장에서는 수급 불균형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많은 헤지펀드들이 지난해 10월 이후 7개월간 S&P 글로벌 오일 인덱스에 속한 주식에 대해 순매도 포지션을 취했다. 반대로, 2021년 1월부터 2024년 9월까지 45개월 중 단 8개월을 제외하고는 순매수가 순매도보다 많았다.
이는 OPEC+ 일부 회원국이 시장점유율을 지키기 위해 생산량을 늘리면서 원유 공급이 확대된 데 따른 것이다. 미국과 중국의 경기둔화, 글로벌 재고 증가 전망이 겹치며 석유 업종에 대한 회의론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리니치 소재 톨트리스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리사 오데트 CIO는 “2026년에는 유가가 훨씬 더 낮아질 것”이라며 석유주 숏포지션의 배경을 설명했다.
회의론 커지는 석유주, 태양광·풍력주는 기대감 확대
석유주에 대한 회의론이 커지는 반면, 태양광과 풍력주는 기대감이 살아나고 있다. 인베스코 솔라 ETF에 대한 순매도 펀드 비율은 지난 6월 3%로 떨어지며 2021년 4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동시에 퍼스트 트러스트 글로벌 윈드 에너지 ETF는 지난 2월 순매수 비율이 30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6월에는 이 포지션이 다소 줄었지만, 여전히 순매수가 순매도를 앞섰다는 분석이다. 인공지능(AI) 열풍도 재생에너지 수요를 끌어올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셀우드 자산운용의 카림 무살렘 CIO는 “AI는 그동안 우리가 경험한 것 중 가장 큰 이벤트”라며 “AI로 인한 전력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가장 빠르면서 확장 가능한 재생에너지가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NEF는 최근 보고서에서 2035년까지 신규 발전 용량의 절반 이상이 재생에너지에서 나올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에서는 태양광의 과잉생산 문제가 해결되면서 친환경 주가가 반등했다. 2021년 말부터 2023년까지 하락했던 솔액티브 셀렉트 차이나 그린 에너지 인덱스는 지난 4월 저점 이후 약 19% 상승했다.
미국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친환경 보조금 축소가 불확실성을 줄이며 일부 대형 태양광 기업에는 기회 요인으로 작용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이 4월 2일 ‘해방의 날(Liberation Day)’로 명명한 날 발표한 관세안 이후 주요 청정에너지 지수는 약 18% 상승한 반면, 석유 지수는 4% 하락했다.
전기차 섹터는 여전히 숏포지션이 많지만, 비중은 5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낮아졌다. 블룸버그NEF는 올해 전기차 판매가 25%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또 2040년까지 전체 차량의 40%가 전기차로 대체돼 하루 1900만 배럴의 석유 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트라이엄 캐피털의 조 마레스는 “경제성장은 저탄소 에너지 없이는 불가능하다”며 “향후 에너지 수요 증가분의 상당 부분은 재생에너지에서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