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의 개입으로 추정되는 5조엔(약 44조원) 규모 외환시장 움직임에 달러당 154엔대로 떨어졌던 엔·달러 환율이 이틀 만에 다시 157엔대로 치솟았다. 미국 1분기 고용비용지수가 시장 예상을 웃돌면서 미·일 금리 차이가 좁혀지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다. 일본 정부 개입으로는 엔저를 막는 데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이날 도쿄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장중 달러당 157.92엔까지 올랐다. 니혼게이자이는 “미국의 물가 관련 지표가 꾸준한 인플레이션을 시사하면서 미국의 금리 고공행진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했다”며 “엔 매도 움직임이 멈출 기미가 없다”고 전했다.

니혼게이자이는 지난달 29일 일본 정부가 5조엔 규모의 시장 개입을 단행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엔·달러 환율이 다시 치솟자 정부 개입 효과에 의문이 제기되는 모습이다. 일본 정부는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50엔을 넘나들던 2022년 10월에도 5조6202억엔 규모의 엔 매수 개입을 했지만, 이후 환율은 1년여 만에 다시 151엔대로 올랐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 일본 무역수지 적자 등에 더 큰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시장에선 다음엔 더 큰 규모의 환율 개입이 필요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니혼게이자이는 일본 정부가 시장 개입에 쓸 수 있는 ‘실탄’이 40조엔가량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수준의 개입이라면 남은 탄알은 여덟 발 정도라는 분석이다.

엔저 탓에 일본 실질임금이 상승세로 돌아서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메이지야스다종합연구소는 달러당 170엔까지 오르면 수입 물가가 13.5% 치솟고, 물가를 반영한 실질임금은 마이너스 상태가 지속될 것으로 분석했다. 일본은 지난 2월까지 23개월 연속 실질임금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도쿄=김일규 특파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