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백악관이 바이든 대통령의 말실수에 대해 해명했다. 2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의 동맹국인 일본을 ‘외국인을 혐오하는 국가’로 묘사한 것에 대해 설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워싱턴DC에서 열린 모금행사에서 미국 경제가 성장하는 이유로 이민자를 꼽았다. 이어 "중국이 왜 경제적으로 그토록 나빠졌는가? 일본이 왜 힘들어하는가? 러시아는? 인도는? 그들이 외국인을 혐오(xenophobic)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이민자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이에 대해 미국 언론은 바이든 대통령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를 백악관에 초청한 지 불과 3주 만에 외교적 결례를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일본이 이민에 개방적이지 않은 국가라고 평가했기 때문이다.러시아와 중국은 미국의 주요 라이벌로 꼽힌다. 미국의 우방국인 일본을 라이벌 국가와 함께 언급했다는 사실은 일본에서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진단된다. 심지어 미국과 일본은 지난달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위험한' 행동에 대응할 필요성을 언급하며 국방 관계를 공고히 한 바 있다.다만 일본과 인도 정부 모두 바이든 대통령의 해당 발언에 대한 즉각적인 반응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11월 대선을 앞두고 많은 미국 유권자들이 가장 많이 관심을 가지는 사안은 '이민자' 문제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기자들이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이 의도적이었는지, 일본에 사과할 생각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답변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은) 미국이 이민자의 국가이고 그게 미국의 유전자"라는 점을 강조하는 차원에서 언급했다고 설명했다.이어 "미국과 일본은 지속되는 동맹이고 우리는 분명히 민주주의 가치에 대한 헌신과 양 국민 간 굳건한 우정을 공유하고 있다"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3년간 일본과 인도 등 동맹 국가와 외교관계를 개선하는 데 힘썼다고 덧붙였다.윤소희 인턴기자 ysh@hankyung.com
우리는 미술관에 왜 가는걸까? 가장 느린 속도로 걷기 위해, 삶의 속도를 늦추기 위해 미술관에 간다고 책에 썼다. 예술이 위대한 것이 아니라 예술 앞에 선 우리가 진짜 위대한 거라고도 썼다. 예술 향유는 특별한 게 아니라고 누구나 누릴 수 있다고 부르짖었다. 책을 쓰고 강의를 하고 여기저기 외치고 다닌 효과가 조금은 있어 퍽 많은 사람들이 예술 향유자가 됐다. 그리고 그렇게 모인 사람들과 '느리게 걷는 미술관 도쿄 예술 여행'을 다녀왔다. 일본 미술관들에 명화가 즐비하다는 소문을 익히 들었다. 도쿄를 중심으로 미술관만 6군데 감상했다. 첫날 방문한 DIC 가와무라 기념 미술관에는 마크 로스코의 압도적인 벽화가 전시되어 있다. 로스코의 의도대로 조도를 잔뜩 낮춘 전시실, 그림 앞에 가만히 서있노라면 깊은 심연에 빨려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데, 스탕달 신드롬이 가장 많이 일어나는 작품이기도 하다. 우리는 단순히 그림만 보고 나오는 게 아니다. 미술관에 오래 머물고 충분히 느끼며 그곳에 있는 카페에서 식사도 했다. 둘째날 갔던 네즈 미술관은 시공간 자체가 예술이었다. 통유리창으로 보이는 아름다운 정원이며 한지 창으로 어울지는 그림자는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그리고 미술관마다 순간의 감흥을 휘발시키지 않기 위해 응시와 기록을 함께 했다. 내 마음의 그림 한 점을 발견해내고 반드시 짧은 영감을 길어 올려야 했다. 아이부터 성인까지 모두 함께 참여했다. 각자 고른 그림과 글을 보여줬을 뿐인데, 삶이 우르르 쏟아져 나왔고, 우리는 눈을 반짝이며 살아온 날들을 경청했다. 그러다 보면 서로의 마음이 들리고 만져졌다. 어린이부터 시니어까지 모두 친구가 된 것 같았다.미술관도 하나의 거대한 콘텐츠다. 콘텐츠를 어떻게 기획하고 가공할 것인가 머리를 쥐어 짜야 한다. 일본의 미술관들은 일단 보유한 소장품 자체가 엄청났다. 이를 잘 활용하여 전시를 하고 새로운 기획도 흥미진진했으며 미술관 전체를 삶의 환경으로 만들었다. 미술관을 돌며 처음엔 와! 놀라다가 점점 부아가 치밀었다. 이 방대한 명화들과 작품의 구성과 유지 또한 입이 떡 벌어진다. 일본의 미술관들을 둘러보다가 감정의 기복이 심해졌다. 이런 작품들을 잔뜩 볼 수 있어 기뻤다가 자주 볼 수 있는 이들에게 샘났다가. 도쿄 국립서양미술관에 갔을 때다. 모네, 마네, 피카소, 구스타브 쿠르베, 라울 뒤피, 장 뒤뷔페 등 서울에서 특별 전시들로 만났던 작품들이 다 모여있었는데 동행들의 감탄 소리가 계속 이어졌다. 비슷하게 감정 기복을 겪는 것 같았다. 너무 좋은데 너무너무 질투가 나는. 그런데 각 전시관마다 아주 낮게 걸린 작품들이 눈에 띄었다. 이상했다. 예술 앞에 무릎 꿇으라는 건가. 나중에 알게 되고 너무 깜짝 놀랐다. 어린이와 장애인을 위해 일부러 눈높이를 낮춰 걸어둔 것이라고 했다. 그러고 보니 휠체어를 탄 이들이 많이 보였다. 미술관엔 휠체어와 자원봉사자가 늘 준비되어 있다고 했다. 휠체어를 느리게 밀다가 탄 분이 손을 들면 그 그림 앞에 멈춰주고 그 앞에서 오래 머물렀다.불현듯 예술 향유는 누구나 할 수 있다고 외치기만 한 게 부끄러워졌다. 이토록 구체적인 배려 앞에 마음이 따뜻해졌다. 예술은 향유가 아니라 필수라는 생각이 든다. 어린이도 장애인도 노인도 인간답게 살기 위한 필수 환경 같은 것. 일본은 그걸 너무 잘 알고 있고 그 환경을 만들었다.단순히 아름다워서 미술이 아니다. 삶과 죽음, 그 너머까지 더듬고 어루만지는 눈동자의 빛을 만들어주는 것이 미술이다. 이번 예술 여행에는 유독 가족팀이 많았다. 부부, 모녀, 모자 등 예술을 통해 관계의 밀도가 달라졌다. 특히 6학년 남자 아이의 그림과 글은 모두를 놀래켰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단 한점 발표에서 빌헬름 함메르쇼이의 아름답고도 애잔한 뒷모습 그림을 가져온 것. 그리고 이렇게 쓰고 발표했다.이 그림 속 이다의 뒷모습에서 쓸쓸함이 느껴졌다.식탁에 있는 하나뿐인 접시도 외로움을 더 커지게 했다.그래서일까?빛을 비추는데도 어둡게 느껴졌던 것이!아니면 들어오는 빛을 외면해버린 것일까.소년은 수많은 명화 속에서 이 그림의 외로움을 알아챘고, 인간 본연의 깊은 고독을 통찰해내고 있다. 그것을 짧은 글로 정확하게 표현했고 우리 모두는 깜짝 놀랐다. 아니, 네가 고독을 알아? 기특한 진심의 박수가 터졌다.예술이 대단한 게 아니라 그를 통해 만나는 사람들이 대단하다고 여긴다. 성장을 원하는 사람은 작은 단초도 놓치지 않는다. 기회로 삼는다. 그리하여 그림 한 점도 운명으로 만든다. 아름다운 미술관과 세계 명화가 말 그대로 널려있는 일본이 부러웠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미래의 명화를 만들 역량이 있다. K pop처럼 K art의 시대가 오지 말란 법이 없다.예술로 떠난 길은 결국 사람에게 돌아오는 길이었다. 무엇을 보는가보다 어떻게 느꼈는가가 중요하고, 누구와 나누는가가 가장 중요하다. 우리는 예술을 통해 만났고, 통했고, 끈끈하게 이어졌다. 사랑한다, 외롭다, 힘들다 고백했고 완벽하게 위로받았다. 서로의 삶을 깊이 꿰뚫어볼 때 우리는 더 낮아질 수 있다. 그리고 그림도 더 낮게 걸 수 있을 것이다.임지영 예술 칼럼니스트·(주)즐거운예감 대표
일본 도치기(栃木)현에서 일본인 부부 시신을 훼손한 혐의로 한국인 용의자가 체포된 가운데, 해당 사건에 연루된 청부 업자가 '가면라이더' 시리즈에 출연했던 아역배우였다고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2일 FNN(후지뉴스네트워크) 등 일본 현지 매체는 와카야마 키라토(20)가 도치기현 나스마치 강변에서 발견된 부부의 시신을 훼손한 혐의로 송치됐다고 보도했다. 같은 혐의로 한국인 20대 A씨 등 3명도 체포됐다.현지 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16일 도치기현에서는 도내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50대 남성과 그의 부인이 불에 탄 채 주검으로 발견됐다. 이후 경찰이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한국인 용의자가 부부의 시신이 발견된 도치기현 나스마치 현장을 방문했다는 사실을 확인해 용의자들을 체포했고, 와카야마는 지바현 지바시에서 동일 혐의로 붙잡혔다.와카야마가 경찰 조사에서 "시체 처리 후 수백만엔의 보수를 받았다"고 진술했다는 점에서 금전을 대가로 누군가의 사주를 받아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된다. 와카야마에게 지시를 한 인물은 건설업 종사자 히라야마 아야케(25)로 알려졌다.2003년생인 와카야마는 2012년 일본TV '악몽'에 출연하며 아역 배우로 데뷔했고, 이후 2013년 TV아사히 '가면라이더 마법사', 2014년 NHK 대하드라마 '군사관병위'에서 주인공의 어린 시절로 출연해 주목받았다. 2018년까지 꾸준히 영화, 드라마에 출연해 왔지만 이후 이렇다 할 작품 활동은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와카야마의 범행이 알려진 후 일본 현지에서도 "귀엽던 소년이 어쩌다가 나쁜 길로 빠지게 됐냐"면서 "충격적이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다만 와카야마가 시체 훼손과 유기에는 관여했지만, 살인에까지 관여했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들 일당은 범행 대가로 250만엔(한화 약 2200만원)을 받았고, 범행 후 함께 오사카로 이동해 호텔에 함께 묵으며 행동하다 이동했다고 후지TV는 보도했다. 또한 체포됐을 수십만엔 정도만 남아있었다는 점에서 경찰은 오사카에서 사용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사를 진행 중이다. 와카야마가 유흥비로 소진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한 예능 관계자는 도쿄스포츠와 인터뷰에서 "와카야마는 고등학교 1학년이었던 2020년 2월 소속사와 전속계약 만료 후 연예계를 은퇴했다"며 "이미 금전적으로 힘든 상태로 안다"고 전했다.와카야마의 범죄 사실이 알려진 후 공개된 한 유튜브 채널 영상에서는 한 유튜버에게 "좋아하는 말이 있냐"는 질문을 받자 한 남성이 "결국 세상은 돈이다"라고 답변한 영상도 주목받고 있다. 영상 속의 남성은 단정한 외모와 달리 문신이 있는데, 와카야마 역시 동일한 위치에서 문신이 발견됐다는 점에서 "동일인이 아니냐"는 반응이다.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