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건설·부동산업을 중심으로 은행권의 무수익여신이 증가하고 있다. 무수익여신은 은행이 원금은 물론 이자조차 받지 못하는 이른바 ‘깡통 대출’을 말한다. 건설·부동산 대출 건전성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해 말 무수익여신은 총 3조5207억원으로 집계됐다. 2022년 말(2조7900억원)에 비해 26.2%(7307억원) 증가했다.

신한은행을 제외한 네 곳 모두 무수익여신은 두 자릿수 증가를 나타냈다. 농협은행의 작년 말 무수익여신은 7682억원으로 전년 말(5130억원)보다 49.7%(2552억원) 늘어나 증가폭이 가장 컸다. 국민은행도 같은 기간 무수익여신이 5221억원에서 7498억원으로 43.6%(2277억원) 불어났다. 하나은행은 6521억원에서 8678억원으로 33.1%(2157억원), 우리은행은 4701억원에서 5289억원으로 12.5%(588억원) 늘었다. 신한은행만 6327억원에서 6060억원으로 4.2%(267억원) 감소했다.

5대 은행이 공개한 ‘거액 무수익여신 증가업체 현황’에 따르면 건설·부동산 업체들의 부도 및 채무 불이행이 무수익여신 증가를 이끌었다. 국민은행은 부동산업을 하는 A업체가 이자를 내지 못하면서 무수익여신이 1년 새 645억원 증가했다. 하나은행도 토목 시설물 건설업체인 B사가 빚을 갚지 않아 무수익여신이 604억원 발생했다. 우리은행은 아파트 건설업체인 C사가 구조조정 대상인 신용평가 D등급을 받으면서 무수익여신 720억원이 새로 잡혔다. 농협은행은 무수익여신이 420억원으로 가장 많이 늘어난 회사가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에 들어간 건설사였다.

한 시중은행 리스크관리부문장은 “앞으로도 고금리와 공사비 상승 등 비용 증가로 건설·부동산업의 재무 위험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며 “대손충당금(떼일 것에 대비해 쌓아두는 돈)을 확대해 위험을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