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을 자도 피곤하고, 운동을 해도 살이 빠지지 않는다. 내 몸이 마음처럼 따라주지 않는다. 우리의 정신력이 약해서일까? 아니다. ‘호르몬의 힘’ 때문이다.

세계적 내분비내과 전문의인 막스 니우도르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대학의학센터 교수는 <호르몬은 어떻게 나를 움직이는가>에서 이처럼 비만, 스트레스, 임신, 면역 등에 이르기까지 생활과 건강에 호르몬이 미치는 영향을 폭넓게 다뤘다. 이 책의 부제는 ‘순간의 감정부터 일생의 변화까지, 내 삶을 지배하는 호르몬의 모든 것’이다.
내가 다이어트에 실패했던 게 이 호르몬 때문이었다고? [서평]
우리 몸은 평생 변화한다. 생애가 전환되는 주기에 따라 좀 더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흔히 생명의 탄생은 엄마의 배 속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하지만, 난자와 정자를 만나게 하는 건 호르몬의 역할이다. 배 속이 아니라 뇌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저자는 “12주부터 태아는 스스로 호르몬을 만들어낸다”며 “태아는 호르몬을 분비하며 산모의 진통 시작 시기를 결정하고 자신의 출생 시점을 조절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공복일 때 생성되는 호르몬인 ‘그렐린’ 때문에 살을 빼기 쉽지 않다고도 말한다. 음식을 먹게 하는 이 호르몬은 과체중인 사람의 혈액에 유독 많고, 체중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오랫동안 햄버거와 같은 고칼로리 음식을 섭취한다면, 설정된 체중과 그렐린 농도가 공복 상황에서 자동으로 올라간다. 이에 따라 햄버거를 먹고 싶은 욕구가 점점 강해진다.

저자는 사춘기, 갱년기, 노년기 등 삶을 살아가면서 겪는 단계마다 호르몬이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과학적 접근을 통해 다루고 있다. 그러나 모든 원인을 호르몬으로 돌리는 ‘호르몬의 노예’가 되지 않아야 한다고 경고한다. 식욕 호르몬이 식습관을 망치기도 하지만 올바른 식습관은 다시 식욕 호르몬을 변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각각의 사례를 통해 어려운 의학적인 내용도 쉽게 파악할 수 있게 했다. “호르몬이 나를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파악해야 건강한 삶을 향한 주도권을 가질 수 있다”고 강조하며 끝을 맺는 이 책은 호르몬에 대한 이해가 왜 필요한지를 명료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이금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