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정치평론가가 투병 후 임영웅 콘서트 다니는 이유 [서평]
유창선 박사(64)는 평생 정치 이야기를 해 왔다. 1990년대부터 30년 넘게 신문과 방송, SNS를 넘나들며 정치 평론가로 밥벌이를 했다. 현실 정치활동에도 적잖게 관여했다. 그러는 사이 유 박사에겐 ‘1세대 대표 정치평론가’라는 별명이 붙었다.

5년 전 받은 뇌종양 진단이 모든 걸 바꿨다. 대수술을 받고 생사의 기로를 넘나들었다. 깜깜한 병실에서 편치 않은 몸으로 밤을 지새우는 그를 위로해 준 건 이어폰으로 듣는 쇼팽의 녹턴과 바흐의 무반주 첼로곡들이었다. 정치밖에 모르던 유 박사는 그렇게 예술에 빠져들었다. “그간 역사의 무게를 혼자 짊어진 듯 심각한 표정으로 무겁고 날선 얘기를 하며 살았다. 하지만 병원에서 나오며 ‘이제 남은 생은 예술과 함께 나 자신을 돌보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십에 처음 만나는 예술>은 유 박사가 지난 5년간 푹 빠져 살았던 문화예술 작품들에 관한 감상평이자 에세이다. 저자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오펜하이머'부터 임영웅의 콘서트, 김환기·장욱진의 회화, 임현정의 피아노 리사이틀, 한나 아렌트를 비롯한 여성 철학자들의 이야기 등 장르를 넘나들며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최근 전시와 공연을 주로 다루고 있어 생생한 문화 현장의 소식을 접할 수 있는 게 책의 장점이다. 발달장애인을 위한 서울시립교향악단의 공연 '아주 특별한 콘서트'를 다룬 부분이 대표적이다. 공연 현장의 감동적인 분위기와 함께 자세한 뒷얘기와 관람 관련 정보까지 알 수 있다.

오랫동안 글과 말을 업으로 삼아온 이력 덕분에 글이 쉽게 읽히는 것도 특징이다. 예술에 입문하는 중년 남성이라면 특히 공감하며 읽을 만한 책이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