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회고적 투표'를 넘어 미래로 나아가기
22대 총선은 더불어민주당(더불어민주연합) 175석, 국민의힘(국민의미래) 108석, 조국혁신당 12석, 개혁신당 3석, 새로운미래 1석, 진보당 1석 당선으로 막을 내렸다. 유권자의 ‘회고적 투표’ 행태에 기반을 둔 ‘정권 심판론’이 주효했다.

하지만 성적표를 보면 민주당 175석은 21대 총선에서 얻은 180석에 미치지 못한다. 2020년 민주당은 문재인 중간평가 총선을 코로나19 위기 극복 능력 강조와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으로 돌파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총선 내내 고물가, 의료 대란, ‘용산 불통’ 이슈에 휘둘렸다. 한동훈 위원장이 ‘금 사과값’ ‘대파 논란’에 대해 사과하고 ‘의료 대란’ 해결을 약속했지만 대안 제시는 없었다. 대통령 ‘불통’ 비판에 대해 국민의힘이 확실한 수권 정당임도 보여주지 못했다.

회고적 투표의 반대는 ‘전망적 투표’다. 정권 심판에 맞서 국민의힘은 윤석열 정부의 원전 생태계 회복, 한·미 동맹 강화, 할 말 하는 대중·대북 외교 성과를 부각하는 데 실패했다. 야당의 ‘대파 논란’ ‘도주 대사’ 프레임에 대응하느라 미래 문제 해결 능력을 드러내지 못했던 것이다. 반대로 민주당은 21대 총선에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가격 상승,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등 수많은 악재를 코로나19 위기 탓으로 돌렸고, 현금 포퓰리즘으로 승부를 갈랐다. 비교하면 한 위원장은 선거에 순수했다.

4·10 선거 결과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의 뜻을 받들어 국정을 쇄신하고 경제와 민생 안정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한 위원장은 “민심은 언제나 옳다. 국민의 뜻을 준엄하게 받아들인다”며 사퇴했다.

이제부터는 ‘대한민국 미래로 나아가기’에 집중해야 한다. 경제 살리기에 정부, 국회, 여야 함께 최선을 다해야 할 시국이라는 의미다. 경제가 불황의 긴 터널 초입에 있다는 두려움이 크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부채 비율이 2011년 30%에서 2020년 40%로, 2023년엔 50%가 됐다. 작년에 56조4000억원의 세수가 펑크났다. 거기에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향해 가고, 원·달러 환율은 17개월 만에 달러당 1390원을 넘었다. 지난달 취업자 수 증가폭이 37개월 만에 최소를 기록한 것은 더 큰 문제다. 그런 측면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당의 승리나 당선의 기쁨을 즐길 정도로 현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인식은 적확하다.

총리, 대통령실, 내각 인물 교체는 중요하지만 큰 의미를 두기 어렵다. 대통령제 권력 구조에서 최종 결정권자이자 인사권자인 대통령이 핵심이고 대통령이 변해야 국정이 변하기 때문이다. 영수회담 역시 대통령이 야당 지도자에게 협조를 구하는 노력을 해야 하는 차원에서 당연하고 필수적이다. 하지만 ‘사진 찍기 영수회담’은 권위주의 시절의 유산이다.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끝장 토론하는 방식으로 내실을 담보하지 않고는 실효성이 없다. 야당은 비판과 공격으로 국민 지지를 얻는 집단이고 앞으로 2년 동안 선거도 없는 마당에 민주당이 실질적인 정책 제안을 할지 의문이다.

22대 국회의 최우선 과제는 경제 살리기와 민생 챙기기가 돼야 한다. 과일 가격 안정을 위한 ‘농가·소비자 윈윈 방안’과 저출생 대책을 국회가 마련해 정부와 함께 실천해 나가야 한다. 하지만 구성으로 보면 22대는 ‘21대 국회 시즌2’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한다. 여야의 대치와 입법 공방이 이어지고 대통령의 거부권은 계속될 것이다. 문제는 여야 공방 과정에서 탄핵 논의가 등장할 것이고 이재명 대표는 조기 대통령 선거를 위해, 조국과 이준석 대표는 사적 복수의 공적 복수화를 위해 탄핵을 감행할 수 있다는 점이다. 만약 ‘대통령 탄핵 후 조기 대선, 대선 승리로 사법 리스크 털어내기’ 시나리오가 선택된다면 ‘명품백’ 외로 대통령 범법 증명이 필요하다. 최악의 상황은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가 경쟁적으로 특검을 발의하는 국회다.

경제 살리기와 저출생 대처, 중국·러시아·북한 공조에 대항하는 외교적 대안이 시급한 시기에 국회가 ‘탄핵 놀음’에 빠질까 우려된다. 정부와 여야 모두 경제를 살리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밝히라는 국민 명령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