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우리 위상에 맞는 통상·외교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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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에 韓기업 진출했지만
여전히 '각개 약진'하는 상황
긴 안목서 협력 파트너 찾고
도움 주는 '성숙한 모습' 갖춰야
정부는 통상정책 기조 공유하고
전략경쟁으로 비약해선 안 돼
김동수 산업연구원 산업통상연구본부장
여전히 '각개 약진'하는 상황
긴 안목서 협력 파트너 찾고
도움 주는 '성숙한 모습' 갖춰야
정부는 통상정책 기조 공유하고
전략경쟁으로 비약해선 안 돼
김동수 산업연구원 산업통상연구본부장
세계은행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한국은 경제 규모로는 세계 13위, 교역 규모로는 9위다. 아마도 지금이 역사상 세계에서 한국의 위상이 가장 높을 때일 것이다. 6·25전쟁 이후 빠르게 산업화를 이룩했고 1990년대 말 아시아 금융위기를 반전의 기회로 삼아 세계에 진출한 덕에 지금의 경쟁력을 지니게 됐다. 1990년대 중반부터 한국 기업들은 본격적으로 해외에 진출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교역 확대와 더불어 경제 규모도 성장했다. 해외 진출 초기에는 북미지역으로 투자했고, 한·중 수교 이후 2000년 초반부터는 중국으로의 진출이 급격히 증가했다. 최근에는 아세안과 동유럽으로 직접투자가 늘고 있다.
베트남, 인도네시아부터 폴란드와 헝가리에까지 우리 기업들이 진출해 있어 자부심이 생긴다. 그러나 조금 시간을 두고 천천히 살펴보면 공기업을 포함해 여러 기업이 바쁘게 현지의 기업 및 정부와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지만, 어딘지 모르게 ‘각자’만 열심인 듯하다. 해당 지역에서 한국 정부와 기업들은 그 국가와 서로 협력하고자 하는 공감대가 있나? 그런 공감대가 있다면 해당 지역에서 활동하는 데 더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마치 각론은 있는데 뭔가 총론이 빈약한 느낌이다.
한국 혼자서 자급자족으로 생존 문제를 해결할 만큼의 경제 규모를 갖추지 못한 것을 인정한다면 어느 국가와 가치를 공유할지, 어떤 방법으로 협력을 이어갈지를 고민해야 한다. 결국 우리의 위상에 맞는 통상·외교정책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에 몇 가지 고려할 점이 있다. 첫째, 긴 안목으로 지속가능한 협력 파트너를 만들어 가는 것이 통상·외교정책의 목표가 돼야 한다. 첨예한 전략 경쟁과 자국 우선의 보수적인 무역정책 속에서 단순히 교역을 확대하고 수지를 개선하며 리스크 관리와 안정된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지속가능한 협력은 상호 간의 신뢰에서 비롯되고, 그 신뢰는 협력의 이익을 공유하는 데서 시작한다. 예를 들면 저개발국은 천연자원을 공급하고, 개발도상국은 자원을 가공해 소재를 제조하고, 선진국은 그 소재를 활용해 제조품을 생산함으로써 가장 큰 부가가치를 향유하는 기존의 분업 형태는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다. 저개발국이나 개발도상국도 고부가가치 제조업 육성을 희망하기 때문에 국제적 분업이라는 미명으로 포장된 이런 공급사슬은 유지되기 힘들다. 선진국도 저개발국과 개발도상국 기업을 자국 공급망에 참여시킴으로써 일부 기술을 이전하고 교육 및 교류를 통해 저개발국가와 개발도상국의 산업화에 기여해야 한다. 교역을 통한 이익을 공유함으로써 국제적 책임을 다할 때 국가도 진정한 협력 파트너를 얻을 수 있다.
둘째, 기업은 이익의 극대화가 목적인 반면 국가 간 협력은 재정적 이익 외에도 공유할 수 있는 가치와 신뢰의 구축, 인적 교류를 통한 우호 증진 등 다양한 목적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민간 기업 입장에서라면 세계 어디든 생산비용이 저렴하고 안전한 공급망과 시장을 지닌 곳에서 생산과 판매를 원하기 때문에 국내의 가치사슬이나 다른 국가의 산업 발전에 대한 관심이 적다. 정부보다 시야가 좁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부는 적합한 통상·외교 정책 기조 아래 민간 기업의 투자행위가 적절한 방향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진출 기업과 협력 대상국에 대한 이해와 통상정책 기조를 공유해야 한다.
셋째, 첨단산업 분야에서의 기술 보호와 통제는 기업 간 당연한 경쟁행위이지만, 국제정치적 논리에 휘둘려 국민 간 감정이 훼손되지 않도록 정부의 통상외교가 뒷받침돼야 한다. 반도체와 핵심 광물자원, 바이오의약 등의 분야에서 경쟁이 치열하고 첨단기술을 보호하려는 것은 기업 입장에선 당연하다. 다만 이를 국가 간 전략경쟁으로 비약해서는 안 된다. 국제정치적 목적으로 역사와 문화를 공유한 이웃 국가를 적대시하기보다 오히려 이웃 국가와의 교류를 활발히 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고, 이웃 국가가 성숙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 통상·외교정책의 올바른 방향이다. 강퍅한 글로벌 환경이지만 우리의 위상에 맞는 성숙한 통상외교를 생각해야 할 때다.
베트남, 인도네시아부터 폴란드와 헝가리에까지 우리 기업들이 진출해 있어 자부심이 생긴다. 그러나 조금 시간을 두고 천천히 살펴보면 공기업을 포함해 여러 기업이 바쁘게 현지의 기업 및 정부와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지만, 어딘지 모르게 ‘각자’만 열심인 듯하다. 해당 지역에서 한국 정부와 기업들은 그 국가와 서로 협력하고자 하는 공감대가 있나? 그런 공감대가 있다면 해당 지역에서 활동하는 데 더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마치 각론은 있는데 뭔가 총론이 빈약한 느낌이다.
한국 혼자서 자급자족으로 생존 문제를 해결할 만큼의 경제 규모를 갖추지 못한 것을 인정한다면 어느 국가와 가치를 공유할지, 어떤 방법으로 협력을 이어갈지를 고민해야 한다. 결국 우리의 위상에 맞는 통상·외교정책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에 몇 가지 고려할 점이 있다. 첫째, 긴 안목으로 지속가능한 협력 파트너를 만들어 가는 것이 통상·외교정책의 목표가 돼야 한다. 첨예한 전략 경쟁과 자국 우선의 보수적인 무역정책 속에서 단순히 교역을 확대하고 수지를 개선하며 리스크 관리와 안정된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지속가능한 협력은 상호 간의 신뢰에서 비롯되고, 그 신뢰는 협력의 이익을 공유하는 데서 시작한다. 예를 들면 저개발국은 천연자원을 공급하고, 개발도상국은 자원을 가공해 소재를 제조하고, 선진국은 그 소재를 활용해 제조품을 생산함으로써 가장 큰 부가가치를 향유하는 기존의 분업 형태는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다. 저개발국이나 개발도상국도 고부가가치 제조업 육성을 희망하기 때문에 국제적 분업이라는 미명으로 포장된 이런 공급사슬은 유지되기 힘들다. 선진국도 저개발국과 개발도상국 기업을 자국 공급망에 참여시킴으로써 일부 기술을 이전하고 교육 및 교류를 통해 저개발국가와 개발도상국의 산업화에 기여해야 한다. 교역을 통한 이익을 공유함으로써 국제적 책임을 다할 때 국가도 진정한 협력 파트너를 얻을 수 있다.
둘째, 기업은 이익의 극대화가 목적인 반면 국가 간 협력은 재정적 이익 외에도 공유할 수 있는 가치와 신뢰의 구축, 인적 교류를 통한 우호 증진 등 다양한 목적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민간 기업 입장에서라면 세계 어디든 생산비용이 저렴하고 안전한 공급망과 시장을 지닌 곳에서 생산과 판매를 원하기 때문에 국내의 가치사슬이나 다른 국가의 산업 발전에 대한 관심이 적다. 정부보다 시야가 좁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부는 적합한 통상·외교 정책 기조 아래 민간 기업의 투자행위가 적절한 방향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진출 기업과 협력 대상국에 대한 이해와 통상정책 기조를 공유해야 한다.
셋째, 첨단산업 분야에서의 기술 보호와 통제는 기업 간 당연한 경쟁행위이지만, 국제정치적 논리에 휘둘려 국민 간 감정이 훼손되지 않도록 정부의 통상외교가 뒷받침돼야 한다. 반도체와 핵심 광물자원, 바이오의약 등의 분야에서 경쟁이 치열하고 첨단기술을 보호하려는 것은 기업 입장에선 당연하다. 다만 이를 국가 간 전략경쟁으로 비약해서는 안 된다. 국제정치적 목적으로 역사와 문화를 공유한 이웃 국가를 적대시하기보다 오히려 이웃 국가와의 교류를 활발히 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고, 이웃 국가가 성숙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 통상·외교정책의 올바른 방향이다. 강퍅한 글로벌 환경이지만 우리의 위상에 맞는 성숙한 통상외교를 생각해야 할 때다.